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르무즈 위기, 일본보다 더 취약한 한국

2026. 3. 12.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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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는 내려가는데 한국의 체감 유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우려스럽다.

이란전 발발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종전 기대감에 배럴당 8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여전히 100달러를 웃돈다.

이란전 이후 한국의 휘발유 가격이 단기간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반면 일본의 상승폭은 2%대에 그친 것도 이런 정책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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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하락에도 효과 제한적
중동 원유 의존 구조 취약성 드러나
에너지 안보 전략 체계적 점검 필요
국민일보DB


국제 유가는 내려가는데 한국의 체감 유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우려스럽다. 이란전 발발로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종전 기대감에 배럴당 8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여전히 100달러를 웃돈다. 세계 시장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는데도 한국 경제만 그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셈이다.

근본 원인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는 공급 구조에 있다. 한국 정유 산업은 1970~90년대 값싼 중질유인 두바이유를 들여와 고도화 설비로 정제한 뒤 고급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로 성장했다. 이후 전쟁이나 코로나19 같은 위기 때마다 중동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정유 설비와 가격 경쟁력, 운송 구조가 맞물린 산업 구조 탓에 수입선 다변화가 쉽지 않았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과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평소 몇 달러 수준이던 유종 간 가격 격차가 배럴당 20달러 가까이 벌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곧바로 한국 경제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도 취약성을 키운다. 주요국 가운데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에너지 무역수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특히 일본과의 정책 대응 차이는 뼈아프다. 일본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약 90%로 우리보다 더 높지만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정유사의 원가 부담을 보조금으로 완충해 왔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세금 비중도 한국보다 낮아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이란전 이후 한국의 휘발유 가격이 단기간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인 반면 일본의 상승폭은 2%대에 그친 것도 이런 정책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은 비축유 세계 5위라는 외형적 수치가 무색하게 정작 위기 시 소비자 가격 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확대와 유류세 인하 검토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조치지만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에 그친다. 에너지 수입 구조가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한 비슷한 충격은 언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전략비축유의 기동성 있는 방출은 물론, 원유 수입선 다변화, LNG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안보 전략을 보다 체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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