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열심히 일해서 부자될 가능성? 보고서에 담긴 현실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김윤태]
1990년대 이래 한국의 불평등은 통계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324로 OECD 평균(0.315)보다 높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WID)에 따르면, 국민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이후 2023년까지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중간층(소득 10~50%)의 비중은 소폭 증가했지만, 하위 50%의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소득 상위 10%와 하위 40%의 소득 점유율을 비교하는 팔마(Palma) 비율은 2009년 2.4에서 2023년 4.1로 급등해, 한국은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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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팔마 비율은 2009년 2.4에서 2023년 4.1로 급등했다. 한국은 선진국 중 가장 불평등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다. |
| ⓒ 옥스팜 |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거대한 분열'이 발생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모든 계층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급증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도 벌어졌다. 남녀 임금 격차와 노인 빈곤율,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상층과 하층의 분열이 커지면서 중간층이 빠르게 줄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크게 감소했다. 주관적 중간층 귀속 비율은 1995년에 92.4%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54.9%로 급감했고,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스스로를 서민·하위층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사회적 인식과 깊이 연결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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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급증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도 벌어졌다. |
| ⓒ 옥스팜 |
불평등은 단지 경제적 격차가 아니다. 영국 사회역학자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켓의 연구가 지적했듯, 극심한 빈부 격차는 상대적 박탈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킨다. 건강 악화, 행복감 저하, 자살 및 범죄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문제로도 이어진다.
불평등의 위계질서가 굳어지면서 여성·청년·노인·실업자·이주민·장애인 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인간적 존엄을 위협한다. 주거·교육·소비·언어의 격차가 커질수록 계층 간 인간적 접촉은 차단되고 사회적 단절이 심화한다. 한국인이 낯선 사람에게 느끼는 두려움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도 최고 수준이다.
불평등은 경쟁의 규칙 자체도 왜곡한다. 구조적 불평등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설명하면서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된다. 그 결과 입시 경쟁, 지위 경쟁, 부동산 투기 등 과잉 경쟁이 사회 전반에 퍼졌고, 한국의 사교육비, 성형수술 비용, 가계대출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취약한 사회 안전망은 '한 번 탈락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추락의 공포를 키운다. 2023년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선진국 최하위권이며, 자살률은 30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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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10명 중 2명이 대한민국 전체 주택 자산의 78%를 소유한다. |
| ⓒ 옥스팜 |
한국경제연구원의 2021년 조사에서 20대의 70.4%가 '열심히 일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청년들이 꼽은 근로 의욕 저하 1위 원인은 부동산 가격 폭등이었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절망감이 노력으로 보상 받을 수 있는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의 세습이다. 재벌 가문의 상속 부자가 주식 부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며, 세습적 지배 계급이 형성되는 반면, 빈곤층은 가난을 대물림하며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를 벗어나지 못한다. 청년 세대는 자신의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 세습 불평등 사회에 도래했다는 절망이 청년 세대 전반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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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세대는 자신의 능력보다 부모의 경제력이 운명이 결정한다고 믿는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 세습 불평등 사회 도래했다는 절망이 청년 세대 전반에 퍼져 있다. |
| ⓒ 셔터스톡 |
2020~2021년 문재인 정부 시기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상위층의 자산과 소득이 크게 늘었고, 그로 인해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청년층의 불만도 급등했다. 2022년 이후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와 긴축 정책은 불평등을 키웠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장기적 혁신의 토대도 흔들렸다. 2025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혁신 경제와 기본사회를 내세우며 기초연금 인상, 전 국민 고용보험 등 포용적 사회정책을 예고했다. 그러나 누진세 강화와 조세 정의 실현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이런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부동산 과세의 유예는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고,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가속화될수록 불평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성공한 혁신의 결과와 성장의 과실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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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스팜 도넛 리포트 |
| ⓒ 옥스팜 |
| <2026 옥스팜 도넛 보고서: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선택> |
| 이 글은 옥스팜 코리아가 출간한 <2026 옥스팜 도넛 보고서: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선택>(김윤태, 홍민기, 윤홍식, 전하람, 김윤정 공저)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이 주도한 국제구호기구로, 90개국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하고, 유엔과 협력해 가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정책 활동도 펼칩니다. 옥스팜은 2014년부터 전 세계 불평등 보고서를 발간하고,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촉구했습니다. 올해는 한국 불평등 보고서를 처음 출간했습니다. 보고서의 요약문과 전문 PDF 파일은 옥스팜 코리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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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 |
| ⓒ 본인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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