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중국 윈난성의 자연 유산과 문화유산을 탐사했다. 강의 협곡과 길을 따라 차마고도가 형성되어 있고, 옛길 주변으로 그들이 만들어낸 역사와 문화유산이 잘 남아 있다. 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차마고도 지역 소수민족이 남긴 문화와 예술, 티베트 불교의 특징을 인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인천에서 윈난성 성도 쿤밍으로 들어가 따리, 리장, 샹그릴라를 답사하고 쿤밍으로 나왔다. <기자말>
[이상기 기자]
▲ 나파해
ⓒ 이상기
샹그릴라의 아침에는 기온이 –13℃까지 내려가고, 낮에는 9℃까지 올라간다. 오전 9시가 안 되어 샹그릴라 북서쪽 나파해에 도착한다. 기온이 –7℃로 추운 편이다. 겨울은 갈수기여서 나파해가 500ha(헥타르) 정도로 면적이 줄어든다.
두루미, 황새, 백로,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가 이곳에서 월동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들을 보기 위해 나파해 전망대로 간다. 돌로 축대를 쌓아 높게 만들어 사방을 조망할 수 있게 했다. 호수 주변으로 해발 3800m에서 4400m에 이르는 산들이 둘러싸고 있다. 6월과 10월 계절풍이 불 때면 강수량이 많아져 호수 면적이 3100ha(헥타르) 정도로 늘어난다고 한다.
9월부터 5월까지 겨울인 곳
전망대 아래 우리의 성황당처럼 돌무더기를 쌓고, 타르초를 걸어놓았다. 소원을 하늘로 올려 보내기 위해 룽따(風馬)를 걸기도 했다. 타르초와 룽따에는 티베트 글자가 적혀 있다. 호숫가에는 원뿔형의 타르초가 펄럭이고 있다. 겨울 바람 때문인지 타르초가 찢어져 헐렁하게 보인다. 호수에서는 겨울 철새들이 놀고 있다.
인근에 마을이 있는데, 난방용인지 취사용인지 연기가 올라와 마을에 퍼진다. 추위 때문에 주변 경치가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높은 산봉우리에는 눈이 쌓여 있다. 이곳은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겨울이다.
▲ 두커종 고성과 대불사
ⓒ 이상기
나파해를 구경한 후 우리는 두커종 고성과 대불사를 다시 방문한다. 이번에는 두커종 고성 남문 밖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월광 광장 쪽으로 올라간다. 오전 이른 시간이어서 월광 광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대신 비둘기가 광장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광장 가운데는 하얀 야크에 치장을 해서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유혹한다. 검은 야크만 보던 터라 하얀 야크가 신성해 보인다. 이곳에는 또 겨울 철새인 두루미 캐릭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이들을 보고 대불사로 올라간다.
밤에 비해 사람이 적어 여유 있게 절을 구경할 수 있다. 석가모니대전을 참배하는데, 밤과는 달리 스님이 나와 앉아 있다. 금강전 스님은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감시를 한다. 대불사는 구산공원 꼭대기에 위치하기 때문에 샹그릴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가까운 두커종 고성 안은 모두 기와집이고, 그 밖으로는 현대식 건물이 보인다. 밤에 비해 분위기는 덜하지만, 샹그릴라의 지세와 형세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이 함께 커다란 전경통을 돌린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니 금방 돌아간다.
윈난성 최대 불교 사원 송찬림사를 찾아
▲ 송찬림사
ⓒ 이상기
두커종 고성을 보고 나서 찾아간 곳은 샹그릴라 북쪽에 있는 갈단(噶丹) 송찬림사다. 높은 언덕에 송찬림사가 자리 잡고, 그 앞으로 큰 호수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호수 오른쪽으로 사하촌이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장족 민가를 방문해 먼저 점심을 먹기로 한다. 2층 식당으로 올라가다 보니 불단과 신단이 마련되어 있다. 불단에는 부처님이, 신단에는 산신이 모셔져 있다. 식당 안에는 큰 난로를 피워 난방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통 장족 음식으로 야크 훠궈(牦牛火鍋)를 먹었다.
식당을 나와보니 송찬림사가 건너다 보인다. 우리는 송찬림사 주차장에 내려 입장권을 끊은 다음 절 안으로 들어간다. 갈단 송찬림사는 윈난성 최대의 장족 불교 사원이다. 여기서 갈단은 겔룩파의 창시자인 쫑카파(宗喀巴)가 처음 세운 사원인 갈단사(噶丹寺)에서 따왔다.
갈단이 티베트어로 기쁨과 만족을 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절 이름 앞에 붙여 위상을 높이고, 축복하는 개념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송찬은 천계삼신(天界三神)의 거처를 말하고, 림은 사원 즉 절을 말한다.
▲ 송찬림사 정문
ⓒ 이상기
이 절은 달라이라마 5세 때인 1679년 건축을 시작해 1681년 완성되었다. 라싸의 포탈라궁에 버금가는 큰 사원이어서 소포탈라궁이라 불린다. 겔룩파 사원으로 승려들이 황금색 모자를 쓰기 때문에 황교 또는 황모파로 분류된다. 송찬림사는 7대 달라이라마가 어린 시절 잠시 피신한 적이 있어, 그가 달라이라마가 된 후 송찬림사의 확장을 적극 지원했다. 1724년 옹정제가 귀화사(歸化寺)라는 절 이름을 하사했고, 그 편액이 걸려 있다.
절의 정문을 들어서면 가운데로 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길 좌우에 대칭 형태로 수백 개 불교 관련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오르막길의 끝에는 금칠한 벽이 좌우로 길게 늘어서 있다. 그 앞에 장팔보(藏八寶)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8개 세워져 있다. 장팔보는 티베트 불교를 상징하는 여덟 가지 길상 문양이다. 첫째가 화려한 덮개(華蓋)로 불리는 보배로운 양산(寶傘)이다. 욕심과 장애, 질병과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준다.
▲ 장팔보 중 삼보: 보병(왼쪽 위), 보산(왼쪽 아래), 백라(오른쪽)
ⓒ 이상기
둘째가 쌍어(雙魚)로 불리는 황금물고기(金魚)다. 갠지스강과 야무나강에 사는 두 마리 황금 물고기가 자비와 지혜를 통해 해탈에 이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셋째가 정한수 또는 감로수를 담는 보병(寶甁)이다. 불법과 교리를 담는 그릇을 상징한다. 넷째가 묘련(妙蓮)으로 불리는 연꽃이다. 연꽃은 진흙에서 자라지만 오염되지 않는 지고지순함을 상징한다. 다섯째가 백라(白螺)라 불리는 하얀 소라다.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널리 고양 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섯째가 길상 매듭(吉祥結)이다. 원만구족한 부처님의 마음을 상징한다. 만(卍)자 무늬를 끝없이 연결해 놓은 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일곱째가 승리의 깃발로 불리는 승리당(勝利幢)이다. 최고 깨달음의 경지인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 즉 해탈에 이른 부처님을 상징한다. 여덟째가 불법의 수레바퀴인 법륜(法輪)이다. 불법이 끝없이 회전하며 멈추거나 소멸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설명판이 있는 벽 위 가장 높은 곳에 세 개의 거대한 전각이 자리 잡고 있다. 가운데 자창(札倉) 대전이 있고, 좌우에 쫑카파 대전과 석가모니 대전이 있다.
송찬림사 중심 법당 들여다보기
▲ 쫑까파 대전의 쫑까파 대사상
ⓒ 이상기
이들 대전에 참배하려면 시계 방향에 따라 왼쪽으로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대전 광장 서쪽에 있는 쫑까파 대전에 먼저 들리게 된다. 쫑카파 대전에는 겔룩파의 창시자 쫑카파 대사의 조소상(彫塑像)이 모셔져 있다. 전각은 밖에서 보면 3층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5층으로 되어 있다. 전각 밖은 장팔보로 휘장을 쳤고, 가운데 휘장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는 사천왕이 지키고 있다. 그런데 사천왕이 우리처럼 조소상이 아니고 벽화다. 호랑이와 용을 타고 부처님의 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법당 한 가운데 황금빛 얼굴에 금빛 법의를 입고 두건을 쓴 쫑까파 대사가 앉아 있다. 오른손은 법을 설하고 왼손은 오른손을 받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수인을 전법륜인이라 부른다. 얼굴은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그것은 쫑카파 대사를 불상으로 형상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당은 3층까지 통해 있고, 그 좌우로 보살과 호법신장을 배치했다. 이들 보살이 우리와 다른 모습이어서 명호를 알기가 어렵다. 자료에 보면 8대 보살이 모셔져 있다고 나온다. 그리고 사방으로 탕카(幀畵)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 자창대전
ⓒ 이상기
자창대전은 5층에 금동 기와를 얹은 가장 크고 화려한 전각이다. 그런데 법회가 끝나서인지, 정문이 잠겨 있다. 가장 중요한 전각에 들어가 볼 수 없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옆에 쪽문이 하나 열려 있다. 1층에는 쫑까파 대전과 마찬가지로 벽화로 된 사천왕이 지키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래서 다시 3층으로 올라갔는데, 법당에 모셔진 다섯 분의 부처님 모습이 눈높이에서 보인다. 그것은 법당 내부가 3층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 자창대전 오불 중 가운데 삼불
ⓒ 이상기
동쪽과 서쪽 끝에는 달라이라마 7세와 달라이라마 5세 불상이 모셔져 있다. 가운데 불상은 여성적인 상호에 보관을 쓴 것으로 보아 관음보살로 보인다. 관음보살 좌우에는 똑같은 상호에, 왼손에는 약함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불상이 앉아 있다. 미륵불이라고 하는 자료도 있는데,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가까이서 이렇게 크고 화려한 불상을 보니 마음이 흥분되면서도 경건해진다. 마음을 억누르고 4층으로 올라간다. 4층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법당 외벽에 화려한 장식과 전경통이 보인다. 절 앞으로 호수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 금동으로 만든 법륜과 사슴 장식
ⓒ 이상기
한층 더 올라가 5층에 이르니 밖에서 보이던 법륜과 사슴 장식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황금으로 만든 사슴 두 마리가 연꽃과 당초문으로 장식한 법륜을 지키고 있다. 녹야원에서 부처님이 설법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이곳은 송찬림사에서 가장 높은 곳이어서 사방으로의 조망이 정말 좋다. 5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는 탕카를 자세히 살펴본다. 화려하고 정교하기 이를 데 없다. 이곳 자창대전은 수행, 교학, 예불이 이루어지는 중심 법당이다. 그래서 매일 500명의 승려가 수시로 독경하며 예불을 드린다. 그리고 경전 공부를 하고 절의 중대사를 논의한다.
자창대전은 최대 1600명의 승려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송찬림사에는 700명 정도 승려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창대전을 나오니 법당 앞에서 스님들이 악기 연주를 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예불이 끝나면 아마 대중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는 모양이다. 알펜 혼과 같은 긴 관악기, 바라와 북 같은 타악기가 보인다. 관광객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이들 행사를 관람한다. 이 장면을 보고 마지막 큰 법당인 석가모니 문수전엘 들린다. 이곳에는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다.
▲ 자창대전에서 내려다 본 송찬림사와 샹그릴라
ⓒ 이상기
이들 세 개의 큰 법당 좌측과 아래로는 민족에 기반을 둔 승려 조직인 8대 강삼(康參)이 자리 잡고 있다. 강삼 아래에는 10~20명으로 이루어진 기본 조직인 밀삼(密參)이 있다. 그리고 가장 아래층에는 승려들의 거처인 승사(僧舍)가 있다. 그러므로 송찬림사는 참선, 강학, 예불이 이루어지는 사원일 뿐 아니라, 조직과 행정, 경제와 관리까지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승가 공동체다. 절 앞의 사하촌까지 포함하면 송찬림 경구는 읍면 정도 크기의 행정 구역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