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결핵환자, '결핵안심벨트'로 간병·영양·심리까지 통합 지원
노숙자·동반질환자, 간병비·영양보충식·격리이송비까지
국공립병원 20곳 참여…민간 '전원협의체'도 6곳으로 확대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는 A씨(69·남)는 심한 어지러움을 느껴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가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위해 2주간 입원하는 동안 건강보험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진료비와 입원비, 약제비 등에 대한 부담 없이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식대로 청구된 본인부담금 3만1630원(한끼 약 4230원)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폐지를 주워서 받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해온 A씨와 같은 취약계층 환자는 소액이라도 비용이 발생하면 다음 외래진료에 내원하지 않아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취약계층 결핵환자 지원(결핵안심벨트) 사업'에 A씨의 사례를 보고했고, 치료비지원위원회는 A씨의 진단서와 의무기록, 가족관계와 주거상황 등을 담은 생활실태조사서 등을 토대로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조준성 위원장(국립중앙의료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환자가 정말 3만원이 없는 걸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취약계층에겐 비록 적은 돈이라도 부담이 될 수 있는 데다 결핵안심벨트 사업의 목적이 치료 중단 위기에 놓인 환자를 지원해 끝까지 치료받게 하는 것이니 전액 지원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결핵환자에 대한 치료 지원을 늘리기 위해 결핵안심벨트 사업에 참여하는 국·공립병원을 확대하고, 민간의료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결핵 예방과 퇴치를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를 넘어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과 주거 지원 등이 모두 포함된 포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2일 질병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 수는 2011년 5만명 수준에서 2024년 1만7900여명, 지난해엔 약 1만7300명(잠정)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2위, 사망률 3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어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질병으로 꼽힌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인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결핵환자 비율이 인구 10만명당 132.4명인데, 이는 건강보험 가입자의 결핵환자율 10만명당 30.5명에 비해 4.3배나 높은 수준"이라며 "경제적 빈곤이나 돌봄 부재로 인해 치료를 중단하기 쉬운 취약계층 결핵환자는 국가 결핵 관리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결핵안심벨트는 2014년 치료나 돌봄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국공립병원들을 연결해 도입한 공공의료 안전망이다. 조준성 교수는 "취약계층 환자들은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조현병 같은 정신질환, 알코올 중독, 노숙 생활 등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제내성 결핵이나 동반 질환이 있는 까다로운 환자들을 공공의료 체계 안에서 끝까지 품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결핵안심벨트를 통해 이러한 환자들에게 치료비뿐만 아니라 하루 15만~17만원에 달하는 간병비, 영양 보충식, 격리 이송비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한다. 결핵이라는 질병의 특성상 영양 상태가 부실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영양 보조식품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단순히 치료비와 약값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 거주지가 불분명한 노숙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맞춤형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환자의 우울감이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심리 상담을 병행하고, 퇴원 후에도 사회복지 시설로 연결해 안정적인 생활을 돕는다. 소액의 본인부담금마저 감당할 여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 치료비지원위원회를 통해 추가 지원하고, 기저질환 등으로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받아줄 곳을 찾지 못한 결핵환자의 경우 전원협의체위원회를 열어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태를 방지한다.
서해숙 서울시 서북병원 진료부장은 "노숙인 결핵환자가 병원 퇴원 후 마땅한 거처 없이 거리로 나갈 경우 치료 성공률은 70%에 불과하지만, 결핵환자 관리시설인 '미소꿈터'로 연계될 경우 치료 성공률이 95%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안열 미소꿈터 소장은 "퇴원한 노숙인 환자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복약관리,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이 결핵에서 완치돼 건강을 회복한 후에도 다시 거리로 나가지 않고 사회에 복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재활 지원이 꼭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질병청은 올해 결핵안심벨트 사업을 더욱 내실화해 참여 기관을 기존 17개소에서 20개소로 확대한 데 이어 아직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광주, 대전, 울산, 세종 등 4개 시·도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장기 치료나 고난도 수술 등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할 민간 의료기관과의 전원협의체도 기존 3개에서 6개까지 늘리는 등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승은 질병청 결핵정책과장은 "통계상 결핵 환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층과 외국인 환자 비중은 여전히 높다"며 "2027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10만명당 2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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