‘아너’로 돌아온 이나영 “상처 품은 인물에 마음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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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안방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이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유난히 슬픔이 밀려왔던 드라마였다. 평소 촬영하며 스태프들과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현장에 갈 때마다 감정이 넘실대서 덜어내는 게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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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맞선 여성 변호사들 이야기
“유난히 슬픔이 밀려온 드라마였다”
첫 장르물에 첫 전문직 캐릭터 연기

3년 만에 안방에서 만난 반가운 얼굴이다. 배우 이나영이 ENA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포스터)으로 성공적인 복귀를 마쳤다. 데뷔 후 첫 장르물이자 첫 전문직 캐릭터. 가장 힘들었던 것은 긴 대사나 전문 용어가 아니라 울음을 참는 일이었다고 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나영은 “유난히 슬픔이 밀려왔던 드라마였다. 평소 촬영하며 스태프들과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현장에 갈 때마다 감정이 넘실대서 덜어내는 게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끈끈한 20년 지기 친구 윤라영(이나영)·강신재(정은채)·황현진(이청아)이 속한 로펌 ‘L&J’는 ‘Listen & Join’(듣고 함께한다)는 이름처럼 성범죄 피해자의 말을 듣고 함께하는 곳이다. 성매매 앱 ‘커넥트인’과 세 변호사의 과거가 얽히며 매회 반전을 이어간 이 작품은 첫 방송 시청률 3.1%로 ENA 드라마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뒤, 지난 10일 마지막 회 자체 최고 시청률 4.7%로 종영했다.
성폭력 피해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윤라영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뉴스데스크 앞에서는 로펌의 대외적 메신저 역할을 하는 ‘핫’한 변호사지만, 집에 돌아오면 삼중 잠금된 문을 몇 번씩 확인하고 거실에서 잠드는 인물. 그는 “법정 드라마라 감정 신이 적을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 신이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라영은 잔다르크 같은 인물은 아니에요. 정의감 때문에만 싸우는 게 아니라 그저 버티며 살아가는 인물이죠. 그러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못하고 무너지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극 중 라영이 커넥트인의 피해자 조유정(박세현)에게 던지는 “네가 왜 죽어. 죽느니 죽여, 그런 마음으로 살란 말이야”라는 말 역시 라영 자신에게 건네는 주문이었다는 설명이다.
뜨거운 워맨스 케미를 함께 만든 정은채와 이청아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이나영은 “20년 지기면 사실상 멜로 느낌 아닌가. 친구 영화도 열심히 찾아보고 팔짱을 낄지, 어느 정도 스킨십이 자연스러울지 고민이 많았다”며 “막상 촬영이 이어지니 서로 눈만 봐도 눈물이 나서 쳐다보지를 못했다. 카메라에 안 나오는 순간에도 서로 감정을 잡아주며 응원했다”고 전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기를 그린 ‘로맨스는 별책부록’(2019),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떠나는 딱 하루의 여행을 담은 ‘박하경 여행기’(2023),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는 독립 영화 ‘신원 미상’(2025)까지. 다작과는 거리가 멀지만 한 걸음씩 꾹꾹 눌러 담은 행보다.
“다르덴 형제의 ‘로제타’, 장예모 감독의 ‘귀주 이야기’ 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시대의 화두를 던지는 작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상처를 품은 인물에게 마음이 가요. 나중에 보면 제 선택들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보일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저는 그때그때 한 발 한 발에 집중하면서 가려고요.”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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