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흥행? 화장실에서 확신이 들었다"

장혜령 2026. 3. 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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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

[장혜령 기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2024년 <범죄도시 4> 이후 2년 만에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그동안 극장을 떠났던 민심은 사나웠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옮겨간 관객과 시청자는 돌아오지 않았고 극장 개봉 영화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요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좋은 평가를 얻으며 덩달아 한국 극장가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블라인드 시사 반응이 좋아 개봉일을 앞당겼고 명절 특수를 노린 게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가족 구성원 모두의 구미를 맞춘 것도 한몫을 차지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만한 소재로 가족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흥행공식의 척도인 입소문의 힘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영화의 인기는 신드롬이 되었고 단종 문화제, 영월 관광 특수로까지 번졌다.

지난 11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제작사 '온다웍스'의 임은정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획 단계부터 제작·개봉까지의 비하인드부터 창립작으로 천만 영화가 가능했던 전반적인 과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
ⓒ 쇼박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글이다.

- 천만 영화 등극을 축하한다. 흥행에 대한 확신은 있었나.
"개봉일 스코어를 봤을 때는 손익분기점만 달성하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100만 명 돌파했을 때는 너무 기뻤고, 손익분기점(260만)이 설 연휴 정도였는데 그 주를 잊지 못한다. 인기를 체감했던 순간은 무대 인사 문화를 접했을 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뭔가가 터질 거라는 기미를 보지는 못했다. 언론시사 이후 평이 좋아서 용기를 얻고 있었는데 일반 시사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확신이 들었다. 흔히 화장실 지표라고 하잖나.(웃음) 화장실에서 우는소리가 들렸고, 배우 이름이 들리면서 호평하기도 했다. 연령대도 다양해서 잘하면 N차관람을 하겠구나 싶었다."

- 스코어 갱신이 연일 무서운 기세다.
"고무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욕심은 없다. 순위가 중요하지는 않다. <왕과 사는 남자>가 마중물이 되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부담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미끄러질 때가 있다'는 항준적 사고(?)를 하면서 두려워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웃음)"

- 영화 시장이 지난 몇 년간 힘들었다. 팬데믹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년 만에 등장한 천만 영화다. 제작자로서 흥행요인을 꼽자면?
"극장에 대한 그리움이 오랫동안 쌓여있었는데 때마침 우리 영화가 등장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영화잖나. 극장을 찾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경험이지 싶다.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웃는 경험을 되찾아준 것이다. 처음 극장을 경험하는 세대에게는 이런 장점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중고등학생들이 N차 관람을 해서 놀랐다. '과연 극장을 찾을 다음 세대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너무 반가운 현상이다."

- 최근 표절 의혹이 있었다.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란 단호한 태도를 보였는데.
"입장은 표명했고, 오해는 성실하게 대응하면 된다.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특별히 소명할 것이 없다. 저희가 시장에 나와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한 게 아니다. 저희 쪽에는 단계적인 작업물이 존재한다. 계약 후 작업이 진행되었고, 회의 피드백도 저장되어 있다. 유족 측이 주장하는 대본을 본 것도 아니라서 인과성(창작물의 접했을 가능성)이 없다.

황성구 작가님과 논의를 거쳤다. 작가님이 제주도의 추사 김정희 박물관의 기록을 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유배지에 내려온 양반이 전화위복 이후 복직되면서 좋은 일이 있었다는 사례가 실제 있었다. 이 부분을 현대적 욕망으로 풀어 극적인 이야기를 써보자는 취지에서 초고가 완성됐다(편집자주: 2019년 세상을 떠난 연극 배우 A 씨의 유족은 '온다웍스' 측에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유족은 A씨가 2000년 쓰고, 세상을 떠나기 1년 전까지도 방송사 등에 투고했던 드라마 대본 '엄흥도'가 영화 '왕사남'의 내용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천만 영화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공통점은 '왕'과 '남자'다. <왕과 사는 남자>가 원래 제목이었나.
"원래 트리트먼트 단계 때는 <흥도: 왕과 함께 사는 양반>이었다. 이후 황 작가님과 초고를 쓰면서 <왕과 함께 사는 남자>가 되었고 이후 두세 번의 원고 수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함께'를 뺐다. 제목 공모를 해볼까도 생각했었는데 지금 제목이 적격이었다. 자칫 퀴어 코드로 오해를 살까 봐도 걱정되었으나,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잘 짚어주면 된다고 판단했다. 배급사와도 의기투합돼서 지켜낸 제목이다."

- 사극 장르가 처음인 장항준 감독을 적임자로 생각한 이유가 있었나.
"엄흥도와 이홍위 두 인물의 정서와 감정을 가장 따뜻하게 표현해 줄 분이었다. 이 부분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했던 때 영화 <리바운드>를 보게 되었다. 저도 업계에서 일하면서 감독님에 관한 소문을 어느 정도 인지했었지만 다르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다. 초고를 다시 쓸 훌륭한 각본가이자 연출할 사람이었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 드라마 <사인>, 예능 <무한상사>, 영화 <기억의 밤> 등을 보면서 준수한 연출자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이 기본으로 있었는데 <리바운드>에서의 따스함과 방송에서 보여주신 성실함, 역사 예능의 멘트들을 보면서 관심 가져 주실 거 같았다. 제가 원하는 어른으로서 리더가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 영화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었고, '단종 오빠 신드롬'으로까지 확산됐다. 배우 박지훈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1020 세대의 방식으로 적극적인 소셜미디어(SNS) 소비가 확산될지는 몰랐다.(웃음) 나이는 어리지만 계급이 높은 왕과 나이 많은 시골 촌장과의 우정을 가져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런 기획이 박지훈이라는 배우와 결합한 결과다. 캐스팅 단계 때부터 느낌이 왔고, 오랫동안 길이 남을 단종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약한영웅>을 보기도 했지만 배우 자체의 인성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돌 출신이지만 연기 열정이 크고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고 해서 감독님과 만나 합을 맞춰 보면 어떨지 싶었다."

- 관람 연령 폭이 넓은데 배우 유해진 캐스팅도 한 몫 한 것 같다.
"유해진 배우님이 장고하는 스타일인데 저희는 운 좋게 2개월 반에서 3개월 정도 걸렸다. 짧게 걸린 편이라 자부심이 크다.(웃음)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 마침 장항준 감독님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영화 <도그데이즈> 홍보차 유튜브에서 두 분이 수다를 떨었던 게 발단이 되었다. 감독님이 이런 걸 하게 되었다고 넌지시 얘기했는데 배우님이 솔깃해 하더라. 그래서 감독님과 열흘 정도 동고동락하면서 시나리오를 고쳤다. 두 번 정도 수정한 시나리오를 보여 드리면서 배우님이 제안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더니 믿음을 주셨고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 <왕과 사는 남자>의 해외 반응도 심상치 않은데.
"미국, 호주, 캐나다, 영국에서 개봉했고, 대만과 일본은 개봉 예정이며, 동남아 쪽은 아직이다. 보통 사극은 성적이 좋지 못할 거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미국 성적이 좋더라. 한국 관객도 유럽이나 미국의 사극을 재미있게 보듯이 한국 사극에도 관심 가져 주길 바라고 있다."

창립작 천만의 무게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 쇼박스
- 영화 분야 중에서도 프로듀서(PD)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고등학생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국어국문과를 전공했다.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후반에 봤던 영화가 삶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대학에서 영상 PD로 방송국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 영화 쪽에서 스토리를 다룰 수 있는 분야를 알아봤다.

사실 국문과 출신으로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나갈 일이 없는데 지도 교수님에게 사정해서 호주의 영화학교를 가게 되었다. 외국의 영화 산업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 그때 PD라는 포지션에 주목했다. 단편 연출도 했었지만 뭘 해야 할지 확신이 없었던 때였고, 생각해 보니 남의 재능을 발굴하는 걸 잘하더라. 이후 상업 영화에 관심이 생겨서 CJ ENM의 기획 개발 공고를 보고 투자팀 인턴 PD로 지원했다."

- <왕과 사는 남자>가 온다웍스의 창립작이 된 과정이 궁금하다.
"CJ ENM 영화사업부 투자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기획 제작팀 프로듀서로 일했다. <왕가 사는 남자>는 처음 만난 세 작품 중 하나였다. <연애 빠진 로맨스>랑 원작 있는 공포물(미제작),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였다. 로코물과 공포물은 신입 PD가 전략적으로 할 만한 것들이었고, <왕과 사는 남자>는 의미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사극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역사적 사건 속 바로 옆에 있었던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꿈이 있었다. <타인의 삶>이나 <킹스 스피치> 같은 영화를 좋아했던 취향도 반영됐다.

신인 작가(원안자)와 시나리오를 개발하려다 보니 여러 아이디어를 다 담아야 했고 초고까지 만드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시나리오 트리트먼트 단계에서 원안으로만 마무리했다. 이후 황 작가에게 제안해 2020년 초에 시나리오가 나왔다. 하지만 팬데믹이 겹치면서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스스로 5년 안에 타이밍이 오면 반드시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다가 퇴사 후 황 작가와 재개했다. 회사에서 작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작가에게 권리를 드렸고 이후에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 대기업을 퇴사하고 30대에 회사 대표가 된 이유는?
"성공하겠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기획 PD로 일하다 보면 작가가 저만 바라보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님들은 스태프와 협업하면서 동료가 있지만 작가의 유일한 동료는 PD이고, PD와 믿음으로 작업하게 된다. 그래서 PD의 1차 목표는 무조건 영화화이다. 하지만 회사의 판단이든, 외부적인 요인이든, 실패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한정된 기회를 넘어 영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타이밍이 생겼다. 퇴사할 때 업계가 좋지 못하긴 했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을 이야기다. 뭘 믿고 나오냐'며 말리는 조언도 있었다. 저를 믿는 작가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다음이 있다고 생각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2023년 4월에 온다웍스를 창립했다."

- 온다웍스의 뜻은.
"온다가 서핑 용어다. 체격 좋은 서퍼들이 파도가 다가오면 '온다 온다!'라고 하면서 설레하는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훗날 회사를 차리면 '온다라고 지어야지' 생각만 하고 넣어두었다. 퇴사할 때 이직도 생각했지만 기획을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포르투갈로 한달살이 하러 갔었는데 계시처럼 '온다'라는 서핑 숍을 발견했다. 한번 운을 믿어보면 재미있게 사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 싶어 회사 이름으로 짓게 되었다."

- 콘텐츠가 OTT로 소비되는 환경에서 극장 흥행작을 만들어 낸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감독님은 이 영화를 만들어야만 하는 가이드라인과 명확한 시대정신이 있었다. 영화 속에서 단종과 금성대군의 서신 장면과 내레이션을 좋아하는데 (저희끼리도) 이런 소통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기획 단계부터 관객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는 로드맵을 설계하고 치밀하게 그 지점을 건드려야 한다. 단순히 재미로만 치부되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단계부터 면밀히 진행되어야 관객의 취향을 맞출 수 있다.

저와 감독님의 생각이 일치했다. 유기적으로 세대 간의 존중이 있어야 좋은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는 의식이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참사에 대한 애도이기도 하다. 영화의 힘은 '기억'이다. 제가 이 영화를 기억하는 것처럼, 사회적 사건들을 기억하는 힌트가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한다."

- 천만 흥행이 한국 영화의 경사지만 제작자로서 부담도 클 것 같다. 차기작 라인업을 소개해 준다면.
"사실 아이템 부자다.(웃음) 김의석 감독님과 오랜 우정을 쌓고 있는데 경성을 배경으로 열차 내에서 벌어지는 장르물을 준비 중이다. 또 하나는 황 작가님 시나리오에 안태진 감독님의 연출로 조선을 배경으로 한 국경지대의 액션물을 준비 중이다. 시리즈는 현대극이지만 일단 영화만 이야기하겠다.(웃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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