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는 공천룰…예외없이 적용해야”
범죄 유형별 차별적 '전과' 기준 제시
투명하게 과정 공개해야 신뢰 회복
시민·유권자 의견 반영 장치 도입을
신인·청년 진입 장벽 낮추고 육성 필요
정치권, 유권자에 책임지는 공천해야


6·3 지방선거 경기지역 정당별로 공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당 공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과 이력 후보 공천과 불투명한 심사 과정 등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온 만큼 단순한 규정 강화가 아니라 공천 기준의 일관성과 절차의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일보 2월10일자 1면, 2월19일자 1·3면, 2월24일자·3월3일자 3면>
1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우선 '전과'라는 개념 자체를 보다 정교하게 구분해 공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모든 전과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기보다 범죄 유형에 따른 차별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과도 생활사범인지, 부패범인지, 폭력범인지, 정치적 사건인지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부패 범죄나 음주운전 같은 민생 관련 범죄는 강하게 적용해 공천 문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공천 과정에서 예외가 반복되면 제도 자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그 기준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라며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내려지는 구조라면 유권자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 확보 역시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시민사회는 후보 검증 과정과 공천 결정 이유를 유권자에게 공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건형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은 "유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천 기준을 마련하고, 어떤 이유로 후보자가 공천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천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처럼 정당 내부 판단에만 맡기는 구조에서는 공천 과정이 폐쇄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노 처장은 "여론조사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천 심사 과정에 무작위 시민 참여나 유권자 의견을 반영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신인과 청년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보완도 과제로 꼽힌다. 자금력과 조직력이 있는 후보에게 유리한 현재의 구조에서는 공천 경쟁 자체가 불균형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처장은 "청년 정치인이나 정치 신인이 성장할 수 있는 정당 내부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선거 기탁금 완화나 정치 경험을 단계적으로 쌓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장기적으로 공천 경쟁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국 공천 제도의 핵심은 '신뢰'를 어떻게 시스템으로 구현할 것인가에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규정의 강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정당에게 공천의 윤리 기준과 제도적 투명성을 다시 묻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같은 기준을 세우고도 적용이 제각각이면 공천 제도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과 적용이 공천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당이 공천을 단순한 내부 절차가 아니라 유권자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일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경훈·박다예 기자 pdyes@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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