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텃밭의 계절, 변덕쟁이 농부로 변신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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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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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
| ⓒ 이지현 |
긴 겨울은 텃밭 농부에게 충전의 시간이다. 농부라 표현하니 대단해 보이지만 퇴직자에게 특별한 직함이 없으니 스스로 붙여준 나의 명함이다. 겨울 동안 동네 건강 생활 지원 센터에서 매일 오전 자전거 타기와 걷기, 어깨 운동을 열심히 하였다. 이제 마트에서 10kg 쌀을 구입하면 스스로 쌀포대를 들고 주방으로 향한다. 남편 퇴근을 기다려서 쌀을 옮겼던 이전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다.
시골이지만 건강 생활 지원 센터 맞은편에 예쁜 한옥 도서관이 있어 겨울에는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오마이뉴스> 책동네 코너를 보면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있다. 중년의 작가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소개한 책 <삶은 도서관>은 혼자서 피식 여러 번 웃었다.
사토 신이치의 <나이든 나와 살아가는 법>에서는 퇴직자의 지역 사회에서의 활동 편을 보고 "나도 잘살고 있구나"라며 위로했다. 건강 생활 지원 센터에서 운동하며 센터 협의체 지역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마을에 있는 교회에도 출석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는 한자 자격시험에 도전하여 한자 3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에게 한자 학습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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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매화 꽃과 산수유 |
| ⓒ 이지현 |
"하나님! 천지창조 하실 때 먹을 것만 만들지 왜 잡초를 만드셨나요? 쓸모없이 귀찮기만 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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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친구가 가져온 씨앗 (옥수수, 완두콩, 고수) |
| ⓒ 이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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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꽃(홍매실, 청매실) |
| ⓒ 이지현 |
텃밭 농부인 나의 모습은 영락없는 변덕쟁이 아이다. 파종을 했을 뿐인데 수확을 꿈꾸며 즐거워한다. 제초제는 멀리하고 잡초별곡을 부를 때에는 힘들다 투덜대면서 어린싹이 올라오면 감탄하고, 토실한 열매가 있어 나눌 때는 행복이 뿜뿜 한다. 은퇴 후 고향에 내려온 동네 친구가 지난 여름에 "텃밭의 로망이 원망이 되었다"고 했는데 "어제 군고구마가 너무 맛있었다고".활짝 웃었다. 변덕쟁이 텃밭 농부가 또 있구나.
스마트 농업 시대에 농업용 괭이와 호미를 사용하는 텃밭 농부는 쉽지는 않다. 겨울 동안 만든 내 근육의 가장 아름다운 소비를 텃밭에서 하고 있다니, 이게 맞나? 싶지만 그렇다고 더 아름다운 소비를 할 곳도 마땅치 않다. 성경 말씀을 생각하며 또 힘차게 농부의 길을 가려한다. 시편 126편 6절.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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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백꽃 |
| ⓒ 이지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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