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대통령’ 농협 회장, 금품선거 논란에…204만 농민 직선제 검토

남수현 2026. 3.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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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간부의 횡령 등 각종 비리가 이어지고 있는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중앙회장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1000명 남짓의 조합장이 대표로 투표하는 현행 방식 대신 200만 명 넘는 농민(조합원)이 직접 뽑는 방식 등을 검토한다. 독립 감사를 실시하는 위원회를 신설하고, 금품선거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농협개혁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관련 입법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부터 실시된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 농협의 취약한 내부통제 장치 등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데 따른 조치다. 이번 대책은 농업계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농협개혁 추진단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가장 큰 변화는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의 개편이다. 농협중앙회장은 ‘농민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농정 전반에 막강한 권한이 있는 자리이지만, 현재는 투표권이 소수의 조합장(1110명)에게 집중된 탓에 금품선거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당정은 전체 조합원(204만 명) 직선제나 선거인단제 중 하나로 개편하기로 했다. 전체 조합원 직선제는 농민들이 직접 투표하는 방식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높일 수 있지만, 사실상 대도시 한 곳 규모에 맞먹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선거인단제는 선거인단 구성과 투표권 배분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개혁 추진단에서 두 방안을 두고 좀 더 면밀한 검토를 거쳐, 오는 6월 지방선거 전 결론을 내고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는 “농협 개혁은 중앙회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핵심인데, 조합원 직선제로 가면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우려도 있다”며 “직접 선거로 선출됐다는 정당성을 앞세워 회장의 권한 확대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회장 선거제 개편도 중요하지만, 이사회 구성이나 농협경제지주 지배구조 등 세부 거버넌스 체계를 손보는 논의도 더 필요하다”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업협동조합 개혁안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은 금품선거를 막기 위해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을 현재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한다. 과태료도 제공가액의 10~50배에서 30~80배로 높인다. 선거운동 방식도 TV 토론회 등으로 확대해 정책경쟁 중심의 선거로 전환을 유도한다.

농협 전반에 대한 통제와 운영 감사 수위도 높인다. 별도 특수법인 형태의 통합 감사기구인 ‘농협감사위원회’(가칭)를 새로 만들어, 중앙회·조합·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사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중앙회 내부에 감사위가 있지만, 내부 임직원 출신으로 구성돼 소극적인 ‘셀프 감사’에 그쳐왔다. 또 중앙회 임직원이 횡령·금품수수 등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직무를 정지할 수 있는 근거도 법에 마련하기로 했다.

중앙회장의 권한도 축소한다. 지주·자회사에 대한 경영개입 금지 원칙을 법에 명시하고, 타 업무·직위에 대한 겸직도 금지한다. 중앙회장이 재량권을 쥐고 ‘통치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많았던 회원조합지원자금(무이자자금)도 자금계획을 수립할 때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편성토록 의무화하고, 농식품부에도 사전 보고하도록 한다.

이번 개혁 방안은 1단계로, 전문가·농업계 등이 참여 중인 농협개혁 추진단은 오는 9월까지 2단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후속 개혁안에는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등 생산자협동조합으로서 본연의 역할 강화와 관련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미스러운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뼈를 깎는 쇄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농협 내 개혁 작업을 추진 중인 농협개혁위원회는 이날 금품선거 근절을 위한 선거비용 보전 제도 신설 등이 담긴 자체 개혁안을 제시했다.

세종=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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