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아름다운 ‘7성급’ 밤 풍경

남호철 2026. 3. 12.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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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여행]
야경 명소 ‘K등산’ 아차·용마산
아차산 정상인 제3보루에서 내려다본 구리암사대교·고덕토평대교·강동대교 일대가 야간 경관 조명과 차량 불빛 등으로 화려한 풍경을 펼쳐 놓고 있다. 하늘에는 36년 만에 정월대보름과 개기월식이 맞물려 붉게 보이는 '블러드문'이 떠 있다.


서울에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도심 지하철역에서 내려 곧바로 오를 수 있는 산이 많다. 덕분에 최근 서울 산에서 등산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K등산’이 흥미로운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295m)은 서울 주변 산 가운데 해발고도가 낮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으로 꼽힌다. 등산로가 완만한 편이어서 초보자나 가벼운 트레킹을 원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전망이 빼어난 데다 일출 및 일몰은 물론 야경 감상에 달맞이까지 가능하다.

과거 삼국시대 아차산은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나라는 한강을 손에 넣었고, 적의 동태를 살피거나 적을 막기 위한 군사 시설을 여럿 세웠다. 대표적인 것이 아차산성이다. 맨 처음 아차산에 산성을 쌓은 것은 백제였다. 백제는 고구려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에 산성을 쌓았지만 북으로 남으로 영역을 넓히는 고구려의 기세를 당해낼 수 없었다.

백제 개로왕이 고구려군에 의해 죽음을 맞은 곳이 아차산이었다. ‘바보 온달’로 유명한 고구려의 온달 장군도 신라군의 화살을 맞고 이곳에서 전사했다. 한강의 패권은 백제에서 고구려로, 고구려에서 신라로 넘어갔다.

고구려정.


아차산에 접근하기 쉬운 지하철역은 5호선 아차산역이다. 2번 출구에서 도보 15분이면 아차산생태공원에 도착한다. 공원을 따라 산기슭을 오르면 암반 지대를 지나 ‘고구려정’에 닿는다. 넓은 바위가 있어 휴식을 취하며 한강과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한 송파구 일대의 풍경을 조망하기 좋다.

남산 너머 해넘이.


고구려정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약 10분 더 오르면 아차산 해맞이공원에 닿는다. 고구려정보다 높은 지점에 자리해 시야가 한층 더 넓게 트인다. 한강과 송파구, 광진구 일대 도심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반대편에는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서울N타워가 우뚝 솟아 있는 남산 너머로 지는 해가 붉은빛을 토해 낸다.

이후 아차산 정상으로 향하면 고구려·백제·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큰 싸움을 벌였던 시기에 고구려가 쌓았던 보루가 이어진다.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보루는 산꼭대기에 만들어진 요새다. 지금의 초소와 같다. 당연히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롯데월드타워 주변 야경.


제3보루가 아차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다. 이곳에 서면 잠실벌의 롯데월드타워와 종합운동장, 강남 아파트 단지의 풍경 등 ‘7성급 한강뷰’가 눈앞에 펼쳐진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한강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강을 가로지르는 구리암사대교·고덕토평대교·강동대교가 나란히 밤에 화려한 조명으로 멋진 야경을 풀어 놓는다. 가로등 아래 강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과 후미등이 하얗게 빨갛게 빛을 뿜는다.

3보루 다음의 4보루는 남한 내 고구려 시대 보루로는 최초로 학술 발굴된 곳이다. 성벽 둘레 약 249m, 내부 면적 약 2256㎡로, 성벽과 성벽 내 생활 터로 구성돼 있다. 장타원형의 성벽에는 적의 동태를 감시하면서 방어할 수 있는 시설인 치(雉) 4개와 출입구로 추정되는 이중구조의 치 1개가 복원돼 있다.

특히 성벽 내부에서는 온돌과 배수로, 저수조 등 군사들의 생활을 위한 건물지가 확인됐다. 몸통 긴 항아리와 시루, 접시 같은 실용적인 토기와 투구, 삽날, 낫, 화살촉과 같은 철제 마구류와 무기류, 농기구류 등도 출토됐다.

당시 고구려가 철제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4보루에 ‘대장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경기도 구리시 아천동에 ‘고구려대장간마을’ 박물관이 조성됐다. 고구려 유적 전시관과 야외 전시물 ‘대장간 마을’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드라마 ‘태왕사신기’ ‘바람의 나라’ ‘쾌도 홍길동’ ‘자명고’ 등이 촬영됐다.

아차산과 이어지는 용마산(348m)은 말의 전설이 깃든 산이어서 ‘붉은 말의 해’에 더 주목받고 있다. 용마는 ‘용의 비늘’이 온몸에 덮인 신성한 말이다. ‘비운의 아기장수가 죽은 뒤 용마가 날아올랐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아래 말 목장이 많아 용마가 태어나기를 기원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용마산 아래 면목동은 조선시대 궁중의 말을 키우던 목마장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용마산 정상에 서면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인왕산, 안산, 남산, 관악산, 잠실벌까지 180도 넘게 서울 시내의 전경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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