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3830세대 대단지 전세 ‘0’… 갈 곳 없는 세입자들

조효석,정진영 2026. 3. 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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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 서울 외곽 전세 매물 ↓
노원·강북·도봉 2개월새 반토막
2020년 전세대란 때보다 더 심각


“가뜩이나 돈이 없어 서울 외곽 지역에 전세를 알아보는데 씨가 말랐네요. 2020년 전세대란 때보다 집 구하기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서울 강북에 사는 30대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가 끝나 다른 전세를 알아보고 있지만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탄했다.

노원구 공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11일 국민일보에 “(전세) 물건이 씨가 마르다 보니 부르는 게 가격이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과거 3억원 초반에 거래되던 인근 아파트의 21평 전세가 최근 3억7000만원의 역대 최고가에 거래됐다. 봄 이사철을 맞아 새로 집을 구해야 하는 신혼부부들이 치솟은 전셋값을 그대로 감당하고 있다”면서 “이전에도 전·월세가 줄고는 있었지만 요즘 유난히 더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수천 세대 넘는 대단지임에도 전세 매물이 아예 사라져버린 아파트가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현장에선 2020년 전세대란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에서는 이날 기준 2개월 사이 전세 매물이 52.4% 줄어들었다. 도봉구와 강북구 역시 전세 매물이 각각 52.0%, 51.2% 줄어들어 반토막 넘게 쪼그라든 게 확인됐다. 하락폭 상위권 중 마포구 정도를 제외하면 금천구, 구로구 등 외곽 지역의 전세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다. 서울 전체를 기준으로는 21.8%가 줄었다.


‘전세의 월세화’ 탓으로만 돌리기엔 월세 매물 역시 함께 쪼그라드는 중이다. 서울 전체에서 월세 매물은 2개월 전에 비해 22.2% 사라졌다. 서울 모든 자치구가 예외 없이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전세 매물이 절반 넘게 사라진 노원구에서는 월세 매물 역시 41.4% 줄었다. 구로구에서는 전세 매물이 47.2%, 월세 매물이 42.0% 없어졌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실제로 이날 기준 전체 3830세대 달하는 대단지 SK북한산시티의 전세 매물이 ‘0’이었다. 월세 매물도 단 2건뿐이다. 노원구의 3003세대 월계그랑빌도 전세 매물 없이 월세만 2건 있다. 1155세대인 서대문구 남가좌현대에서도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만 1건 나와 있다. 전반적으로 외곽 전·월세 매물이 함께 말라붙은 상황이다.

월세 매물이 덩달아 감소한 것도 전세 매물 가뭄의 나비 효과로 해석된다. 전세를 찾는 데 실패한 이들이 그나마 나은 월세 매물이 나오는 대로 곧장 계약하는 일이 늘면서 전·월세 매물이 함께 사라지는 모습이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던 사람들도 이자나 월세나 내는 돈이 비슷해져 ‘이거(월세)라도 구하자’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과거 2020년에도 임대차 3법 시행 직후 전세대란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당시와 비교해 한층 더 어렵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던 당시와 달리 전·월세가 함께 줄고 있고, 아파트 쏠림 현상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심해졌다.

또 단기 충격 성격이 강했던 당시와 달리 장기간 누적된 규제로 민간임대 공급 자체가 쪼그라든 구조적 문제가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더욱 난망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10·15 대책 등 최근 정부 규제를 1차 원인으로 꼽지만 전문가들은 그것만으로 설명이 어렵다고 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특성상 하루아침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여러 정부에 걸쳐 누적된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매물 감소 효과가 최근 이사철 등 상황과 맞물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물줄기를 조여 약해져온 민간임대 공급이 가뭄을 맞아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정부 규제뿐 아니라 실거주 수요자들의 성향이 달라진 것도 원인으로 꼽는다. 아파트 바깥의 거주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할 빌라(연립·다세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공인중개사는 “신혼부부 등은 아파트 전세 매물이 없더라도 빌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아파트 월세를 택한다. 꼭 전세사기 불안 때문만도 아니고 선호 경향 자체가 그렇다”고 말했다.

도입 초기만 해도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던 계약갱신청구권이 정착된 영향도 있다. 2년마다 계약 종료로 인해 매물이 순환하던 과거와 달리 기존 매물이 시장에 묶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2020년 7월 계약갱신권이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세입자들이 법과 (갱신) 권리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상식이 됐다. 특히 요즘처럼 전·월세가가 오르는 국면에선 쓰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전했다.

조효석 정진영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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