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당내 불만에 뒤늦은 대응…권력투쟁 의심 커지는 '공소취소 거래설'
김어준, 고발 대상엔 '미포함'
"金 저의 의심"…견제 나선 친명
전대 앞두고 영향력 축소 나선 듯

이재명 정부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와 검찰개혁안을 맞바꾸려 했다는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의 여진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음모론'이라며 거센 반발과 함께, 당 지도부의 소극적인 대처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청래 대표는 강력 대응을 선언했지만, 뒤늦은 대처에 당내 일부에선 시선이 곱지 않은 분위기다.
정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의원들이 상당히 분노하고 규탄하는데, 당에서 엄정하게 조처하겠다"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을 뒤흔든 '공소 취소 거래설'은 친여(親與)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서 제기됐다. 해당 방송에 출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 씨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 검사들에게 '대통령의 뜻이니 공소를 취소하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이 주제였던 방송에서 이 음모론이 나왔고, 사실상 이재명 정부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위해 검찰 개편안을 거래 대상으로 제시했다는 취지로 인식됐다.
문제는 이 주장으로 인해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분출됐고, 해당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지목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고, 보완수사권과 연관 지어 메시지나 문자를 전달한 사실도 없다"고 일축했다. 여기에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도 해당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거들었다.
유튜브 방송의 한 출연자의 주장으로 본다면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주장이 김 씨 방송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큰 상황이다. 그동안 김 씨는 직·간접적으로 민주당에 영향을 미친 인물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권 출범에 역할을 톡톡히 했을 정도로 우군으로 꼽혔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간 합당 사태 전후로 당내 평가는 뒤집어졌다.
당시 김 씨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합당 찬성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다만 이 합당 사태는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문(친정청래·문재인)계 계파 갈등으로 연결되면서, 친명계 지지층의 김 씨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으로 변했다. 여기에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갈등, 김 씨가 운영하는 '반명'(반이재명) 성격이 짙은 인터넷 매체·커뮤니티 딴지일보 논란 등이 부정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김 씨 방송에서 이재명 정부를 흔들 수 있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민주당 내 권력 투쟁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다. 더욱이 KBS 기자 출신 홍사훈 씨 이 방송에서 거래설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주장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친명계 한준호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당내에서 해당 음모론에 대해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지만, 지도부가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모양새가 되면서 의심은 증폭됐다. 논란이 확산된 11일 정 대표는 인천에서 민생 행보에 나섰는데, 해당 음모론에 대한 당 입장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알다시피 오늘은 새우잡이를 하러 오지 않았나"며 말을 아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당내 일부에선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당에서 법적 조치에 나서는가'라는 진행자의 질의에 "저도 당에 물어보고 싶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매우 심각한 명예훼손 및 허위유포임에도 불구하고 왜 미적지근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결국 지도부는 당내 요구에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김성회·백승아 의원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강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에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법적 고발을 포함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은 이에 따라 해당 음모론을 제기한 장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 씨는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 국민소통위원회 소속 김동아 의원은 이날 장 씨 고발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출연자가 허위 사실을 얘기했다고 해서 대표이사를 고발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당은 김 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일부에선 김 씨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하는 탓에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지도부가 강력 대응을 선언했음에도 당내 일부에선 김 씨에 대한 견제가 여전하다. 이는 최대 우군이었던 김 씨가 사실상 이 대통령을 견제하고 있다는 의심이 영향을 미쳤고, 나아가 친청·친문계가 차기 전당대회에서도 주류 위치를 굳힐 수 있도록 김 씨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들 입맛에 맞게 정치와 정권을 길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며 김 씨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근 김 씨를 비롯해 일부 뉴미디어와 정치 주변 세력은 근거 없는 '공소 취소 거래설'을 확산시키며 여론을 왜곡하고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음모론이 나오자마자 국민의힘이 기다렸다는 듯이 특검을 추진하자고 압박하면서 '국정농단' 운운하는 것을 보니, 공소취소 거래설을 최초 언급한 세력의 저의가 과연 무엇인지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김 씨에 대한 문제점을 직접 거론했지만, 이 외에도 당내 일부에선 우회적으로 김 씨 영향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 실정이다. 특히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과 손잡고 대통령의 손발을 묶어 국정을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 되고 싶었던 것인가"라면서 "과거 무책임한 음모론으로 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던 수구 언론과 다를 바 없다"고 직격했다.
여권 일부에선 친명계 인사들이 김 씨 견제에 나서는 배경에 6·3 지방선거, 나아가 차기 전당대회와 23대 총선에서 영향력을 감소시키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물밑에선 여전히 권력 투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위 '빅 스피커'인 김 씨의 영향력은 친명계 입장에선 넘어야 할 과제로 평가된다. 이에 '공소 취소 거래설'을 고리로 이번 기회에 영향력 감소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씨 영향력을 이번 기회에 감소시키려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김 씨는 의도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사실상 이 대통령 흔들기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이상 김 씨와 우호적인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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