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구금된 엄마 강제 북송 막아주세요”… 탈북 아들, 공개 호소

김판,김지훈,이강민 2026. 3. 11. 19: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년 전 남한 온 탈북 청년 금성씨
헤어진 엄마, 한국 오려다 체포
中 당국, 대규모 북송 준비 소식
“북한 가면 위험”… 12일 기자회견
탈북민 김금성씨가 11일 서울 모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 도중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어머니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는 중국에 1년 넘게 구금된 어머니의 강제 북송이 임박했다는 구체적 정황들을 확인했다며 인권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15세 소년 금성이는 2019년 6월 엄마 손을 잡고 압록강을 몰래 건넜다. 하지만 탈북 후 엄마와의 ‘생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강을 건넌 뒤에야 알았다.

“한국에 혼자 가겠니?”라고 물은 엄마는 대답도 듣기 전에 “금성아 그냥 한국 가”라고 말했다. 평소 엄마 말을 잘 듣던 금성이는 ‘엄마가 다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남자한테 팔려갔구나.” 한국행을 위해 브로커 아저씨를 따라다니다 만난 다른 탈북 아주머니들은 금성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금성이는 그제야 엄마가 탈북 비용과 아들의 한국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거치며 금성이는 우여곡절 끝에 2019년 한국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엄마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 엄마와 헤어진 금성이는 낯선 한국에서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곤 했다.

“금성아, 엄마가 너 찾는다.”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전날, 하나원을 같이 수료한 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에서 조선족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금성이 엄마의 사연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운영자를 통해 금성이는 엄마와 SNS 아이디를 주고받아 영상 통화에 성공했다.

엄마는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중국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만날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수시로 영상통화를 했다. 금성이는 어느덧 한국에서 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금성이니? 너희 엄마가 중국 공안에 잡혔다는구나.” 대입을 준비하던 지난해 2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기 속에서 끔찍한 소식이 흘러나왔다. 다른 탈북자가 엄마의 체포 소식을 듣고 금성씨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알려준 것이었다.

“너 보러 갈게.” 얼마 전 엄마와 나눴던 통화가 문득 떠올랐다. 엄마는 탈북해 중국에서 지내던 동생(금성씨 이모)이 한 달 전 미얀마를 거쳐 한국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었다. 엄마는 지난해 1월 미얀마 국경 근처에서 다른 탈북 여성 2명과 함께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금성씨는 자신이 ‘삼촌’이라고 부르며 함께 생활하는 김태훈(50)씨와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금성씨는 하나원을 나온 이후 김씨가 운영하는 탈북민 그룹홈에서 줄곧 지내고 있다.

금성씨와 삼촌은 ‘조용히’ 접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받아들여 물밑에서 방법을 찾아 헤맸다. 중국에 건너가 중국 남편을 직접 만나 도움도 청했다. 남편이 중국 법원에 선처를 바라는 편지까지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구출 작전은 1년째 답보 상태에 빠졌는데, 돌연 ‘강제 북송’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선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2일 끝난 뒤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한다. 북한 보위부가 북송을 준비하는 구체적 움직임도 감지됐다고 한다.

강제 북송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금성씨와 삼촌이 최근 외교부와 통일부에도 문의했지만 ‘알아보겠다’는 답변뿐이었다. 삼촌은 “무슨 수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금성씨가 얼굴을 공개하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성씨는 11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가 다시 북한에 가게 되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며 “제발 강제 북송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국제앰네스티는 12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금성씨도 참석한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강제 북송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인권 문제”며 “중국 정부가 국제인권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 북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중국 정부를 상대로 경위 파악에 착수했다.

이슈탐사팀=김판 김지훈 이강민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