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고령에 러시아로 망명한 선비 독립지사
[김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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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주종택(이승희 독립지사 생가) 사랑채 |
| ⓒ 김명희 |
이승희 지사는 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당시 58세였다. 늑약 파기와 매국노 처형을 주장한 '청주적신파늑약소(請誅賊臣罷勒約疏)'를 올렸다가 그해 12월 일제에 구속되어 고문을 당했다. 지사는 "선비는 죽일 수는 있어도 욕보일 수는 없다!"고 당당히 맞섰다.
1906년 4월에 출옥한 지사는 그 이듬해(1907년) 2월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자 성주군 국채보상의무회 회장을 맡아 활동했다. 또 일본의 조선 침략 죄상을 세계만방에 알리고 심판을 호소하기 위해 '여화란국해아만국평화회중서(與和蘭國海牙萬國平和會中書)'를 지었다.
일제의 간교한 방해로 국채보상운동은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머잖아 국권을 잃게 될 것을 예견한 지사는 1908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했다. 이국 땅에서 지사는 떠돌이로 살아가는 동포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독립운동의 기반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때부터 지사는 공동체 마을 조성에 온 힘을 쏟았다.
동포들의 생활이 안정되어야 독립운동 가능
1909년, 러시아 국경 봉밀산 아래에 100여 가구 한인촌을 조성했고, 이름을 '한흥동'이라 붙였다. 한흥동은 한국을 부흥하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한민학교도 세웠다. 그 뒤로도 지사는 한인 공동체마을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았다.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 박은식은 "한인 공동체마을 운동에 관심이 있는 망명 지사 중에 이승희 선생을 만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했다(경상북도 2025년 발간 <경북 독립운동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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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희 지사의 아버지 이진상이 제자들을 가르쳤던 성주 회연서원 누각에 '見道樓'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발음은 "견도루"가 아니라 "현도루"이다. |
| ⓒ 김명희 |
한개마을은 동네 전체가 국가민속문화유산이고, 가옥 중 열 채는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이다. 60여 채의 한옥들이 뒷산(영취산)까지 이어져 있어 토담길 골목을 굽이굽이 걷노라면 아늑한 정취에 젖어든다. 전통미 우아한 이 집성촌의 맨 안쪽 높은 자리에 이승희 지사 생가가 있다.
지사의 생가는 '한주 종택'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한주는 이승희 지사의 아버지 이진상의 호이다. 이진상은 성주 회연서원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조선 후기 대학자로, 파리장서의거 대표 곽종석과 국채보상운동 고령군 대표 이두훈 등을 길러냈다. 곽종석보다 한 살 아래인 이승희도 자신의 아버지 이진상의 제자이다.
이승희 지사의 중요 유적은 생가와 삼봉서원
이승희 지사는 61세나 된 1908년 4월 19일 한개마을을 출발해 부산에서 배편으로 조국을 떠났다. 그는 망명길에 오르면서 성주 지역 뒷일을 김창숙(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서훈)에게 부탁했다. 스승 이승희가 제자 김창숙에게 맡긴 임무 중에는 삼봉서당을 관리하고 승격시키는 일도 들어 있었다.
1897년에 강당과 동·서 양재를 갖추고 출발한 삼봉서당은 본래 이진상을 모시기 위해 건립되었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막혀 사당을 짓지 못해 서원이 될 수 없었다. 게다가 김창숙도 스승 이승희 타계 이후인 1919년 파리장서 의거 때 상해임시정부로 망명한 관계로 삼봉서당은 2016년에야 서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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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봉서원 사당 현도사(見道祠) |
| ⓒ 김명희 |
사당 현판에 '見道祠'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견도사"로 읽기 쉽지만 "현도사"가 옳다. '見道祠'는 회연서원 누각 '見道樓'에서 왔다. 이진상이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 회연서원이었으므로 그를 모시는 삼봉서원의 사당에 그곳 이름을 차용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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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봉서원 |
| ⓒ 김명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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