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평화와 설명 가능한 전쟁

2026. 3. 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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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
목회사회학


이스라엘에서 사람들이 만나면 서로 ‘샬롬’이라고 인사한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평화라는 의미다. 이들은 만날 때마다 서로에게 평화를 기원한다. 무슬림은 공통적으로 인사할 때 ‘아쌀라무 알라이쿰’(당신에게 평화를)이라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쌀람’, 즉 평화를 기원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같은 뿌리의 두 종교를 섬기며 신의 평화를 기원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 평화다.

현실에서는 이 지역이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린다. 현재도 이란을 상대로 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하고 있다. 뉴스를 통해 보면 이 지역에서는 쉴 새 없이 폭탄이 터지고, 불이 나고, 사람이 죽어간다. 이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결국 전쟁은 중동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각 곳에서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들고, 방공 요격미사일이 맞대응하면서 땅보다는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기한 일은 전쟁이 발발한 지 이미 2주가 되었는데 지상에서의 격돌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전쟁의 축이 되는 세 나라는 심지어 국경을 마주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 이란과 이스라엘, 그리고 주변국에서는 연일 폭격과 미사일 등으로 격렬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놓은 결과다. 기술의 발전은 무기의 발전으로 이어져 전력의 보편화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과거처럼 거대한 힘을 가진 나라가 쉽게 한 나라를 점령하고, 지배할 수 없게 됐다.

2003년 미국은 영국과 함께 이라크를 침공한 적이 있다. 당시 전쟁은 공습 20일 만에 미군이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하며 끝이 났다. 미국은 압도적 힘으로 밀어붙였고, 그러한 힘은 중동의 유력한 한 국가를 20일 만에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란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금도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과 주변국을 폭격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은 값싼 드론의 역할이다. 한 대에 2만 달러, 한화로 약 3000만원짜리 드론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드론을 막기 위해 300만 달러, 약 45억짜리 방어미사일을 사용해야 한다. 제작도 어렵지 않기에 계속 조달될 가능성도 크다. 이 전쟁의 양상을 쉽게 재단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미 강대국의 패권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서 증명됐다. 러시아는 원래 3일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2주 내에 전쟁 종료를 선언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강력하게 맞섰고, 서방의 지원으로 무기는 계속 공급됐다. 결국 이 전쟁은 4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기술이 발전되고 보편화된 세상에서 결코 군사적 약자는 없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예측할 수 없는 이 전쟁이 어디로 갈지 쉽게 단정 지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더욱 세계는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가 전쟁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말이 매일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거짓말과 호도, 허세와 현실이 오고 간다. 그럴 때마다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세계의 뉴스가 매일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정세를 읽어보려고 달려들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전쟁의 끔찍함이 희화화된다. 세계의 정세가, 수많은 생명이 어떤 원칙이나 가치, 또는 합리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격 내지는 처세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드라마 같다. 세계의 평화가 트럼프나 푸틴, 네타냐후 같은 몇몇 인물로 치환되지 않았으면 한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정당한 이유와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샬롬의 땅 중동에서 진정한 평화의 소식이 전해지길 기원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
목회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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