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아트뮤지엄, 이런 도슨트 설명도 괜찮네

김선아 2026. 3. 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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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까지 열리는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듣고 이동하니 붓 터치 하나하나 유심히 관람 가능

[김선아 기자]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세잔. TV 또는 미술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봐 온 이름들이다. 하지만 그 작품을 실제 원화로 마주할 기회는 흔치 않다. 최근 노원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을 찾았다.

전시는 온라인 광고를 통해 알게 됐다. 가까운 곳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의 원화를 볼 수 있고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된다는 안내가 눈길을 끌었다. 미술 전시에 관심이 많아진 터라 망설임 없이 예매 버튼을 눌렀고, 아이와 함께 주말에 방문했다.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전시회
ⓒ 김선아
전시명: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장소: 노원아트뮤지엄
기간: 2025년 12월 19일 ~ 2026년 5월 31일
도슨트: 하루 2회 (10:30, 15:00) 무료 운영
홈페이지: https://www.nowonarts.kr/channels/exhibition/programs/946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도슨트 운영 방식이었다. 보통의 전시라면 도슨트가 관람객들을 이끌고 작품 사이를 이동하며 설명하는 방식이지만, 그러나 이 전시는 조금 달랐다. 소공연장에 먼저 모여 앉아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그 후에 전시장으로 이동해 원화를 감상하는 순서였다. 전시장이 넓지 않아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막상 해보니 장점이 뚜렷했다. 큰 화면으로 작품을 보며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집중도가 높았고, 다른 관람객들과 부딪히며 감상할 필요도 없었다. 설명을 들은 뒤 원화를 마주하니, 붓 터치 하나하나를 훨씬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 좁은 전시 공간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린 방식이었다.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 한이준 도슨트
ⓒ 김선아
빛과 색을 그린 새로운 미술

인상주의는 이전 미술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아카데미 화가들이 이상적인 형태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인상파 화가들은 눈앞에서 변화하는 빛과 색, 순간의 인상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밝은 색채와 자유로운 붓 터치가 특징이며, 실제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짧은 붓 터치가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슨트 설명에서 들은 인상주의의 탄생 배경도 흥미로웠다. 당시 프랑스 미술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전시는 연례 공모전인 살롱(Salon)이었다. 클로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는 살롱에서 낙선했다. 고전적이고 정교한 화풍을 기준으로 삼던 심사위원들의 눈에는 완성도가 부족한 그림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살롱에서 거부당한 화가들은 1874년 무명예술가협회를 결성해 독자적인 전시를 열었다. 이것이 인상주의 전시의 시작이었다. 이후 화상 폴 뒤랑뤼엘이 프랑스에서 외면받던 인상주의 작품을 미국으로 가져가 전시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인상주의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인상주의가 꽃필 수 있었던 데는 시대적 배경도 있었다. 카메라의 발명으로 사실적 묘사의 필요성이 줄었고, 튜브 물감의 등장으로 화가들은 야외로 나가 빛과 자연을 직접 마주하며 그릴 수 있게 됐다. 아카데미 화가들이 신화와 종교를 이상적으로 재현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인상파 화가들은 눈앞의 빛과 색, 그 찰나의 인상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도슨트 설명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화가들 사이의 우정과 연대였다. 모네, 마네, 르누아르, 시슬레, 바지유는 서로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그중 비교적 유복했던 화가 프레데리크 바지유는 동료들의 작품을 사들이며 그들을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지유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그의 작품들은 부모에 의해 프랑스 왕실에 기증될 예정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거장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클로드 모네는 같은 대상을 시간대, 계절, 날씨를 달리하며 연작으로 그렸다. 건초더미, 수련, 루앙 대성당이 그 대상들이다. 도슨트는 모네의 그림을 볼 때 '무엇을 그렸는가' 보다 '어떤 빛을 표현하려 했는가'를 생각하며 감상하길 권했다. 실제로도 같은 수련이 있는 연못 이지만 오전, 저녁 무렵의 빛의 따라 달리 표현되었다.
 수련이 있는 연못, Pond with Water Lifes, 1907/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 김선아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전시 소개를 인용했다).
Section 1. 수면 풍경과 반영 (Waterscapes and Reflections)
인상파 화가들은 자연 속에서 빛과 색이 시시각각 변하는 찰나를 화폭으로 옮기기 위해 화실 밖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들은 형태와 그림자를 작은 붓자국으로 표현하며, 공기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색의 변화를 탐구했습니다. 이런 시도로 고정된 현실이 아닌 빛과 자연의 순간적인 인상을 화폭 위에 담아냈습니다.
 강가의 시골 저택 , Country House by a River, ca. 1890 /폴 세잔, Paul Cezanne
ⓒ 김선아
Section 2. 도시 풍경, 자연, 인물이 있는 전경 (Cityscapes, Nature, and Figural Landscapes)
인상파 화가들은 급격히 변화하던 19세기 파리의 도시와 일상, 그리고 자연의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모네, 르누아르, 피사로 등은 빛과 색의 변화를 실험하며, 거리와 공원, 강변의 풍경 속에서 도시의 활기와 자연의 평온함이 공존하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 밀밭의 양귀비, Poppies in a Wheatfield, 1887 / 빈센트 반 고흐, 붓터치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반 고흐의 작품
ⓒ 김선아
Section 3. 인물과 정물 (People and Still Life)
인상파 화가들은 변화하는 도시의 중산층과 그들의 일상, 여가, 그리고 인간적인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또한 전통적인 주제가 되었던 정물에 새로운 감각과 빛의 실험을 더해, 일상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했습니다.
 정물, Still Life, 1899 / 폴 고갱, Paul Gauguin
ⓒ 김선아
폴 고갱의 정물 작품에는 숫자 '3'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장식장의 무늬 세 개, 벽지의 무늬 세 개, 그리고 사과 세 개다. 아이가 태어난 뒤 완성된 가족을 상징하는 의미로, 작가는 정물 속 사물의 배열을 통해 가족의 완전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엄마여서인지, 전시를 마치며 이 이야기가 가장 깊이 마음에 남았다.

3월 개학 직후라 관람객이 가장 적은 시기라는 도슨트의 말이 무색할 만큼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관람은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작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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