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없으면 이런 일 생길 수도...이런 세상 원하십니까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9일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사퇴했습니다. 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보완수사권 문제의 경과는 이렇습니다'에 대한 글을 그의 동의를 얻어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검찰개혁 관련 다양한 의견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박찬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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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검찰청 |
| ⓒ 이정민 |
제가 이러는 이유는 사실 딱 하나입니다. 저의 직업적 양심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수십 년간 형사사법 절차를 경험하고 연구해 왔고, 지난 몇 달간은 이 첨예한 논쟁 현장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이 없어진 세상이 어떨 것인지 명확하게 그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건대, 그런 세상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닙니다. 그것을 알면서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제가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겁니다, 양심에 반하는 일입니다. 자고로 지식인은 진실을 말해야 하고, 거짓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것이 책임 있는 지식인의 삶이라고 저는 배워왔습니다.
수사실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보완수사를 못하게 하는 제도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형사절차 시스템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서양(유럽)에서 만들어진 근대 형사절차가 일본을 통해 이 나라에 들어왔고,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에서 형사소송법을 만들어 80년을 운용한 제도입니다. 우리의 형사절차는 소위 대륙법 계통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말합니다. 대륙법 하에서의 검사의 주된 기능은 경찰의 수사통제와 (전국적) 통일적 법 적용의 임무를 담당합니다.
경찰에 대한 수사통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프랑스와 독일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검사는 수사의 기본 주체로서 경찰을 지휘 통제해 수사를 진행합니다. 다만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그러나 요즘 독일은 대형경제범죄 수사의 경우 검사가 수사를 주도함). 경찰이 수족처럼 수사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검사가 직접 수사할 필요도 없고, 수사를 하고 싶어도 인력도 없습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대륙법계든 영미법계든 검사가 수사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일은 거의 예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륙법 계통의 수사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수십 년간 검찰이 욕심을 내 왔습니다. 경찰에 대한 수사통제보다든 자신이 직접 수사하는 것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검찰은 영장청구권이 있다보니 자신이 직접 수사를 하면 경찰에 비할 바 없는 강한 힘을 보유하게 된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그게 효율적이고 신속한 정의구현에 도움이 된다며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합니다. 요즘 특검이 그렇잖습니까. 특검은 수사를 직접하면서 필요한 경우 바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습니까? 검찰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이 직접수사권을 남용해 민주화된 대한민국에서 절대 권력기관이 된 겁니다. 이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검찰의 칼이 한 사람을 향하면 멸문지화의 상황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제가 분개한 이유입니다. 그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 하에서 검찰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였습니다. 시민사회가 들끓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니었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뺏는다고 했지만 완전하지 못했습니다. 형소법을 개정해 검찰의 수사권 조항(196조)을 깨끗이 잘라냈으면 좋았는데, 검찰청법에 제한적으로 직접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놓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것이 결국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켰고, 그 정권은 그 근거를 시행령으로 확대해, 검찰공화국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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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검찰청 |
| ⓒ 이정민 |
그런데 여기에 중대한 갈등이 싹트고 있습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마저 완전히 없애자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검찰은 옛날로 돌아가 보완수사를 근거로 장난을 칠 거라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이 제가 다른 생각을 갖게 되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보완수사는 그렇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수사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수사와는 속성을 달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리 형사절차가 반드시 가져야 할 책임이자 권한입니다. 설혹 위험하더라도 그래야 합니다. 검사에게 기소여부 판단 권한을 주었음에도 그것을 위해 필요한 사실확인 권한을 주지 않는 것은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기소해서 무죄 받으면 누구의 책임입니까. 검사 책임 아닙니까. 그런데 그 검사는 기소 전에 사실확인을 하기 어려웠다고 하면 어쩌겠습니까. 그를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검사에게 보완수사마저 허용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프랑스식, 독일식으로 가면 됩니다. 검사가 완벽하게 경찰을 통제하면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는 체제로 가면 굳이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가능합니까? 지금 경찰이 그것을 원합니까? 경찰 수사과정에서 검사가 조금이라도 간섭을 하면 검찰권 남용이라면서요?)
물론 모든 권한은 남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보완수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보완수사의 범위를 정하고 그것을 넘는 수사는 위법수사가 됨을 경고해도 정말 이상한 검사를 만나면 선을 넘는 수사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그렇게 되면 법원이 결국 개입해 공소기각을 하게 될 것임). 여기서부터는 이제 소위 비교형량이라는 잣대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즉 보완수사를 함으로 얻는 사회적 이익과 그 남용으로 야기될 사회적 불이익을 교량하는 것입니다. 저는 단호하게 말하건대, 전자의 이익이 큽니다. 그래서 보완수사는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이 글을 마치면서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보완수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굉장히 많습니다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쉬운 예를 고른 것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판단을 내려 보십시오. 보완수사를 하는 경우와 하지 않는 경우 어느 것이 이익이 되는지 말입니다. 이런 사건이 1년에 얼마나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이 우려하는 보완수사 남용으로 문제가 될 사건은 1년에 몇 건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보완수사를 폐지하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이런 세상을 진짜 원하십니까?
① 보완수사가 폐지되면, 피의자나 피해자가 억울하다고 아무리 호소해도 검사 앞에 설 기회조차 없습니다. 검사는 그 얼굴도, 목소리도 모른 채 경찰이 작성한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그런 세상을 진짜 원합니까?
② 살인 혐의를 받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경찰에서 부인했습니다. 그런 사건이라면 검사가 그 얼굴도 한 번 보고, 그 말투도 한 번 듣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 아닙니까? 검사의 보완수사를 없애자는 말은, 그 최소한조차 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진짜 그런 세상을 원합니까?
③ 피의자 수십 명, 참고인 수백 명인 대형 부패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송치기록을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닙니다. 이때 검사가 직접 확인하지 않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입니까? 그렇게 해서 실체적 진실이 발견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범죄인 천국 되는 것 아닙니까? 여러분은 진짜 그런 세상을 원합니까?
④ 여러분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에 고소를 했더니, 경찰은 피해자 말을 못 믿겠다고 하면서 피의자를 무혐의 처리(불송치 결정)했습니다. 피해자가 하도 억울해서 검사에게 이의했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검사가 피의자와 피해자를 만나지도 않고 경찰이 만든 기록만으로 사건을 판단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여러분은 진짜 그런 세상을 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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