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거부'가 유행? WBC가 갈라놓은 시애틀 동료... 아로자레나 "지옥에나 가라" 랄리 "미국 대표팀이 우선" [더게이트 WBC]

배지헌 기자 2026. 3. 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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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수 칼 랄리, 팀 동료 아로자레나 인사 외면
-아로자레나, 스페인어 인터뷰서 거친 욕설로 반발
-랄리 "국가대표 책임감... 사적인 불화는 전혀 없다"
아로자레나의 악수를 무시하는 랄리(사진=X 화면 갈무리)

[더게이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두고 일각에선 시범경기 수준의 친선전이라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다이킨 파크에서 벌어진 장면을 목격했다면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갔을 법하다. 승부욕의 온도가 어찌나 뜨거운지, 원래 한 팀 소속인 동료들 간에 의 상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2026 WBC B조 예선. 멕시코의 간판타자 랜디 아로자레나가 첫 타석에 들어서며 미국 포수 칼 랄리에게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평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함께 뛰는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사. 하지만 랄리는 악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 짧은 거절의 순간은 중계 화면을 타고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퍼져 큰 화제와 논란을 불렀다.

경기는 미국의 5대 3 승리로 끝났다. 에런 저지의 2점 홈런과 로만 앤서니의 3점 홈런이 터지며 미국이 일찌감치 5점 차로 달아났다. 멕시코가 두 점을 따라붙으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으나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3전 전승으로 8강행 고속도로를 탔고, 멕시코는 2승 1패로 한 걸음 물러났다.
욕설을 섞어가며 랄리를 비난한 아로자레나(사진=X 화면 갈무리)

대표팀이 먼저? 냉정했던 랄리의 손

악수 거부의 후폭풍은 경기 후에 시작됐다. 아로자레나는 인터뷰에서 폭발했다. 멕시코 기자 루이스 길버트와의 스페인어 인터뷰에서 쿠바와 멕시코식 욕설을 섞어가며 랄리를 향한 분노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아로자레나는 "랄리가 '만나서 반갑다'고 말하기에, 그 말을 본인 엉덩이에나 처박으라고 했다"며 "꺼져라, 지옥에나 가라"는 거친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다만 아로자레나가 실제로 '장대한 분노'를 품은 것인지, 아니면 특유의 유머 섞인 신경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쿠바 탈출 후 2022년 멕시코 국적을 얻은 아로자레나는 2024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으며 랄리와 동료가 됐다. 평소 장난기 넘치는 성격으로 유명한 그였기에 이번 욕설 인터뷰의 진의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튿날인 11일엔 이탈리아전을 앞둔 랄리가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 시즌 포수 역대 최다인 60홈런을 쏘아 올리며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 2위에 빛나는 랄리는 평소처럼 담담했다. 랄리는 "랜디를 사랑하고 이번 일이 소동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우리 사이에 나쁜 감정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악수를 외면한 이유에 관해 랄리는 "지금 내게는 국가와 이곳 팀 동료들에 대한 책임이 우선"이라며 "단지 감정이 고조된 경쟁적 환경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아로자레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마크 데로사 미국 감독 역시 "랄리가 경기 전부터 아로자레나에게 과도한 친분 표시는 자제해달라고 미리 당부했다"며 랄리의 행동이 철저히 준비된 것이었음을 뒷받침했다.

이런 '악수 거부'는 WBC의 전유물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 2023년 대회에서도 미국 포수 윌 스미스(LA 다저스)가 아로자레나의 인사를 외면한 전례가 있다. 이번 대회에선 호주 포수 로비 퍼킨스가 체코 선두 타자의 손을 거절하며 "경기장에 들어서면 오직 승리뿐"이라는 냉정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현역 시절 메이저리그를 풍미했던 명포수 야디어 몰리나 푸에르토리코 감독은 "인사 한 번 한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며 "랄리의 행동은 마음에 들지 않고, 나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WBC가 막을 내리면 두 선수는 다시 애리조나 피오리아의 시애틀 캠프에서 만나야 한다. 소속팀 사령탑인 댄 윌슨 감독은 "그들을 그 자리까지 올린 것은 엄청난 경쟁심"이라며 "동시에 우리 팀원들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는지도 잘 안다. 이번 일이 팀에 문제가 될 리 없다"고 신뢰를 보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국제 무대에서 잠시 우정을 접어둔 두 사나이가 다시 만났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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