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강력대응" 한다던 정청래… 김어준은 고발서 뺐다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 방송에서 제기된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거래설’을 두고 여권의 대응 수위가 규탄에서 고발로 한층 높아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일각에서 뜬금없이 공소취소 거래설이 난무하는데 상상할 수도 없고, 있는 일도 아니다. 당에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도 상당히 분노하고 규탄을 하고 계신다.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전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성토한 데 이어, 이날도 “민주파출소급이 아니라 민주경찰서에서 대응해야 한다”(김영진 의원, MBC라디오),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인데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한준호 의원, YTN 라디오) 등 친명계의 성토가 쏟아지자 정 대표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정 대표 발언 직후 민주당은 김어준씨 방송에서 거래설을 제기한 전직 기자 장인수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방송 당시 장씨에게 “큰 취재를 했다”며 동조했던 김씨와 유튜브 채널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적 검토 결과 김씨에게는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당 설명이다. 지난 10일 방송에서 장씨의 거래설 주장을 ‘특종’이라고 치켜세웠던 김씨는 이날 방송에선 “기자끼리는 특종을 미리 꺼내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이 모른다. 미리 절대 말하지 않는다”며 장씨와의 사전 조율설을 부인했다. 또한 장씨에 대한 취재원 공개 요구에 대해선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사퇴하게 만든 딥스로트(내부 제보자)가 누군지 밝혀진 게 33년 후”라며 워터게이트 스캔들 사례를 들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가 김씨 방송을 공개 비판하고 법적 조치까지 취한 것은 이례적이다. 227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김씨는 진영 내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씨가 방송에서 “차렷, 절”이라는 구령을 외치자 민주당 후보들이 넙죽 절을 했던 장면은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민주당의 전직 의원은 “총선 공천 국면에서 어렵사리 스튜디오에 찾아갔더니 대기실에 10명이 넘는 현직 의원이 대기하고 있어 놀랐다”고 전했다.

특히 정 대표는 김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라고 주장할 정도로 이들 지지층에 의존해 왔다. 공취소 거래설이 제기됐던 10일에도 정 대표는 딴지일보 게시판에 “10년 전 저는 컷오프가 됐다. 이젠 대표로서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런 정 대표가 공개 대응에 나서자 여권에선 “둑이 무너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결국 정 대표가 당내 반응을 살피다가 김어준을 감쌀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면서도 “오늘도 김씨를 직접 언급하거나 음모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김씨 지지자를 의식한 것”이라고 했다.

공소취소 거래설을 계기로 커진 김씨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누적된 불만의 표출”(민주당 재선 의원)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잖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김씨가 최소한의 팩트 체크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특정 정치인을 위한 스피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초선 의원은 “김씨 유튜브를 안 본 지 한 달 됐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불러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합당 논란이나 전준철 특별검사 추천 등 진영 내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김씨가 대놓고 정 대표를 두둔하자 불만은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게 여권 일각의 시선이다. 김씨는 당시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거나 “청와대 민정이 거르지 않은 게 문제”라며 정 대표를 두둔했고, 이 대통령을 향해선 냉소적 시선을 드러내 왔다. 지난 9일엔 검찰 개혁안을 두고 “이 대통령은 객관 강박이 좀 있다. 스스로 레드팀을 자행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뉴이재명’으로 불리는 새로운 당원이 유입돼 지지층이 분화된 점도 김씨 영향력 약화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9월 김씨 유튜브에 100여명의 민주당 의원이 출연했다는 기사가 논란이 됐을 때 당내에서 처음으로 김씨를 공개 비판했던 곽상언 의원은 “과거에는 의원들이 당 주류와 유튜브 권력을 한 몸으로 여겼지만, 지지층이 다양해지면서 그 힘의 균형이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인·오소영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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