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지도자의 책임과 효용성

전재우 2026. 3. 1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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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통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도자의 역할은 공정하고 공평한 규칙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있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분석하면서 지도자의 가장 위험한 모습에 대해 '악의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라고 지적했다.

지도자는 결정의 순간마다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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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통합 기회를 잡지 못했다. 대구·경북은 이랬다저랬다 하다가 시기를 한번 놓쳤다. 경북 북부권의 반대를 아직 설득하지 못했다. 경북 북부권은 도청 이전으로 겨우 얻은 발전 동력을 잃을 수 없다고 한다. 포털 지도에서 경북도청 주변을 살펴보면 반대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충남·대전은 양상을 이해하기 조금 힘들다. 자체적으로 특별법을 만들고 앞장서 통합에 나선 지역이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나서자 시민 의사를 물어야 한다느니, 권한과 재정이 적다느니 하며 반대로 돌아섰다. 정확한 속사정과 발언의 진정성은 알 수 없다. 멀찍이 떨어져 상황만 본 입장에선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공동체의 백년대계를 뒷전으로 밀어버린 듯 보인다.

통합의 목적은 중복 투자를 줄이고, 미래 산업의 거점을 만들어 사람들을 모으고, 경쟁력을 키워 지역민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자는 데 있다. 지역의 구조와 재정, 교통, 교육 등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결정이다.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 한 세대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 계속 다듬고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지자체는 다른 계산으로 현재만을 위해 불변의 제도인 듯 행정통합을 다루고 있다. 시민들은 논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다. 지역민을 바라보는 지도자라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선 안 된다.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는 시민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는 공적 공간을 정치라고 봤다. 권력이란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때 형성되는 힘이다. 지도자는 공동체 위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을 유지하고 조직하는 사람이다. 정치의 건강함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공적 구조에 참여할 때 유지된다. 기준은 공공선이다. 한 진영에 속해 선출됐더라도 특정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란 공정한 규칙 위에서 운영되는 사회라고 했다. 어떤 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정이나 산업거점을 확보했다면 이해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 큰 혜택을 주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공정한 절차 속에서 공평하게 만들어졌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도자의 역할은 공정하고 공평한 규칙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데 있다.

정책의 결정은 언제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오늘 내려진 선택은 공동체의 구조와 삶의 방식에 작용한다. 정책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시대와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책 추진 능력만이 아니다. 공동체 앞에 자신의 결정 과정과 결과 모두를 책임지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어떤 사람은 지도자의 자리에 가더니 정책은커녕 갈등을 심화시키고 제도를 흔들어 버렸다.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도 책임을 회피하고, 아니 아예 모른 척하고 있다.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를 분석하면서 지도자의 가장 위험한 모습에 대해 ‘악의적인 지도자’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지도자’라고 지적했다. 지도자는 결정의 순간마다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정치적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의 안정성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국민이 효용성을 느낄 수 있다.

지방선거가 곧 다가온다. 후보의 윤리의식과 공동체를 향한 태도, 책임지는 삶을 살아왔는지 등을 선택의 우선순위에 놓고 꼼꼼히 살펴보길 권한다.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책임감 가진 지도자를 선택해야 우리 삶이 달라진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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