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中 구금된 엄마, 강제 북송 막아주세요” 탈북 아들의 호소
1년간 석방 위해 온갖 노력 했지만 중국 ‘무응답’
‘강제 북송 임박’ 구체적 정황도 전해져
이재명정부, 첫 ‘강제 북송’ 시험대

15세 소년 금성이는 2019년 6월 엄마 손을 잡고 압록강을 몰래 건넜다. 하지만 탈북 이후 엄마와의 ‘생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강을 건넌 뒤에야 알았다.
“한국에 혼자 가겠니?”라고 물은 엄마는 대답도 듣기 전에 “금성아, 그냥 한국 가”라고 말했다. 평소 엄마 말을 잘 듣던 금성이는 ‘엄마가 다 생각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 남자한테 팔려갔구나.” 한국행을 위해 브로커 아저씨를 따라다니다 만난 다른 탈북 아주머니들은 금성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금성이는 그제야 엄마가 탈북 비용과 아들의 한국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탈북 여성들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중국 농촌 지역의 남성과 결혼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를 거치며 금성이는 우여곡절 끝에 2019년 한국에 들어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엄마와는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와 헤어진 금성이는 낯선 한국에서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곤 했다.

“금성아, 엄마가 너 찾는다.” 2020년 12월 크리스마스 전날, 하나원을 같이 수료한 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중국에서 조선족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금성이 엄마의 사연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운영자를 통해 금성이는 엄마와 SNS 아이디를 주고받아 영상 통화에 성공했다. 1년 넘게 엄마를 그리워한 소년에게 그야말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이었다.
엄마는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다행히 중국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만날 수는 없지만 자유롭게 수시로 영상통화를 했다.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금성이는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금성이니? 너희 엄마가 중국 공안에 잡혔다는구나.”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지난해 2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전화기 속에서 끔찍한 말이 흘러나왔다. 다른 탈북자가 금성씨 엄마의 체포 소식을 듣고 금성씨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알려준 것이었다.
“너 보러 갈게.” 얼마 전 엄마와 나눴던 통화가 문득 떠올랐다. 엄마는 탈북해 중국에서 지내던 동생(금성씨의 이모)이 한 달 전 미얀마를 거쳐 한국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즉흥적으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동생이 성공한 루트를 따라갔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엄마는 지난해 1월 미얀마 국경 근처에서 다른 탈북 여성 2명과 함께 중국 공안에 붙잡혀 구금됐다.
금성씨는 자신이 ‘삼촌’이라고 부르며 함께 생활하는 김태훈(50)씨와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 금성씨는 하나원을 나온 이후 김씨가 운영하는 탈북민 그룹홈에서 줄곧 지내고 있다.

금성씨와 삼촌은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으니 ‘조용히’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물밑에서 방법을 찾아 헤맸다. 중국에 건너가 중국 남편을 직접 만나 도움도 청했다. 남편이 중국 법원에 선처를 바라는 편지까지 보냈지만, 재판 결과조차도 확인할 수 없었다.
구출 작전은 1년째 답보 상태에 빠졌는데, 돌연 ‘강제 북송’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중국 내에서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12일 끝난 뒤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한다. 북한 보위부가 강제 북송을 준비하는 구체적인 움직임도 전해들었다고 한다. 2023년 대규모 강제 북송 당시에도 민간단체가 정황을 먼저 포착해 선제적으로 경고했었다.
강제 북송이 임박했다고 판단한 금성씨와 삼촌이 최근 외교부와 통일부에도 문의했지만 ‘알아보겠다’는 답변뿐이었다. 삼촌은 “북송이 임박한 상황에서 ‘조용한 접근’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무슨 수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금성씨가 얼굴을 공개하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성씨는 11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가 다시 북한에 가게 되면 아주 위험할 수 있다”며 “엄마가 계속 중국에 살아도 좋으니 제발 강제 북송만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금성씨의 사연을 접한 국제앰네스티는 12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금성씨도 회견에 참석한다.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는 “이번 사례는 강제 북송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인권 문제임을 보여준다”며 “중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국제인권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 북한으로의 강제 북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도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 정부를 상대로 경위 파악에 착수했다.
관련 단체들과 탈북민들은 12일부터 재개되는 북한-중국 국제열차가 ‘강제 북송’의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023년 대규모 강제 북송을 사전에 경고했던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2023년 당시에는 대형 버스 수십대가 결집해 강제 북송 사실이 외부에 노출됐는데,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활용하면 북송 사실을 감춰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있다”며 “게다가 이 열차는 탈북자를 대규모로 수용하고 있는 중국 단둥시도 경유하기 때문에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2023년 10월 13일 중국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정부의 탈북민 대응을 질타했다. 중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다음 날인 10월 9일 북·중 국경 지역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600여명을 비밀리에 강제 북송한 사실이 인권단체들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던 시기였다.
현재 행정안전부 장관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중대사를 상대로 강제 북송 사태를 거론하며 “윤석열정부 들어 중국 측하고 접촉이 제대로 이뤄진 것을 보고받지 못했다. 대중 관계에 대단히 무성의했다”고 지적했다. 강제 북송의 이면에 외교 실패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정부에서 탈북민 인권은 아주 중시되는 것인데 깜깜이 대응을 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정부 대응을 문제 삼았다. 그는 “언론에서 아시안게임 직후 강제 북송될 것이란 보도가 이미 나오고 있었다”며 “북송될 걸 알았으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해법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의 대중외교 실패의 단적인 면이다. 북한 이탈민의 인권유린을 방치한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슈탐사팀=김판 김지훈 이강민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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