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이어 탄핵까지 나왔다… '李 서포터' 김어준의 변모

하준호 2026. 3. 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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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유튜버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방송에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방송 패널로 출연한 전직 방송기자 홍사훈씨는 전날 김씨 방송을 통해 제기된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와 검사 수사권 거래설’에 관해 논평하면서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은 그건 정말 대통령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전직 방송기자 장인수씨가 제기한 ‘거래설’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공소취소를 해 주라”고 했고, 검찰은 그 대가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 한다는 게 핵심이다. 장씨의 주장에 김씨는 “큰 취재를 했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6월 2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 공장’에 출연해 김어준씨와 대화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대통령 주변에서는 불쾌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수사·기소 분리는 당 위주로 처리하고, 구체적인 안을 짜는 것은 정부가 하기로 이미 지난해 합의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들에게 특정사건 관련 공소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고, 보완수사권과 연관지어 메시지나 문자를 전달한 사실도 없다”며 “황당한 음모론으로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어준씨가 요즘 하는 행동을 보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다른 의도가 의심 된다”(친명계 중진 의원)는 반응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도 격앙됐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공소취소 거래설은 황당함을 넘어 기가 막히게 한다.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따졌다. 전용기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SBS라디오에서 당 차원의 법적 조치 가능성에 대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객관적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문제 제기를 세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온갖 쓰레기 음모론이 판을 치더니 대통령과 정부까지 공격하다니 갈 데까지 갔다”(이언주)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한준호) 등 격앙된 반응이 줄을 이었다.

2021년 7월 15일 이재명 경기지사와 방송인 김어준씨가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국에서 진행된 '김어준의 뉴스공장' 녹화를 마치고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28만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김어준씨는 과거 이 대통령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2017년 대선 이후 이 대통령이 친형 강제입원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일 때마다 “이재명을 ‘절대 악(惡)’으로 만들어 진보진영을 분열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적극 옹호했다. 2021년 10월 대선을 앞두고도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재명이 우리 사회 플랫폼이 될 자격이 있다”고 지지 선언을 해 그가 라디오 진행자로 있던 T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하루 전인 6월 2일 김씨 방송에 출연하는 등 이에 화답했다. 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가장 먼저 전화한 유튜버 2인 중 한 명도 김씨였다.

하지만 ‘검찰개혁’ 입법 국면에서 김씨가 민주당 강경파의 주장을 지원사격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김씨는 불편한 존재로 급격히 변모했다. 그간 당내 강경파와 보조를 맞춰온 정청래 대표조차 11일 ‘검찰개혁’ 입법과 관련 “당·정·청이 협심 단결해 잘 처리하겠다. 머리 맞대고 치열하게, 긴밀하게, 요란하지 않게 내부에서 토론할 시간”이라며 봉합을 시도하는 국면이지만 김씨가 연일 음모론을 띄우면서 여권 지지층 내부의 균열은 커지고 있다.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게시판에서는 “김어준 총수가 확실히 길잡이를 해준다. 검사주의자들이 ‘이재명 정부 검찰은 다르다’고 하는데 딱 잡아줬다”고 쓴 글이 100건 가까운 공감을 얻었다. 반면에 친명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선 “김어준 해보자는 거냐”, “가짜뉴스를 유포한 장 전 기자를 고발해야 한다”는 반발 글이 줄을 이었다. 여권 핵심 인사는 “김씨 스스로 자신이 여권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여기면서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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