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혁명'하겠다는 이진숙, 그 발언에 담긴 섬뜩한 대구의 미래

신상호 2026. 3. 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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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 위법한 공영방송 이사 임명 강행, 국회와 끊임없는 갈등... 대구의 이념투쟁도시 선언?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 영등포경찰서장 등 고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25년 11월 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영등포경찰서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뒤 지검을 나서고 있다.
ⓒ 이정민
"저의 강점은 추진력입니다. 대구 혁명이 필요합니다. 대구 혁명은 두갈래입니다. 산업 혁명, 정신혁명입니다. 대구도 완전히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다른 인물, 다른 방식이어야 합니다. 어떤 저항이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제가 할 일은 하겠습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 지난 10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면접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방통위를 담당하며 이 전 위원장의 행보를 계속 지켜봐왔던 취재 기자 입장에서, 이 말이 어떤 함의가 있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몇 마디 되지 않는 이 말에서 그가 방통위원장으로 해왔던 행보들과 능력, 가치관 등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대구시민이라면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강점은 추진력입니다"] 위원장 되자마자... 법 무시한 밀어붙이기

지난 2024년 7월 31일, 당시 이 위원장은 취임식과 동시에 전례 없는 공영방송 장악 속도전을 펼쳤습니다. 방통위 위원 5명 중 3명이 공석인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그는 김태규 부위원장과 함께 KBS와 MBC(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방송 이사 13명을 뽑았습니다. 83명 지원자 서류를 검토하고 13명 이사를 최종 선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95분이었습니다.

추진력의 결말은 참담했습니다.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8월 28일 이진숙 전 위원장 등이 임명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고, 지난 1월에는 KBS 이사 7명에 대한 임명 처분도 취소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재량을 남용해서 이사를 임명했다", "2인 방통위 의결은 위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이 내세운 추진력이라는 것은, 법과 제도에 대한 적절한 고려 없이 무작정 밀어붙이다가 제동이 걸리는 추진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을 어그러뜨리는 독주라고도 하죠.

["대구의 정신 혁명이 필요하다"] 대구를 이념투쟁 도시로 만드나

이 전 위원장이 강조한 대구의 '정신 혁명'은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평소 더불어민주당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 온 인물입니다. 탄핵으로 직무 정지가 됐을 당시, 극우 유튜브에 출연해 "민주당이나 좌파집단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 "가짜 좌파들하고 우리가 싸우는 전사들이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논쟁적 사안"이라고 답하며 역사관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제가 볼 땐 이 전 위원장이야말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인물"입니다.

이 전 위원장이 말하는 '정신 혁명'은,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개심과 편향된 역사 인식을 대구에 이식하겠다는 선언으로 들립니다. 대구를 중앙 정부와 끊임 없이 충돌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정치적 도시'로 만들 수도 있을 거란 생각까지 듭니다. 지금까지 이 전 위원장이 해왔던 행보를 보면 무리한 예측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다른 인물, 다른 방식이어야 한다"] 정부여당과 사사건건 대립이 다른방식?

이 전 위원장이 말하는 '다른 방식'도 예측 가능합니다. 저는 이 전 위원장의 방통위 재직 시절을 명료하게 기억합니다.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민주당 의원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제대로 된 정책 질의가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그가 위원장을 그만둘 때까지 국회 상임위에서 이런 말싸움은 계속됐습니다. 국회에 출석하는 정부 기관장이 때때로 의원들과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처럼 거의 매번 목소리를 높이는 일은 처음 봤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해 2월 이 전 위원장과 출입기자 오찬 자리에서 "국회와 관계 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의 반응은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국회와 불화를 거듭했고, 방통위 예산은 국회 예산 심사에서 업무추진비 등이 대폭 삭감됐습니다. 그 여파로 지금까지도 방통위 공무원들은 업무추진비를 사비로 충당하는 등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가 대구 시장이 된다면 대구 역시 '다른 방식'의 변화를 겪을 것 같습니다. 이 전 위원장이 방통위 시절 그랬던 것처럼, 중앙 정부와 국회와의 협치를 포기하고 이념 투쟁에 골몰한다면, 향후 대구시 예산 확보와 국책 사업 추진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발전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 대구의 발전도 더욱 더뎌질 것입니다.

["어떤 저항이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제가 할 일은 하겠습니다"] 실형 확정되면?

이 전 위원장은 현재 수사 기관의 수사를 받는 신분입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대전 MBC 법인카드 유용 의혹 혐의와 관련해 이 전 위원장을 검찰에 송치했고, 위원장 재직 시절 유튜브와 페이스북 발언 등에 대해서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전 위원장은 그럼에도 대구 시장 출마를 결정했습니다. "어떤 압박에도 할 일은 하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만약 당선 후 이 전 위원장이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구시는 또다시 수장 공백과 재선거라는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이 전 위원장은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일까요? 대구 시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가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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