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를 외쳤던 선배들, 그들의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

화성시민신문 박정준 2026. 3. 12.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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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118년 지난 지금도 동일노동·동일임금, 경력단절, 비정규직 문제 여전

[화성시민신문 박정준]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여성의 권리를 기념하는 날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성의 날은 여성들이 수동적으로 누군가 또는 정부로부터 축하를 받기 위해 시작된 날이 아닙니다.

여성의 날은 역사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권과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며 싸워온 과정에서 만들어진 날입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우리의 노동은 평등한가?", "여성 노동자는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고 있는가?", "동일노동에 동일한 임금이 보장되고 있는가?"를 묻고 싸워 쟁취한 날입니다. 이러한 투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여성의 날의 기원

여성의 날의 기원은 노동운동 역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는 약 1만 5000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봉제공장과 방직공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노동조건 개선,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투쟁은 이후 국제적인 여성 노동자 운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2년 뒤인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세계사회주의 여성회의에서 독일의 사회주의 운동가 클라라 체트킨은 여성 노동자 권리를 위한 국제 기념일을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자리 잡았고, 1975년 유엔은 이 날을 공식적으로 '세계 여성의 날'로 채택했습니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이 외쳤던 구호 중에는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빵'은 남성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임금을 의미하고,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합니다. 여성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한 환경개선과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를 동시에 요구한 노동자들의 날이 바로 여성의 날입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은 평등한가

오늘날 여성의 날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합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장을 들여다보면 여성 노동자들은 여전히 임금 격차, 승진 차별, 비정규직 집중, 돌봄 노동 부담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세계여성의 날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이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1908년 3월 8일 선배 여성노동자들이 제기했던 문제점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은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가. 출산과 돌봄이 왜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지는가. 여성 노동자는 왜 비정규직에 더 많이 집중되는가'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구조적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어,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노동법은 성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여성노동자가 성별로 인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법률에 기대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노동법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법률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법은 모집과 채용, 임금, 배치, 승진, 정년, 퇴직 등 고용 전 과정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법은 동일한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2003년 3월 14일, 대법원 역시 동일가치 노동이란 단순히 동일한 직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 노력, 책임, 작업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으로 같은 가치의 노동을 의미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선고 2002도3883 판결) 즉,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낮거나 승진에서 배제되는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차별을 경험한 노동자는 법적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진정/고소를 통해 부당하게 차별행위를 한 사업주를 처벌하거나, 노동위원회 차별 시정신청을 통해 차별받았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받아 볼수도 있습니다.

연대와 행동의 중요성

여성노동자들은 연대하여 세상에 맞서 나아가야만 합니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알고 있습니다.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는 부당함이나, 우리 사회의 구조속에서 발생하는 부당함은 법에 기대어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법적 절차만으로 노동의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차별은 개인에게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과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여성노동자 개인이 홀로 싸우기에는 너무 큰 문제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 여성의 날을 다시 돌아보면 중요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도, 노동조합의 결성도, 여성 참정권도 처음부터 법에 존재했던 것이 아닙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싸우면서 만들어 낸 결과였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싸웠기 때문에 이 날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는 그 출발점이었던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요구했던 것은 단순한 권리의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노동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였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을 돌아보면 여성노동자의 연대와 행동이 앞섰고, 법은 뒤따라 온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여성의 날은 과거를 기념하는 기념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라보고 연대와 행동을 결속하는 날입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서로 손을 잡고,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 할때 세계 여성의 날이 상징하는 평등이 비로소 현실이 될 것입니다. 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노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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