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호투에 ML 앞길까지 열렸다…전 KT 헤이수스, 타이거스 40인 로스터 전격 등록 [더게이트 WBC]
-디트로이트, 40인 로스터 한자리 내줘…아시아 복귀도 고려했는데 방향 전환
-요한 산타나 전수 체인지업 장착…힌치 감독 "기교파라 부르는 건 실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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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두고 늘 따라붙는 말이 있다. 시즌 전 무리한 출전이 부상이나 페이스 조절 실패로 이어져 정규시즌을 망친다는 우려다. 실제로 일부 선수와 구단이 WBC 출전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WBC에서 펼친 눈부신 활약이 새로운 기회가 되는 경우도 있다.
엔마뉴엘 데 헤이수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가 좋은 예다. KBO리그를 떠나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나섰던 이 좌완 투수는 이번 대회 이스라엘전 역투를 발판 삼아 빅리그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남은 대회 활약에 따라서는 개막 엔트리 합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BO 이닝이터의 반란, 디트로이트를 움직이다
디트로이트의 결단이 없었다면 헤이수스의 행선지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헤이수스는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로 돌아갈 기회도 열어두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2024시즌 키움 히어로즈(171.1이닝)와 지난 시즌 KT 위즈(163.2이닝)에서 검증된 이닝이터로 활약한 그에게 복수의 KBO 구단과 아시아 리그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고.
하지만 합류 이후 보여준 퍼포먼스에 디트로이트의 생각이 달라졌다.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몸을 끌어올린 헤이수스는 시범경기 6.1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는 3이닝 7탈삼진을 솎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AJ 힌치 감독은 디 애슬레틱에 "존을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다양한 공을 던질 줄 안다. 좌우 타자 차이도 거의 없다"고 호평했다.
화룡점정은 8일 WBC 이스라엘전이었다. 헤이수스는 5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쏟아내며 베네수엘라의 WBC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14타자 연속 범퇴라는 압도적인 투구 앞에 상대 사령탑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은 "구속이 전부가 아니다. 타자 앞에서 공이 갑자기 튀어 오르는 느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비결은 MLB 레전드 요한 산타나의 과외였다. 베네수엘라 투수코치이자 사이영상을 두 차례 거머쥔 산타나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체인지업 노하우를 헤이수스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 이스라엘전에서 기록한 15번의 헛스윙 중 8개가 이 체인지업에서 나왔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체인지업을 50구 이상 던진 투수 중 헤이수스보다 수평 무브먼트가 큰 투수는 11명뿐이었다.

동료들이 만들어준 '축하 터널'
로스터 진입 소식이 알려진 11일 훈련장에서는 동료 투수들이 두 줄로 서서 축하 터널을 만들어 헤이수스를 맞이했다. 이스라엘전 등판 직전 "가족을 위해 던져라"고 격려했던 루이스 아라에즈는 신기록을 세운 8번째 삼진 기념구를 직접 챙겨주기가지 했다.
힌치 감독이 좌완 투수 3명을 개막 로스터에 포함할 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현재 페이스라면 헤이수스가 그 한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는 게 디 애슬레틱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투수 맷 매닝의 부상으로 대체 외국인 투수가 필요해진 삼성 라이온즈를 비롯한 KBO리그 복귀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리그에는 한국 대표팀 마무리 고우석도 있다. 고우석 역시 이번 WBC에서 일본전과 타이완(대만)전에서 호투하며 존재감을 알린 만큼 팀내 평가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에 따라선 고우석과 헤이수스, 드류 앤더슨(전 SSG)이 함께 뛰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절실한 선수들에게 WBC는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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