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청부사’ 이정효가 왔잖아요…K2 강등 3년차에 불붙은 수원 팬심

K리그 우승 4회, FA컵 정상 5회에 빛나는 ‘축구 명가’ 수원 삼성은 올해로 K리그2 강등 3시즌 째다. 실망하고 팬들이 떠나도 할 말이 없는 위기다. 그런데 2부리그에 머무는 해가 길어질수록 응원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이정효 감독이 부임하면서 서포터스의 가슴에 불이 붙었다.
지난달 28일 막을 올린 K리그 개막 라운드에서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2만4000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왔다. K리그1, 2를 합쳐 이번 개막 라운드 최다 관중이었다.
7일 열린 파주FC와 원정경기에서는 4000석의 원정 관중 티켓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불과 3분여 만에 매진됐다. 일반 관중석 입장한 수원 팬까지 합하면 원정 응원단의 규모는 5000~6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파주 스타디움에는 1만2000여명의 관중이 찾았는데, 수원 팬이 절반에 육박한 것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가 오늘처럼 북적거리길 바랐다”며 홈팬은 물론 수원 원정 팬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조유진 파주FC 홍보팀장은 “식당마다 수원 팬으로 가득 찼다. 상인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더라. 축구로 활력이 생겨 접경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수원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FC와 승강을 놓고 마지막 결전을 치렀을 땐 서귀포까지 수원 팬 4000~5000명이 원정을 갔다. 비행기, 공항부터 경기장 주변 숙소와 음식점이 수원 팬으로 가득 찼다”며 “다른 도시에도 수원이 원정을 가면 경기장 주변 치킨집, 밥집에 대기 줄이 생긴다. 이제 편의점에서는 수원 경기 일정에 맞춰 생수와 맥주 재고를 쟁여놓는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원은 지난 시즌 팀을 따라 원정경기까지 찾아가는 원정관중수가 경기당 3234명으로 K리그1, 2를 합쳐 압도적인 1위다. 원정관중 2위 전북 현대(2364명)보다 37%나 많은 수치다. 덕분에 지난해 K리그2 14개 구단 중 무려 10개 구단이 수원과 경기에서 홈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더 놀라운 건 해마다 원정관중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K리그1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됐던 2023시즌 1845명이던 수원의 경기당 원정관중은 2024년(2767명), 2025년(3234명) 연속 증가했다. 박민규 수원 서포터스 운영팀장은 “팀이 어려우니까 서포팅을 떠났던 팬들까지 되돌아오고 신규 회원 가입은 유지되며 신구 조화가 더 좋아졌다”며 “함께 어려움을 겪어서 더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수원은 K리그에서도 세련된 서포터 응원 문화로 유명하다. 홈 개막전에서 카드섹션을 선보이며 이 감독을 환영한 수원 서포터는 파주에서는 이른바 ‘휴지 폭탄’ 응원으로 경기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홈에서 창단 첫 경기를 치른 파주FC를 위한 ‘집들이 선물’이라는 의미까지 담은 응원이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수원 서포터는 가는 곳마다 장관을 연출한다”며 “30년간 다져진 수원 팬덤의 저력이다. 수원이 1부리그에 있었다면 흥행에 도움이 됐겠지만, 2부리그에서도 엄청난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단이 이기는 데만 급급한데, 수원 삼성이 만들어낸 팬 문화는 각 구단의 롤모델”이라고 평했다. 대규모 원정 관중을 몰고 다니며 K리그2가 튼튼하게 한국 축구에 뿌리내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뜻밖의 평가까지 받고 있다. 박민규 수원 서포터는 “우리가 2부리그 발전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다. 올해는 반드시 1부리그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이정효의 수원’은 2연승으로 쾌속 질주하고 있다.
수원은 14일 홈에서 전남 드래곤즈와 격돌한다. 예매 첫날인 11일 벌써 1만4000장이 팔렸다. 2022년 30만명이던 K리그2 관중은 2023년 58만명, 2024년 90만명, 2025년 118만명으로 3년 만에 약 4배가 됐다. 올해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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