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생각 듬뿍, 비 오는 날 산책 코스로 정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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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샘하듯 소리 없이 이어지는 긴 비는 평소 유일하게 즐기던 공원 산책을 가로막곤 한다.
집 앞 도로만 건너면 닿는 대형 쇼핑몰은 그런 면에서 꽤 괜찮은 대안처럼 보였고, 아내와 함께 그곳 복도를 걷는 것이 비 오는 날의 특별한 루틴이 되었다.
비록 밖에는 차가운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들의 교정을 걷는 이색적인 산책은 충분한 만족감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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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섭 기자]
3월에 들어섰지만 캐나다의 날씨는 여전히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다. 봄을 시샘하듯 소리 없이 이어지는 긴 비는 평소 유일하게 즐기던 공원 산책을 가로막곤 한다. 빗줄기를 피해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찾는 것이 숙제 중 하나다. 집 앞 도로만 건너면 닿는 대형 쇼핑몰은 그런 면에서 꽤 괜찮은 대안처럼 보였고, 아내와 함께 그곳 복도를 걷는 것이 비 오는 날의 특별한 루틴이 되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과 매끄러운 바닥,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품들 사이를 걷다 보면 운동이라기엔 무언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오직 '걷기'에만 집중하려 해도, 북적이는 쇼핑객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신경 써야 하는 부담감이 앞섰다. 인파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마음은 금세 피로해졌고, 걷기의 본질인 사색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길게 이어지는 우기를 버티기 위해 찾아낸 쇼핑몰이었지만, 결국 이곳은 진정한 의미의 산책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새로운 산책길
뜻밖에 가까운 대학 캠퍼스를 생각해 냈다. 젊은이들의 꿈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캠퍼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왠지 모를 활력이 전해진다. 학생으로 둔갑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모습이지만, 마음 만큼은 젊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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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이 시원하게 트인 천장 구조와 운동장 트랙처럼 굽어지는 복도가 인상적인 대학 건물 내부 |
| ⓒ 김종섭 |
복도의 투명한 유리 난간 너머로는 아래층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유선형 트랙 모양을 따라 복도를 한 바퀴, 두 바퀴 굽이굽이 걷다 보면 결국 내가 시작했던 자리로 정직하게 돌아오게 된다. 보통의 산책길은 직선의 길에서 앞만 보고 걷지만, 이와는 달리 실내에서 마치 대운동장 트랙 위를 걷는 듯한 기분으로 걸음의 속도를 조절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대학 캠퍼스 복도에서는 사람에 치여 걸음을 멈출 필요가 없다. 복도 군데군데에는 책상이 놓여 있어 마치 복도 전체가 거대한 도서관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학생들이 노트북을 펼쳐두고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거나 자판을 두드리는 손짓을 곁에서 보며 걷는 일은 이색적인 산책의 묘미를 더해준다.
그 풍경 속에 섞여 걷다 보니 나 또한 다시 학생이 된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언젠가 이 복도를 걸었을 아들의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아들은 이 길을 걸으며 어떤 미래를 꿈꿨을까.
비록 밖에는 차가운 비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들의 교정을 걷는 이색적인 산책은 충분한 만족감을 만들어 주었다. 번잡한 쇼핑몰의 복도보다 꾸밈 없는 곡선이 살아있는 대학의 복도가 마음을 훨씬 편안하게 채워주었다. 3월에도 여전히 비가 잦은 이곳에서 아늑한 장소를 찾아낸 것 같아 든든하다. 이제 비 오는 날이면 간간이 대학을 찾게 될 것 같다. 마치 나만의 소중한 아지트를 새로 발견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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