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누군가엔 기회’…해상운임 ‘코로나 특수’ 재현 가능성[지각변동 해운③]

장정욱 2026. 3.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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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하는 중동 전쟁에 해상 운임 급등
물류 비용 상승 국내 경제 악재 작용
선사엔 2023년 호황기 재현 가능성도
“향후 운항 가능성, 보험 유지 등 변수”
컨테이너선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전쟁이 10일 이상 계속되면서 물류 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해운업계에는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중동 전쟁 이후 해상 운송료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보니 물류비가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중동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 224.72p였던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3일 465.56p로 일주일 만에 2배 이상 급등했다. 10일에는 466.7로 뛰었다.

철광석 등을 나르는 벌크선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지난 3일 2242p로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전쟁 직후 치솟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온 하락세를 뒤집고 곧바로 반등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가 발표한 부산발 컨테이너운임종합지수(KCCI)는 9일 기준 전주(1614p) 대비 9.4% 치솟은 1767p를 기록했다. 일주일 사이 9.48% 급등한 수치다.

상하이발 컨테이너해상종합지수(SCFI) 역시 지난 6일 기준 1489.19p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56.08p(11.7%) 상승했다. 이는 직전 주 상승 폭인 81.65p의 두 배 수준이다.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국내 수출입 기업의 부담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국내 제조기업 사정을 고려하면 물가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다만 해운업계만 놓고 보면 사정이 다르다. 세계적인 악재이지만, 결과적으로 계속 추락하던 해상운임이 오르면서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

가까이는 2023년이 그랬다. 그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가자지구 전쟁) 시작 후 하마스를 지지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들을 공격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물동량의 약 12%가 통과하는 수에즈 운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를 대신해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화물 운송 기간이 최소 7일, 길게는 2주 이상 늘어났다.

호르무즈 해협 ⓒ AP=뉴시스

머스크·하팍로이드 주가 급등

배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 즉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 다른 물건을 실어 나를 배는 부족하게 된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운임은 당연히 오른다. 당시 SCFI나 KCCI와 같은 지수들은 단기간에 2~3배까지 치솟았다.

치솟은 운임은 곧바로 해운사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됐다. 세계적인 해운사인 머스크(Maersk)나 하팍로이드(Hapag-Lloyd)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이스라엘 해운사인 ZIM 통합 해운은 공격 가열 시점에 주가가 5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HMM을 비롯해 흥아해운, 대한해운 등이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었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확인한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공정공시)’에 따르면 HMM은 2024년 매출액 11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3조5128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조7807억원을 찍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39%, 영업이익은 무려 50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90% 늘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중동 전쟁도 해운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제, 나아가 세계 경제에는 악재이겠으나, 적어도 주요 선사들에게는 이번 중동발 ‘리스크’가 향후 수년간 운임 약세를 버티게 할 힘이 될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해상운임이 원가 대비 최대 8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팎을 운항하고 있거나 인근에 있는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약 20여척으로 파악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해상 항로 교란은 일반적으로 해상 운임의 상승 요인이 되고 실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운임도 급등하고 있어서 해운사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운 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료와 운영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해운사 수익성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진공이 9일 ‘주간 통합 시황 리포터’를 통해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했고 컨테이너 선사들은 중동 및 홍해 인근 항로 운항을 재검토하며 일부 서비스 운항 중단, 우회 항로 운영, 예약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진공은 “이는 글로벌 선복 공급 효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선복회전과 항만체선 확대 가능성이 동시에 반영됐고 향후 운항 가능성, 보험, 서비스 유지 여부가 추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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