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우리가 지킨다"…전문 수탁사, 은행과 손잡고 고도화 경쟁[법인머니를 잡아라②]

황지현 2026. 3. 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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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케이닥·비댁스·인피닛블록·비트고코리아, 보안·회계·기관영업 강화
은행 협업은 기반, 승부처는 상장사·기관투자자 맞춤형 수탁 역량

가상자산 법인 시장 개방 논의가 본격적인 제도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거래소와 커스터디(수탁)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주요 사업자들은 법인 고객 유입 가능성에 대비해 전용 서비스와 보안 체계, 대량매매 기능 등 관련 인프라를 미리 정비하는 모습이다. 향후 제도 윤곽이 구체화될수록 시장 경쟁의 방향과 강도도 한층 선명해질 전망이다. ‘법인 투자 시대’를 앞둔 업계의 준비 상황과 전략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 강남구 빗썸라운지에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6.02.05. ⓒ뉴시스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기업들이 법인 투자시장 개화에 대비해 서비스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등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는 단순 보관을 넘어 보안, 내부통제, 회계 대응, 기관 맞춤형 서비스 역량을 앞세워 선제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한국디지털에셋(코다·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케이닥·KDAC) ▲비댁스(BDACS) ▲인피닛블록 ▲비트고코리아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이들 기업은 은행과 증권사,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의 협업 구조를 발판으로 제도권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코다는 2020년 KB국민은행·해시드·해치랩스가 함께 세운 합작법인이다. 케이닥은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고, 인피닛블록과 비댁스는 각각 iM뱅크와 우리은행의 투자를 받았다. 비트고코리아는 하나은행이 미국 가상자산 수탁사 비트고와 지난해 공동 설립한 법인이다.

코다, 압도적 점유율과 금융권 수준의 지배구조 확보

코다는 보험, 주주 구성, 회계 대응을 앞세워 기관 친화적 수탁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코다는 삼성화재 보험에 가입한 데 이어, 최근 투자 유치를 거치며 KB국민은행을 비롯해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IBK캐피탈 등 금융기관 중심의 주주 구성을 갖췄다. 개인 지분 비중이 5% 미만으로 낮다는 점도 기관 고객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읽힌다.

여기에 국내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에서 약 8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상장사 고객이 수탁사를 평가할 때 보안 체계뿐 아니라 주주 구성과 회계 신뢰성, 시장 내 운영 경험도 중요하게 본다는 설명이다.

코다는 현재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SOC 인증 절차도 진행 중이다. 회계 가이드라인상 SOC 1 수준의 통제를 갖춘 사업자에 자산을 맡기는 방안이 선호된다는 점에서, 회계법인의 신뢰도와 인증 수준이 기관 고객 유치에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닥, 상장사·공공기관 맞춤형 서비스와 '무사고' 경력

케이닥은 상장사와 공공기관, 펀드 등으로 고객군을 세분화하며 기관영업 확대에 나섰다. 기존 단일형 수탁 서비스를 일반법인, 상장회사, 펀드, 공공기관 수요에 맞춰 세분화했고, 상장사 대상 공시 대응과 데이터 정리 기능도 강화했다. 기관영업 강화를 위해 예탁결제원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케이닥은 300억원 규모 보험에 가입했고, SOC 인증도 수년째 갱신해오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100곳이 넘는 대형 상장사 위주의 고객 경험을 확보한 점, 사고 없는 운영 이력을 유지해온 점을 차별점으로 꼽는다. 업계에서는 향후 법인 자금 유입이 본격화할 경우 결국 승부는 '누가 더 오랜 기간 기관 고객을 실제로 운영해봤는가'에서 갈릴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댁스, 국내 넘어 APAC 겨냥한 기관 인프라 전략

비댁스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까지 겨냥하는 확장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은행과의 협업뿐 아니라 갤럭시 디지털, 서클, 리플 등 글로벌 가상자산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BNB·폴리곤·플룸·아발란체 등 메인넷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비댁스는 강점으로 ▲가상자산 글로벌 규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규제준수·내부통제 ▲검증된 첨단기술과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 설계 ▲국내 금융권과 해외 가상자산 기업을 연결하는 실행력을 제시했다.

비댁스는 단순 커스터디 회사를 넘어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용 가상자산 금융 인프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업계 제도화가 진전될수록 보안성과 규제 적합성, 글로벌 연결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기관 맞춤형 프라임 커스터디 서비스와 결제·토큰화·기관 운용 지원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피닛블록·비트고코리아, 기술력과 글로벌 표준으로 승부

인피닛블록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회사는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커스터디 등 핵심 분야에서 28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했고, ISO 등 국내외 인증을 통해 보안성과 운영 안정성, 품질관리 측면의 신뢰성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 투자 유치와 PoC 수행 경험을 통해 제도권 금융과 가상자산 인프라를 연결할 역량을 쌓아왔다는 입장이다.

비트고코리아는 글로벌 1위권 커스터디 기업인 미국 비트고의 기술력과 운영 경험을 국내에 접목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하나은행과의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돼 수탁업 인허가를 준비 중이며, 글로벌 수준의 보안 체계와 운영 표준을 앞세워 국내 기관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제도화 속도 붙자…커스터디 시장 성장 기대감

업계는 향후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과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논의 등이 본격화할수록 커스터디 수요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와 상장사, 공공영역 고객은 거래소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와 보안, 회계 투명성, 공시 대응 체계를 요구하는 만큼 수탁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가상자산 수탁업계 관계자는 "초기 시장에서는 단순히 자산을 보관하는 기능보다도 누가 더 기관의 기준에 맞는 보안, 컴플라이언스, 회계 대응 체계를 갖췄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법인시장이 열리면 수탁사가 가상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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