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동사태 대응 모든 정책수단 활용”… 벚꽃 추경 현실화
커지는 추경 재원 시나리오
李 언급에 ‘검토’서 ‘활용’으로
반도체 호황에 법인세수 1차적
倍나 더 걷힌 증권거래세 활용
세무 추징세액·국채 발행까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검토’였던 워딩이 ‘활용’으로 바뀌면서 추경을 사실상 공식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원은 초과 세수를 통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납부되는 법인세수를 필두로 증권거래세수, 추징세액 등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 규모에 따라서는 국채 발행이 병행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올해 이미 50%를 넘어선 국가채무비율이 더 올라가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구 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미국·이란 전쟁 상황과 관련한 비상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중동 상황이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추경’과 ‘가능한 정책 수단’을 언급했다. 구 부총리는 “충분한 지원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추경 필요성을 강조할 때만 해도 ‘검토하겠다’던 입장에서 한 발 더 나갔다는 평가다.
재원은 초과 세수로 충당한다는 계산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국채 발행 없이 가능하냐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국채 발행을 하지 않더라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유로는 우선 법인세를 꼽았다. 지난해 12월 결산 법인의 경우 이달 말까지 법인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호황 영향으로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며 추계했던 것보다 올해 더 많은 법인세수가 걷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최근 반도체 업황을 감안하면 더 들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메가 사이클에 올라타 예상보다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두 회사가 지난해 11월 공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1~3분기 합산 법인세 총액은 6조2310억원이었다. 올해는 이보다 많은 세수가 걷힐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세수도 추경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을 통해 올해부터 증권거래세를 0.05% 포인트 인상했다. 비과세 대상이었던 코스피는 올해부터 0.05%의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코스닥은 0.20%로 세율이 올랐다.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서며 증시가 활황을 띈 1~2월 상황을 감안할 때 당초 추계했던 것보다 초과 세수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의 1~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30조원을 초과했다. 지난달의 경우 일평균 거래대금이 30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거래세율을 단순 적용했을 때 매일 평균 150억9500만원씩 세수가 걷히는 상황이다. 구 부총리는 “증권거래세가 배 이상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무조사와 체납세액 징수 등으로 확보한 세수도 활용 가능하다. 국세청은 지난달까지 공식적으로만 10건의 기획 세무조사 진행을 알렸다. 이 외에도 200억원 탈세 논란을 빚은 연예인 차은우씨, 태광산업 등도 기획 세무조사로 추가됐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기획 세무조사 돌입 사례인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와 관련해 6개월간 조사로 27개 기업에서 2576억원을 추징했다. 체납세액 징수도 연중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징한 체납세액을 합하면 가용한 재원은 더 늘어난다.
관건은 추경 규모다. 추경 규모에 따라 부득이한 국채 발행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 경우 빚을 내는 일인 만큼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악화된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며 국가채무비율이 51.6%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추가 국채 발행 시 이 비율은 더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추경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 통합에 따른 재정 소요,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 상황 등 두 가지 면에서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을 충족하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필요성’에 대해선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 교수는 “지금 추경을 동원할 만큼 심각한 단계인지 등은 좀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김윤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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