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편 첫날, 사법수장 고발당했다
![‘사법 3법’ 공포·시행 첫날인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형법 제123조의2(법왜곡죄)를 근거로 고발됐다. [뉴스1]](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3/joongang/20260313002704139sbwd.jpg)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 시행 첫날인 1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왜곡 혐의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됐다. 지난해 5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과 관련해서다. 이날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양문석(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보겠다”며 재판소원을 예고했다.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가 낸 고발장엔 “조 대법원장, 박영재 대법관이 이 대통령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형사소송법상 규정된 ‘서면주의’를 의도적으로 어겨 법왜곡죄를 저질렀다”고 기재돼 있다. 대법관들이 9일 만에 7만여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검토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3월 26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2심 선고가 나오자 4월 22일 박 대법관을 주심으로 지정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이 변호사는 법왜곡죄가 시행되기 전인 지난 2일에도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조 대법원장, 박 대법관을 법왜곡죄로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국민신문고 온라인으로 접수시켰다. 그는 “법 시행에 따라 즉시 수사에 나서줄 것을 대비해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해당 고발 건은 경기도 용인 서부경찰서에 배당돼 있다. 이 변호사는 “추가로 법률전문가가 있는 공수처에 고발했다”며 “공수처는 지난해 시민단체가 조 대법원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므로 법왜곡죄 고발 사건은 관련 사건으로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경찰이나 공수처가 이 변호사 주장을 받아들여 조 대법원장을 정식 입건하면 사법부는 극심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현직 사법부 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의 소환조사를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검찰 송치와 기소까지 되면 대법원장이 하급심인 1, 2심 재판부 피고인석에 서는 초유의 사태까지 일어난다. 경찰과 검찰의 처분, 법원의 판단이 재차 법왜곡죄 고발 대상이 돼 조 대법원장 대상 수사·재판이 무한 반복되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법왜곡죄는 형사사건을 맡은 판검사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및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법을 왜곡할 때 10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재판소원 대혼돈…최악 땐 안산갑 의원 없거나 2명 될 판

양 의원은 선고 직후 페이스북에 “대법 판결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면서도 “만약 대법 판결에 우리 가족의 기본권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변호인단과 상의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려 한다”고 적었다.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하겠다는 뜻이다. 양 의원이 재판소원과 함께 대법 선고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신청하고 헌재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양 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되는지, 그렇다면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안산갑 지역구의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 등 초유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안산갑에는 지역구 의원 2명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나온다.
양 의원은 배우자와 2021년 4월 대학생이었던 자녀 명의로 새마을금고에서 11억원에 달하는 기업 운전자금을 대출받아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 매입에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양 의원은 22대 총선을 앞두고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2024년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위 해명글을 올렸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양 의원이 재판소원을 청구하면 지역구인 안산갑은 보궐선거를 둘러싸고 혼란이 불가피하다. 현재 안산갑에는 지역구가 안산단원을이었던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개정된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받은 때에 종국 결정의 선고 시까지 심판 대상이 된 공권력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가처분 신청으로 의원직 상실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양 의원의 의원직 상실형은 유지된다. 이 경우 양 의원 지역구인 안산시갑은 보궐선거 대상이 되고, 6월 3일엔 후임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문제는 헌재가 보궐선거 이후 양 의원의 재판소원을 인용할 경우다. 새 지역구 국회의원이 선출됐는데, 재판소원 결과에 따라 의원직 상실형을 확정한 재판의 효력이 취소되며 안산갑 의원이 두 명이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면 재판소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양 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만약 헌재가 재판소원 청구에 대한 결론을 4월 30일까지 내지 않으면 안산갑 지역구는 보궐선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경우의 수도 있다. 헌재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음에도 정작 재판소원 청구를 기각할 때다. “의원직 상실이 맞는데 시간만 끌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때는 안산갑의 지역구 의원이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인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무조건 재판소원을 청구하지 않겠냐”며 “(비리를 저지르고도) 4년 임기를 다 채우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소원은 권력자와 재력가를 위한 제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김보름·최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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