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혼자만 투자해"... 제주 제2공항 흑막, 이번엔 밝혀질까 [제주 사름이 사는 법]

황의봉 2026. 3. 12.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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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름이 사는 법]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황의봉 기자]

"막내야
OO리 공항 신도시 자리야
아는체 하지말고
혼자만 조용히 투자하길 바란다
이거 들키면 오빠 짤린다"

국토부 공무원 A씨가 제주 제2공항 입지 정보를 사전 유출한 정황을 보여주는 카톡 대화로, 2021년 3월 30일 제주지역 방송사인 JIBS가 보도한 내용이다. JIBS는 실제로 해당 공무원 친인척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이 성산읍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 필지를 매입한 사실도 함께 폭로했다.

JIBS 보도 이후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국토부 공무원 A씨와 A씨 친인척 B씨를 경찰에 고발했으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해당 공무원은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현재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2024년 10월 29일,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2840필지에 대한 토지대장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해당 지역의 토지를 대거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고, 소유권 변동일이 공항부지 발표 전후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사전에 정보가 유출돼 투기세력이 대거 들어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26년 2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경자유전 원칙을 천명하면서 전국의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후 농지 전수조사가 토지거래허가구역부터 시작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해당하는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의 투기실태가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2년 전 제2공항 예정부지 소유현황을 직접 전수 조사한 당사자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환경조사위원장 역할도 맡고 있는 홍 대표는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 지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리고 집권 9개월이 지난 이재명 정부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제주 제2공항 난제를 풀어갈 의지를 보여주고 있을까.

홍 대표를 만나 당시 조사 결과 드러난 제2공항 예정부지에 대한 사전정보 유출과 투기 의심 사례부터 들어보았다.

"투기 의혹 사실이면, 제2공항 전면 백지화해야"
▲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홍 대표는 2024년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를 전수조사하여 외지인이 이 지역의 토지를 60% 이상 소유하고 있으며, 다수의 투기정황을 찾아내 폭로한 바 있다.
ⓒ 황의봉
"제2공항 예정부지가 600만 평 정도로, 현재의 제주공항보다 1.5배나 되는 넓은 땅입니다. 외지인이 소유한 것으로 조사된 땅은 전체의 60.2%로, 농지보다는 임야가 많습니다. 농지법에 따라 소유조건이 까다로운 농지보다는 상대적으로 제한이 적은 임야를 외지인들이 많이 사들인 것 같은데, 이런 결과는 투기세력의 매집이 활발하였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필지를 쪼개 팔거나, 공유지분 판매 방식으로 제2공항 예정부지 내 필지 거래에 개입한 소위 기획부동산 법인 상위 9곳 가운데 7곳이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 주소를 둔 주식회사 또는 농업회사법인으로 밝혀졌다는 점입니다. 제주도에 주소를 둔 2곳도 부산에서 설립해 제주로 옮겼거나, 대표이사 거주지가 경남권으로 확인됐어요. 이런 점들로 미루어 육지의 기획부동산이 제2공항 투기에 대거 뛰어든 게 아닌가 의심되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사전정보 유출 의혹 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국토부는 사전정보 유출이 없었다고만 할 뿐 해당 공무원에 대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조직 내부의 정보 유출과 투기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수사 역시 면밀하게 이루어졌는지도 의문이고요."
▲ 충격적인 JIBS 보도 장면 제주참여환경연대가 2024년 펴낸 제2공항 토지소유 실태분석 보고서에 수록한 JIBS 화면으로, 공항 입지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것이라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이번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 지시 이후 제주지역 언론이나 시민사회에서는 농지는 물론, 공항 예정부지에 대한 투기 의혹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참여환경연대가 2년 전 제2공항 예정부지에 대해 조사한 내용과는 어떤 상관관계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 지시 후 제가 알기로는 토지거래허가구역부터 먼저 조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2공항 예정부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인 만큼 먼저 조사하지 않겠습니까. 토지거래허가구역부터 조사한다는 것은 국책사업의 개발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투기 목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를 먼저 잡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토지대장은 기본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 같고요. 만약,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이 있다면 누가 언제까지 농사짓다가 언제부터 휴경하는 것인지 연도별 위성지도까지 대조해 가며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2년 전에 조사할 때는 소유관계만 본 것이고, 이번에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소유는 물론이고, 실제 농사를 짓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니까, 만약 외지인 소유 농지인데 농사를 짓지 않고 있다면 더욱더 투기 의심이 가는 것이겠죠.

다만, 이번 대통령의 지시는 대상이 농지인 데 반해, 제2공항 예정부지에는 농지 임야 과수원 도로 묘지 등 다양한 데다가 농지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임야에 투기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과연 농지 조사만으로 얼마나 실제 투기 사례를 밝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전면적인 투기 사례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 보상용 나무를 심어 놓은 토지 제2공항 예정부지 일대에 대한 전수조사 당시 발견한 성산읍 온평리 1888번지 토지로, 소유자는 제주시 동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홍 대표는 대통령의 농지 전수조사 지시로 제2공항 예정부지의 투기실태가 얼마나 밝혀질 수 있을지에는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정부나 제주도 차원의 조사 결과 제2공항 예정부지에 투기가 횡행했음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법적·도덕적 기반이 무너진다고 보아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농지 전수조사는 지자체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자체가 얼마나 엄정하게 조사할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일반적으로 도지사들은 인프라 같은 것을 유치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강하지 않습니까. 제주도의 경우 원희룡 전 지사는 노골적으로 공항 건설을 밀어붙였고, 현 오영훈 지사도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속마음은 제2공항 건설을 했으면 하는 것으로 읽히는데, 공항 추진 문제와 연계해 생각해 보면 이 조사를 지자체에 맡기는 것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사실 지자체에 어떤 특별대책기구 같은 것이 없이 공무원들이 일상 업무를 하면서 과연 엄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무슨 비리 의혹에 대해 고발을 해도 지방경찰청 같은 곳에서 수사를 잘 안 합니다. 특히 공항사업 같은 도지사의 관심사와 관련된 사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참여환경연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저희가 교차검증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어쨌든 조사 결과 경자유전 원칙에 위배는 물론, 공항 예정부지 사전정보 유출과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제2공항의 정당성과도 맞물려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겠지요. 저희는 2년 전 전수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제2공항 개발사업 사전정보 유출과 각종 투기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습니다."

"제2공항 건설 논리, 근본부터 흔들려"
▲ 투기 의혹을 받는 무밭 성산읍 고성리 2667번지로, 무밭이 관리하지 않는 상태로 방치된 것을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제2공항 예정부지 일대에 대한 전수조사 당시 촬영했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투기 의혹이 제2공항의 법적·도덕적 명분을 약화시킨다면, 공항 이용객 수의 감소 내지는 정체현상은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애초 제주 제2공항의 건설 명분이 현 제주공항으로는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는 어떤 결과가 나타나고 있을까.

"공항 이용객 추이는 한마디로 답보상태입니다. 2015년 제2공항을 짓겠다며 타당성 조사 결과로 내놓은 2035년 공항 이용객 예상치가 약 4548만 명이었습니다. 이 숫자를 현 제주공항으로는 처리할 수 없다는 논리에서 새 공항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지요. 이런 판단의 배경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 인구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라는 가정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고령화 추세라든지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도 사드 사태와 내부의 정책 변경 그리고 단체 관광 감소 등으로 전보다 수요가 줄었습니다.

실제 제주공항 이용객 수를 보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2022년에 전년 대비 15.1%가 증가한 2970만 명이었으나 그 후로는 2023년 2.1% 감소, 2024년 0.9% 증가, 2025년 0.6% 증가 등 정체상태입니다. 2025년 이용객 수가 2953만 명인데, 이 숫자는 2015년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제시한 2025년 예상 수요 3940만 명과는 약 1000만 명의 격차가 납니다. 제2공항 건설 논리가 근본부터 흔들리는 셈입니다.

제가 보기에 새로운 공항을 짓겠다는 방침에는 관광객을 더 받아들인다는 의도와 명분이 있었겠지만, 지역 건설업체들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건설업체가 상당히 비대해져 있어요. 건설업 규모가 전체 산업 규모의 10% 정도입니다. 제주도개발특별법 같은 걸 통해서 개발사업이 많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소규모 건설업체들, 특히 포클레인이나 트럭을 가진 사람들이 동네마다 상당히 많습니다. 개발사업이 벌어지면 이들이 다 달라붙을 수 있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공항 건설 논리의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군사기지로의 활용 가능성도 숨어 있는 것 같고요. 어쨌든 관광객 증가에 대비하겠다는 애초의 명분은 이제 아주 희박해진 것이죠."

공항 이용객은 수년간 정체상태이고,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많이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상식적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조류 충돌 위험성이라든가 용암동굴이나 숨골 훼손 등 천혜의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도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적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제주도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낭비와 갈등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나 관련 부처라 할 환경부는 공항 건설 강행에 변화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국토부의 경우, 자체의 메커니즘으로는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봅니다. 청와대라든지 아니면 새만금 공항 1심 판결 같은 법원의 판단이 내려져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국토부로서는 제주도민의 주민투표를 통한 의사표시라든가, 공식적인 기관에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환경적인 문제점 같은 것으로 밑받침해 준다면 정책을 재고하기가 쉽지 않을까 합니다. 국토부 장관 스스로 기존과는 다른 획기적으로 다른 비전을 제시할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요.

최근 공항 안전 문제와 관련해 가장 뜨거운 이슈가 조류 충돌 위험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환경부에서 나온 지침을 보면 철새도래지의 대체 서식지를 만드는 방식으로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가닥을 잡는 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주도는 공항 예정부지 8㎞ 반경 안에 네 군데 조류 서식지가 있으므로, 이 기준으로 본다면 사실상 공항 건설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협의기관이라면 확실하게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법적인 협의기관이 환경부가 아닌 제주도이기 때문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와 환경부의 변화를 저희가 좀 느끼고는 있습니다만, 환경부 장관이 정책적으로 강도 높게 추진할 그런 성향은 아닌 것 같아요."

홍 대표의 설명을 듣고 보니 결국 청와대의 의중이 중요할 것 같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청와대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 청와대 앞 시위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청와대 앞에서 도민공론화를 보장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맨 앞줄의 마이크를 든 사람이 문정현 신부. 2019년 10월 17일 촬영.
ⓒ 제주참여환경연대
"아직 이재명 정부에서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방향을 잡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이전의 윤석열 정권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저희는 조심스럽게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밀어붙이는 식으로 나갔으니까요. 아무튼 중앙정부로서는 칼 휘두르는 식으로 이 문제를 이래라저래라 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주 제2공항은 결국 청와대의 판단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지방선거나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지역에 공항 건설이나 추진을 약속했던 것은 지지를 얻고자 하는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만, 현시점에서 청와대가 공항 이슈를 다룸에 있어서는 경제성이나 환경파괴, 안전성 등에 대해서 냉철한 검토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재명 정부가 지방공항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안공항에서 조류 충돌 문제가 발생했고, 15개 공항 중에 11개가 적자 상태이기 때문에 뭔가 재조정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 국면은 대통령이 농지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토지거래제한구역부터 우선적으로 조사해 보겠다는 것은 국책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로 읽히기는 합니다."

제2공항 문제는 현재 제주도 사회의 가장 첨예한 갈등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찬반 양측이 타협 없는 대립을 지속해 도민사회가 분열될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최일선에서 고심하는 홍 대표의 의견을 물었다.

"지금 찬반 여론이 팽팽하기 때문에 어느 한 방향으로 정부나 지방정부가 밀어붙여서는 갈등이 관리되지 않을 게 너무 뻔합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찬반 입장과 관계없이 80% 가까운 도민들은 주민투표로 결정하자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결정권을 행사하자는 것이지요.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표로 결정되면 도민들도 존중하고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제2공항 반대단체들이 주민투표를 하면 찬성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위험성을 무릅쓰고 도민 결정권을 수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온 것도 그 방법밖에는 달리 묘안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2021년도에 제주도와 도의회가 합의해서 6개 언론사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했잖아요. 그때 큰 격차는 아니지만 반대가 우세했는데, 약속대로 공항 건설을 취소했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원희룡 지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갈등만 커지고 말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경제 규모 커졌지만... 정말 제주도에 도움 됐을까?
▲ 양용찬 열사 추모제 1991년 “제주도가 제2의 하와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분신을 해 커다란 충격을 던져 준 서귀포 청년 양용찬을 기리는 추모제가 제주에서는 매년 열리고 있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화제를 바꿔 제주도 개발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홍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1991년 서귀포의 청년 양용찬이 "제주도가 제2의 하와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삶터로서의 제주를 원한다"라며 분신을 해 커다란 충격을 던진 바 있다. 제주도가 제2의 하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 어떤 뜻인지부터 물었다.

"양용찬 열사의 문제의식은 한마디로 제주도의 주인인 도민이 하와이 원주민처럼 관광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어 중문관광단지 개발할 때 베릿내 마을 분들은 집과 땅을 강제수용 당하고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이들 중에 일부는 고향 땅에 들어선 골프장에서 잡초를 뽑는 신세가 되기도 했어요. 지금 중문단지뿐 아니라 제주도에 들어선 골프장 잡초를 뽑는 일용직은 대부분 제주도 토박이들입니다.

관광개발 사업의 경우, 주민들은 자녀들을 해당 지역에 들어선 회사에 취업시켜 달라는 등의 요구를 하게 됩니다. 또 개발업체도 처음엔 그런 고용 약속을 하고요. 그러나 그게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고용 약속의 20% 정도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도민들에게는 일용직이나 단순노무직 같은 질 낮은 일자리만 주어지다 보니 들어갔다가 그냥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1991년 말 통과된 제주도개발특별법은 제주 관광개발이 쉽게 추진되도록 각종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3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과연 법취지에 맞게 제주도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계속해서 이를 지켜본 홍 대표의 평가는 어떤 것일까.

"당시 도민사회에서 제주도개발특별법을 반대하면서 몇 가지 요구조건을 내걸었어요. 우선, 도민이 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외지자본에 의해 개발될 때 도민들에게는 이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또 중요한 게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이런 요구에 대해 특별법에 수사적으로 문구가 삽입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많은 문제를 초래해온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3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제주개발특별법이 과연 법 취지에 맞게 제주도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굉장히 의문이 듭니다. 최근 도민사회에서 이 법에 대한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국가적으로나 지자체로서는 골프장이나 카지노 같은 곳에서 거액의 세수를 올리고, 중국 자본들이 많이 들어와서 곳곳에 리조트를 짓는 등 투자유치 성과를 올렸다고 할 수 있겠지요. 중문관광단지 개발도 목적은 외화획득이었습니다. 한때 제주도에서는 기생관광까지 성행했고, 이 사업을 했던 사람이 관광협회장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자본의 입장에서는 각종 규제가 완화된 제주도에서 싼값에 땅을 사고, 도지사가 지구 지정해주면 그 순간 땅값이 확 뛰고, 그 땅만 팔아도 바로 이익이 나는 사업하기 좋은 상황이 마련된 것입니다.

반면 개발사업의 관건이라 할 환경영향평가는 관할권이 환경부에서 제주도로 넘어오면서 대부분 무사통과되는 실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환경 훼손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섬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 자본이라는 이름의 맹수를 풀어 놓고 자유를 만끽하게 한 셈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제주도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경제총량이 늘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있을까요."

"관광객 많이 오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
▲ 숨골 현장 기자회견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읍 수산리의 칠낭궤 동굴에서 기자들이 직접 숨골 내부로 들어가는 장면. 4·3 당시 주민들이 숨어 지내기도 한 공간이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누락돼 부실한 환경평가의 증거로 꼽히기도 했다.
ⓒ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현재 제주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이자 환경조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제주도 시민사회와 환경운동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가 '운동'에 뛰어든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환경운동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어요. 고향인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로 유학을 갔습니다. 졸업 후에는 취직도 해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여기까지는 평범한 생활인이었지요. 그러다가 IMF 사태를 맞으면서 직장을 나오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버텨보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서 제주도로 돌아오게 된 것이지요.

때마침 참여환경연대에서 제주시와 함께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 재취업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생태관광 가이드 양성 교육이었습니다. 생태관광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인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이었지요. 당시만 해도 생태관광이 뭔지도 모르던 때였습니다. 제주도의 대중관광이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과실을 나누지 못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관광으로서 생태관광이란 걸 우리 제주도에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때가 세계관광의 해이기도 했던 2002년도였는데, 피교육자로 6개월간 강도 놓은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문제는 교육을 받고 나서 취업을 해보려 하니 생태관광을 하는 여행사가 없는 것이에요. 그래서 제가 생태관광 여행사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한편으로는 관련 단체들과 생태교육이나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진행해 보기도 했죠.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처음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환경 관련 문제가 권력 감시나 제주도 개발 문제하고 맞닿아 있다는 걸 깨닫게 돼 아예 참여환경연대에 들어와 2009년에 사무처장을 맡았고 2012년부터는 공동대표까지 맡게 된 겁니다."

참여환경연대에서 재취업 교육을 받다가 그 단체의 대표가 되었다는 사연이 흥미롭다. '참여'와 '환경'이 결합한 단체명도 색다르다.

"참여환경연대는 1991년에 출범했는데, 이 해는 앞에서 말한 양용찬 열사가 분신하고,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되는 등 제주도의 미래가 좌우되는 결정적인 시기였습니다. 당시 제주도의 지식인이라든가 학생운동권, 그리고 삶의 현장에 있었던 분들은 이게 결국 제주도민을 위한 게 아니고 개발을 통해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쓰겠다는 걸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단체 결성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처음엔 제주도개발특별법 반대를 위한 범도민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2001년도에 지금의 참여환경연대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참여연대가 출범한 때가 1997년도이고, 그 후 전국에서 참여자치 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제주도에서는 개발과 관련한 환경훼손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데에서 단체이름에 환경이 들어간 것입니다."

흔히 천혜의 섬이라고 불리는 제주도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물 같은 생태계와 자연경관을 보전하고 산업적으로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홍 대표의 바람을 들어보았다.

"지속가능성을 살리는 제주도가 됐으면 합니다.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천주교 주교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집에서는 변기에 물이 넘쳐나고 있는데, 현관문을 2개 만들겠다고 한다고 말입니다. 제주도가 예전 방식으로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여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검증된 마당에도 과거의 개발 일변도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제주도의 가치도 사라질 것이 명확해지고 있어요. 일단 제2공항부터 멈추고 제주도 자체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과정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게 시대정신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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