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 하나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 제주돌문화공원
3월 3일부터 3월 9일까지 제주를 여행했다. <기자말>
[전갑남 기자]
제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삼다도(三多島)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는 뜻이다. 제주 땅에 발을 내디디면 거친 바람과 현무암의 질감은 즉각 체감되지만, '여자가 많다'는 말은 늘 수수께끼였다. 단순히 인구 통계학적인 의미일까, 아니면 그 속에 숨겨진 또 다른 상징이 있는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 섬의 형성 과정과 제주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다는 '제주돌문화공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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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화와 역사가 시작되는 곳, 제주 돌문화공원의 입구에서 여정의 첫발을 떼다. |
| ⓒ 전갑남 |
집채만 한 바위들은 태초의 제주가 생성될 당시의 거친 숨소리를 머금고 있는 듯했다. 현실 세계를 뒤로 하고 거대 여신이 지배하던 신화의 시대로 차원을 이동하는 듯한 묘한 긴장감이 전해졌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관람객의 마음을 정화하고 신성한 공간으로 인도하는 일종의 의례적인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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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의 푸른 하늘이 내려앉은 하늘연못. 그 청명함에 취해 여행자는 두 팔을 벌려 하늘을 안는다. |
| ⓒ 전갑남 |
그 청명함에 옆에 있던 아내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와, 이거 호수야? 넘실넘실 이렇게 깨끗할 수가!"
인공적인 구조물 위에 고인 물이라기엔 너무나 투명했고, 주변의 숲과 하늘을 거울처럼 비춰내며 자연 일부로 완벽히 동화되어 있었다. 설문대할망의 숭고한 죽음이 서린 이곳에서 우리는 제주의 하늘과 땅이 하나로 만나는 찰나를 목격했다.
땅의 심장부, 지하 돌 박물관과 설문대할망 전시관
연못의 여운을 뒤로 하고 우리는 홀린 듯 지하 돌 박물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압도한 것은 제주의 탄생 과정을 재현한 거대한 파노라마 영상이었다. 휘몰아치는 불꽃 속에 섬이 솟구치는 장엄한 서사시를 보며 아내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저렇게 뜨겁고 격렬하게 태어난 섬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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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용암이 분출되어 섬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여 제주의 기원을 생생하게 전한다. |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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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이 빚은 수석뿐만 아니라 인간의 예술적 영감이 더해진 조각상들이 나란히 서서 각기 다른 몸짓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
| ⓒ 전갑남 |
이어진 설문대할망 전시관에서는 제주의 창조주이자 어머니인 설문대할망의 신화가 예술적으로 재구성되어 있었다. 키가 너무 커서 한라산을 베개 삼았다는 거대 여신이 자식들을 위해 솥에 몸을 던졌다는 서사는 제주의 정신적 뿌리였다.
전시실을 가득 채운 기기묘묘한 용암석들은 인간의 손으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지구의 속살'이었고, 그 돌들 속에 할망의 넋이 깃들어 있는 듯 보였다.
백만 평의 대지, 곶자왈의 숨결 속으로
박물관 밖으로 나오자마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대지였다. 마침 지나가는 순환버스를 타려다, 아직 다리 힘이 있으니 직접 걸어보자며 씩씩하게 발걸음을 뗐다.
마치 제주도 모든 돌이 이곳으로 모여든 듯,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석물(石物)들이 다음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산책로 길가에 세워진 돌하르방들은 세월에 깎여 뭉툭해진 코와 비대칭인 눈매가 오히려 더 정겹고 사람 냄새가 났다.
걷던 중 아내가 거대한 바위 형상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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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 바람을 피해 지면에 낮게 엎드린 제주의 고인돌. 땅의 숨결을 품은 강인함이 느껴진다. |
| ⓒ 전갑남 |
수천 년 세월을 버텨온 강화 고인돌의 꿋꿋한 기상과는 또 다르게, 제주의 고인돌은 모진 풍파 속에서 몸을 낮추어 생명을 지켜온 제주 사람들의 삶처럼 투박하고도 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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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을 향해 솟은 거대한 바위들이 마치 어머니를 향한 영원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굳어버린 아들들처럼 서 있다. |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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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붉은 동백꽃이 떨어진 마당과 초가집. 제주 삶 속에서도 피어난 따스한 서정이 느껴진다. |
| ⓒ 전갑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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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귀여운 동자석과 석상들. 투박한 현무암으로 빚어낸 작은 석상들이 마치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정겹게 서 있다. |
| ⓒ 전갑남 |
어머니의 방에서 마주한 따스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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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면의 그림자가 자식을 품은 어머니의 숭고한 실루엣을 닮아 보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
| ⓒ 전갑남 |
공원을 나서는 길, 발끝에 채이는 작은 돌 하나조차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 작은 돌 속에도, 이 섬의 억만년과 어머니들의 시간이 함께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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