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줄이라'는 시장 분석가, 그 말을 곱씹은 이유
[김남정 기자]
몇 년 전 한국 사회에는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했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는 동안 집을 사지 못하면 순식간에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만들어낸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샀다. 이른바 '영끌'이었다.
그때 방송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자산을 크게 늘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동시에 뒤늦게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집은 어느 순간 삶의 공간을 넘어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나는 사실 부동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집을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집은 그저 마음이 편안해야 하는 공간,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의 장소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집값이 오르내리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은 멀리서 바라보는 편이었다.
그런 내가 경제 애널리스트 출신 이광수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2024년, 5월 출간)를 읽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 때문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한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처음 저자를 알게 됐다. 책의 저자 소개는 담담하다.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 복덕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애널리스트로 활동했고 건설 회사를 다녔습니다. 투자를 통해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화려한 경력에 비해 자기소개는 놀라울 만큼 간결하다. 그는 금융시장 한복판에서 활동하던 애널리스트였지만 어느 순간 그 자리를 내려놓았다. 스스로 말하듯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였다. 앞뒤 계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따랐고, 이후 독립적인 리서치(자료 검색)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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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표지 |
| ⓒ 이든하우스 |
"자본주의는 누군가가 돈을 빌리면서 성장합니다. 돈을 계속 빌리면서 돈의 양이 많아지면 물가가 상승하고 자본주의도 성장하게 됩니다." (p. 53)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구조를 간결하게 설명한 문장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 성장을 생산이나 기술 발전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 자본주의는 '신용'과 '부채'를 통해 팽창한다. 개인이 대출을 받고 기업이 투자를 위해 돈을 빌리면서 경제 활동이 확대되고, 그 과정에서 자산 가격과 물가도 함께 움직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이 구조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다음과 같다.
"가끔 사람들에게 생각을 버리라고 이야기합니다. 생각을 줄이면 현재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p. 85)
처음 읽었을 때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졌다. 시장을 분석하는 사람이 '생각을 줄이라'니. 그러나 곱씹어 보면, 시장을 바라보는 태도를 설명하는 말로 이해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본다. 집값은 계속 오른다거나, 반드시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 같은 것들이다. 이런 생각이 많을수록 실제 시장의 변화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데이터를 차분히 바라보고 현재의 흐름을 읽어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이렇게 정리한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 상승과 거래량 증가가 나타나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 상승과 거래량 감소가 나타난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량이 늘어나며,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과 거래량이 함께 감소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볼 법한 단순한 공식처럼 보이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무주택자가 생애 첫 집을 사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도 어느덧 5년이 됐다. 결혼 이후 30년 넘게 살던 서울 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옮긴 것은 남편의 은퇴와 아이들의 독립이라는 삶의 변화와 맞물려 있었다.
그때의 선택은 단순히 주거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살아온 집을 정리하고, 가족 구조와 생활 패턴의 변화를 고려해 새로운 공간을 선택하는 과정은 큰 결정을 요구했다. 나는 안정적인 주거와 생활 편안함을 우선으로 삼았다. 집은 투자 수단이라기보다 은퇴 이후에도 마음 편히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반면, 작은딸 부부는 나와는 다른 현실적 판단을 한다. 지난해 5월 결혼한 그들은 시간 날 때마다 부동산 '임장'을 다닌다. 임장은 단순히 집을 보는 행위가 아니라, 투자와 미래 계획을 함께 고려하는 과정이다. 주변 단지와 교통, 개발 계획, 매매 및 전월세 거래량까지 직접 확인하며 선택의 폭을 좁힌다. 작은딸 세대는 집을 단순히 생활 공간으로 보기보다는, 사회와 시장의 흐름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한 자료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세대마다 집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만, 모두 삶의 선택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나는 안정과 편안함을 기준으로, 작은딸 부부는 기회와 전략적 선택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세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읽을 가치를 준다. 나에게는 현재의 선택을 돌아보게 하고, 작은딸 부부에게는 앞으로의 선택을 준비하게 하는 통찰을 준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추천하며, 작은딸 부부에게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여전히 집을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은, 최소한 시장과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하기 위해 눈을 조금 더 크게 뜨는 일이다. 집값 그래프를 맞히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면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삶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숫자와 데이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지, 무엇을 위해 집을 사고, 무엇을 위해 기다릴지 생각하게 한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조금 더 선명한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게 된다. 나 뿐 아니라 작은딸 부부에게도, 그리고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 모두에게, 이 책은 삶과 선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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