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침공'이 한국에 던진 메시지

김정배 2026. 3. 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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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배 기자]

 2026년 3월 7일, 이란 테헤란에서 폭발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마지드 아스가리푸르/WANA(서아시아 통신사)
ⓒ 로이터/연합뉴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은 중동 지역을 넘어 한반도의 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위협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3고(高)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주목해야 할 점은 치솟는 경제 지표 뒤의 냉혹한 이면이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나 우발적 충돌이 아니다. 미국의 군사 행동은 철저히 계산된 정치적 행위로서 미국의 대외 정책 전통과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얽혀 있다. 우리는 이번 전쟁의 '진짜 얼굴'을 직시하고 복합 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주권적 전략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핵 위협 저지'와 '테러 배후 제거'였다. 그러나 그 근거는 분명치 않다. 아마도 배후에 결정적인 다른 이유가 있지 싶다.

첫째, 국내 정치적 수세를 돌파하기 위한 술책이다. 트럼프는 관세 부과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 이민 단속 과정에서의 인명 사고, 고용 쇼크 등 사면초가에 빠져있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MAGA) 내부의 이탈 조짐마저 일자, 트럼프는 외부의 적을 타격해 내부의 결집 효과를 노린 듯하다. 이는 과거 미국 지도자들이 권력의 정당성이 흔들릴 때 사용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둘째, 상대를 극한으로 몰아붙여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강제전략'을 구사한 듯하다. 트럼프는 명확한 출구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권 교체'와 '핵 포기'라는 모호한 목표를 언급하면서 이란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고집하며 무장 해제를 압박했던 전통적인 '일방주의'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 기조는 동맹이나 국제법적 절차보다는 미국의 실질적인 통제를 우선시한다. 이란 공격 역시 중동 내 미국의 패권을 재확인하고,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려는 책략이다.

셋째, 트럼프는 북핵 문제나 한미 동맹을 바라볼 때도 '핵무기를 가진 자와의 거래' 혹은 '방위비 분담금'과 같은 실리적 관점을 유지했다. 이란과의 충돌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의 외교적 성과를 부정함으로써 자신만의 새로운 '거래 조건'을 강요하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이란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어 미국에 유리한 경제·안보 협상을 끌어내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과 일방주의가 동맹국인 한국에 무거운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그러했듯 지금의 미국 정책 결정 구조는 장기적 식견을 가진 두뇌 집단보다는 정치권 내의 즉흥적 결단에 좌우되는 경향을 띠고 있다.

미국의 국가 전략 구도가 실제 군사 작전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정책 지식 생태계의 약화를 의미한다. 동맹의 가치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혹은 '방위비를 얼마나 더 낼 것인가'가 유일한 잣대가 된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을 때론 도와주고 때론 가혹하게 겁박하며 자신의 이익을 관리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3고 충격은 우리 경제에 실존적 위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첫째, 대미 외교의 '정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특정 행정부와 밀착된 일부 두뇌집단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 내 다양한 정책 연구 기관과 민간 차원의 채널을 강화하여 미국의 돌발적인 정책 변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조율하고 우리의 실리를 반영할 수 있는 다각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다. 국제 유가 100달러 시대는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유가 상승이 물가 폭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유류세 인하와 공공요금 관리 등 선제적인 경제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범정부 차원의 '3고 대응비상대책위원회'를 상설화하여 실시간 대응해야 한다.

셋째, 자주적 균형적 인식에 기반한 대외 전략 재정립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자신이 내세운 명분과 상관없이 상대국을 자신의 이익에 맞춰 관리해 왔다. 트럼프는 미국의 그러한 '두 얼굴'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인물일 뿐이다. 우리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이 언제든 변화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에 종속하는 사고 구조에서 벗어나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창의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이란을 공격하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고스란히 세계 시민과 우리의 몫이 되고 있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우리가 우리 눈으로 세계를 보고, 우리의 미래 비전을 스스로 그려내지 않는다면, 강대국의 패권 추구를 위해 지급해야 할 청구서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낭만적' 동맹론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익을 중심에 둔 '차가운' 자주적 실리 외교 기획력이다. 작금의 그리고 향후 다양한 위기의 파고를 넘는 길은 오직 우리의 주권적 결단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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