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비축유 공급에도 뛴 유가…이란 "200달러 각오하라"[미국-이란 전쟁]

차민영 2026. 3. 1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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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때보다 2배 넘어도
기존 공급량 비해 턱없이 부족
중동정세 장기화 우려도 한몫

'4억배럴'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 전략비축유 방출 공조 노력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선을 다시 넘어선 데는 전쟁발 공급난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이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기 종전 기대감을 높인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유가 200달러까지 각오하라"며 결사 항전 의지를 강조한 것도 중동 정세 장기화 우려를 재점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우 전쟁 때 두 배 이상

1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을 종합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원유 방출 규모에 대해 역대 최고치였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방출 규모(1억8270만배럴)를 두 배 이상 웃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기존 원유 공급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맥쿼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IEA의 제안 규모가 전 세계 하루 생산량을 기준으로 약 4일치에 불과하다고 봤다.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약 1억배럴에 달한다. 걸프 해역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을 기준으로 보면 약 16일치 규모다.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양에 불과한 셈이다.

칼라일그룹의 에너지 전략 부문 최고 전략 책임자인 제프 커리 역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략비축유 방출을 두고 "극히 미미한 상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원유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대응 방안은 없다. 절대로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전략가 역시 "전략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위기상황에서 완전한 대체로 볼 수 없다"며 "완충재 역할을 할 뿐"이라고 짚었다.

국제유가는 IEA 발표 이후 80달러 초반대까지 안정되는 듯했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다시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실시간 국제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한국시간) 오전 8시48분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은 전거래일보다 7.5% 오른 93.82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 가격은 장중 한때 82달러대까지 내렸으나 곧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같은 시각 브렌트유 5월물도 83달러까지 내렸다가 현재 93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비축유 중 1억7200만배럴을 방출하기로 하면서 상방 압력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자구책 서두르는 국가들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이 묶인 컨테이너선들. AP연합뉴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 IRGC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4척을 피격했다. 피해를 본 선박은 이스라엘·태국·일본 선적이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같은 날 성명에서 "유가와 에너지 가격을 인공호흡기로 낮추진 못한다"며 유가와 관련해 "배럴당 200달러까지 각오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는 유조선을 공격할 경우 "그동안 공격한 것의 20배로 때리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이란 측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가가 120달러에 근접한 것을 지켜본 전 세계 각국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휘 아래 16일부터 비축유 방출에 나선다. 방출 규모는 민간 비축분 15일과 국가 비축분 1개월분 합친 8000만 배럴이다. 일본이 단독으로 국가 비축유를 방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EA 공동 비축분은 방출되는 대로 신속히 활용할 예정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도 비슷한 조처를 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일본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한 대책도 발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같은 날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에게 휘발유 소매 가격을 ℓ당 170엔(1581원) 수준까지 무조건 억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종료됐던 휘발유 보조금 정책을 부활시켜, 정유사에 보조금을 지급해 소매 가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경유나 등유도 동일한 금액을 보조한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2800억엔(2조6047억원)을 사용할 방침이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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