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단장 첫 연출작 ‘빅 마더'…"대중성·동시대성 모두 갖춘 작품"

박병희 2026. 3. 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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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연극상 등 잇단 수상…최연소 단장
빅데이터 시대 여론 조작 풍자한 연극
빅 마더는 포근함으로 위장한 감시 권력

"'빅 마더'는 만나기 쉽지 않은, 대중성과 동시대성을 모두 갖춘 희곡이라고 생각한다."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이 지난해 11월 취임 후 첫 연출작을 선보인다. 오는 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빅 마더에는 뉴욕 탐사보도 기자 4명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성추문 영상이 공개되며 미국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 4명의 기자가 영상의 진위를 추적하던 중, 정치·미디어·빅데이터가 결탁하고, 정교하게 '조작된 사실'이 범람하는 오늘날 현대 사회의 단면이 드러난다.

이준우 단장은 "대중성과 동시대성 두 가지를 균형적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몰입하며 따라갈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우 서울시극단장이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장 취임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출작 '빅 마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지난해 말 이 단장의 취임은 연극계의 화제를 모았다. 1985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단장이었던 데다 화려한 수상 이력으로 한창 연극계의 주목을 받고 있던 연출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2020년 초연한 연극 '왕서개 이야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고, 이듬해 초연한 연극 '붉은 낙엽'으로 동아연극상 작품상·신인연출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휩쓸었다. 2024년에 초연한 뮤지컬 '홍련'으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을, 지난해 연극 '원칙'으로 서울연극제 우수상을 받았다. 연출 제안이 잇따르고 한창 그가 연출한 많은 작품이 공연되던 중 그는 서울시극단장 공모에 지원했다.

"여러 작업을 하면서 공연을 올리기에 급급하거나 정작 하고 싶은 작업을 못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시간을 두고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한편에서 커졌고, 서울시극단 단장이 되면 당장은 아니지만 시간을 갖고 작품을 개발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기관에서의 작업에 대한 궁금함, 좋은 창작진과 훌륭한 작품을 연결해주는 프로듀싱의 기회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했다."

단장으로서 연출을 맡아 처음 선보이는 빅 마더는 프랑스 극작가 멜로디 무레의 작품이다. 프랑스 연극계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준우 단장은 "자본 논리와 데이터 독재, 개인적인 가족 관계 때문에 길을 잃었던 기자들이 시련을 겪고 난 뒤 기자 본연의 임무로 회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빅데이터 시대의 정보가 어떻게 조작되고 권력화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데 사실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마냥 진지하지만은 않고 오히려 가볍고 유머스러우면서 풍자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빅데이터 시대의 여론 조작과 함께 중심인물인 4명 기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중심을 이루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우 서울시극단장, 유성주, 최나라, 조한철 배우가 12일 세종문화회관에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극에 등장하는 기자 4명은 오웬 그린 편집국장과 젊은 기자 줄리아 로빈슨, 알렉스 쿡, 케이트 블랙웰이다. 오웬 그린 국장은 과거 전설적인 기자였지만 지금은 국장으로서 현실과 어느정도 타협하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본인의 일에 매진한 탓에 가족과의 관계가 좀 소홀해진, 특히 딸과의 관계가 좋지 않다. 줄리아 로빈슨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냉소적이고 일에만 몰두한다. 알렉스 쿡은 신문사 사장 아들로 낙하산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더 열심히 야망을 갖고 일한다. 케이트 블랙웰은 정치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기후위기를 파헤친다.

제목 빅 마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떠올리게 한다. 이 단장은 "빅 브라더가 강력한 통제 권력을 의미한다면, 빅 마더는 엄마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얼굴로 다가와 우리의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을 조작하는 현상을 비유한다"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익숙한 알고리즘에 길들여지는 지금의 위험한 환경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오웬 그린 편집국장 역에 조한철과 유성주, 알렉스 쿡 역에 이강욱과 김세환이 출연한다. 줄리아 로빈슨 역은 신윤지, 케이트 블랙웰 역은 서울시극단 단원 최나라가 맡는다. 그 외 서울시극단 김신기, 극단 여행자의 배우 김은희, 제61회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받은 최호영, 제46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을 받은 조수연이 함께한다.

빅 마더는 오는 30일 개막해 4월25일까지 공연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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