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원로들 "솔로몬 재판도 법왜곡죄 걸릴 판" [사법체계 대격변]

김보름, 최서인 2026. 3.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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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초구 오퓨런스 빌딩에서 (왼쪽부터)김현 전 변협회장, 이은경 전 여변 회장, 하창우 전 변협회장이 중앙일보와 사법 3법 관련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사법 3법의 결과는 '사법의 정치화'"라고 비판했다. 강정현 기자


‘사법 3법’(재판소원법·법왜곡죄·대법관 증원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대한변호사협회장과 여성변호사회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중앙일보는 제48·49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현(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 하창우(15기) 변호사와 제9대 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이은경(20기)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를 9일 서울 서초구 오퓨런스 빌딩에서 만나 대담을 나눴다. 이들은 전 변협 회장 8인, 전 여변 회장 6인 명의로 지난 4일 사법 3법을 ‘사법파괴 3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치가 사법을 지배하게 됐고 사법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인 ‘정치’에 물들게 만들었다”고 우려했다.

김현 전 변협회장이 9일 "재판소원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정치인"이라며 "이해관계자인 대통령 사건이 대법 확정판결을 받아도 헌재에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9심제까지 등장…국민은 피해자 정치인은 수혜자”

Q : 재판소원이 ‘강자의 시간 끌기’ 로 전락할 것이라고 본 이유는.

A : 하창우(이하 하)=“심급이 9심까지 늘어나면서 시간과 비용도 덩달아 늘게된다. 현행 3심제에선 대법원 파기환송 후 다시 대법 판단을 받기까지 최대 5심까지 갈 수 있다. 이 판결에 대해 재판소원을 청구하면 헌재 결정(6심), 파기해서 대법원에 내려온 판결을 다시 파기환송(7심)하면 하급심(8심)에서 판단하게 되고, 재상고하면 9심이 된다. 헌법재판관 9명이 결국 사건 수를 감당하지 못해 변칙적으로 많은 각하를 할 것이고 실질적인 국민의 권리구제를 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A : 이은경(이하 이)=“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 관련 형사 사건은 야당이 지적하듯이 절차 위반, 기본권 침해 등의 프레임을 씌워서 재구성하기가 쉬울 수 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도 사회적 강자, 권력자, 재력가들의 사건에만 심급이 하나 더 생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법 앞의 평등에 대한 신뢰도도 훼손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막대한 변호사 비용, 분쟁에 끊임없이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만 처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A : 김현(이하 김)=“가장 큰 수혜자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재판소원으로 시간을 끌면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넘게 된다. 대법원 재판이 걸려있는 대통령도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자다. 대법 확정판결이 나와도 재판소원을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헌재 구성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판단도 있는 상황이다. 헌재는 민주적 정당성이 대법원보다 약한데, 그런 기관이 대법보다 상위에 선다는 건 우리 헌법이 예정하지 않은 잘못된 길이다. 앞으로 수많은 재판소원이 올 텐데 헌재가 자제하는 태도로 각하 결정을 해 조속히 분쟁을 해결하고, 대법원의 권한을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는 쪽으로 가야한다.”

이은경 전 여변 회장이 9일 "빌라도가 예수가 무죄인 걸 알면서도 십자가형을 내린 건 군중의 함성과 자신의 정치적 보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집권세력 밉보이면 자의적 처벌…툭하면 법정에 서는 판사·검사”

Q : 법왜곡죄가 일반 국민에게도 끼치는 해악은.

A : 이=“솔로몬 재판은 사라지고 빌라도 재판 시대가 올 것이다. 솔로몬이 친자확인을 할 증거가 없다고 ‘아이를 반으로 잘라라’라고 판결한 건 법왜곡죄다. 위법한 증거 수집으로 솔로몬은 바로 입건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증거는 없지만 억울한 사람이 많다. 법을 알고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사회적 약자 중에 많다. 로마시대 재판관인 빌라도는 예수가 무죄인걸 알았다. 그런데도 로마법에 따라 십자가형을 선고했다. 그 이유는 첫째 군중의 함성(포퓰리즘), 둘째 자신의 정치적 보위 때문이었다. 소신 있는 판결 대신 매를 맞지 않는 판결을 고르는 법정이 될 것이다.”
A : 김=“법관이 툭하면 법정에 서야 된다면,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는 것이다. 검찰 역시 정황 증거나 진술의 신빙성으로 기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못하게 하면 방어적인 기소만 하게 될 것이다. 법왜곡죄는 판사, 검사의 심리적 위축을 목표로 하는 법이다. 기준이 모호해서 집권세력이나 수사기관에 밉보이면 누구나 자의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대법관들이 치열하게 토론해서 판례를 바꾸는 것도 왜곡인가.”
A : 하=“법관이 판결을 할때 헌법과 법리에 규정돼있지 않는 것이 많다. 헌법 103조에 명시된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규정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힘센 집권당,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그 양심이 작동할 여지가 사라질 것이다.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눈치 보는 제도가 법왜곡죄다. 여권에 불리하게 하거나 무죄 판결을 한 판사나 검사들은 100% 고소고발 당할거다.”
A : 이=“웬만하면 보신적으로 1심 판단이 쭉 갈 가능성이 높아져서 정말 억울한 사람들이 항소를 통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밝혀보려는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보인다.”
A : 하=“판결을 번복하면, 둘 중 한사람은 법 왜곡으로 고소고발 대상이 된다. 하급심 판결 파기를 하지 않기에 ‘검사동일체 원칙’처럼 ‘1심판결 유지 원칙’이란 말이 생길 수도 있다. 사법부 내부의 독단, 일방적인 판단이 통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하창우 전 변협회장이 9일 "대법관 증원법의 맹점은 현재 대통령이 대법관 26명 중 22명을 임명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대통령이 이해관계자…사법부 장악하면 정의 이뤄지나”

Q : 대법관 증원 의도는.

A : 김=“이해관계자인 대통령의 재판이 걸려있는데 사법부를 장악하면 정의가 이루어질 것이냐, 우리가 그걸 두려워하는 거다. 소수의견이 희석돼 민주사회의 다양성과 소수자 보호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또 대법 선고가 전원합의체가 아니라 결국 소부 중심이 돼 저마다 다른 판결을 내면 판결은 파편화되고 국민들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갑자기 특정 성향의 대법관이 대거 진입하면 기존 판례 역시 대거 바뀌면서 혼란이 커질 것이다.”
A : 하=“법의 맹점은 현재 대통령이 대법관 정원 26명중 22명을 임명한다는 것이다. 진보성향 대법관을 임명해 정치적 편향이 드러나는 재판부가 구성되고 대법원도 권력에 물들게 된다. 한 대통령이 과반수 이상을 임명 못하도록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장치를 둬야한다.”
A : 이=“일선 판사들을 재판연구원으로 차출해야 하기 때문에 1, 2심이 더 부실해지는 구조로 가게 된다. 하급심 강화방안이 선행되지 않으면 법 제안 이유와는 거꾸로 가게된다. 법률심을 하는 마지막 심급만 비대하게 머리를 키워놓고 손발은 다 말라 비틀어질 수 있다. 대법관 증원시 핵심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실질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점, 인선절차가 투명해야 한다는 점, 특정 성향 편중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증원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치주의 무너지면 일터가 없어지는 것”

Q : 변호사로서 사법 3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A : 김=“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법치주의가 다 무너지면 일터가 없어지는 거다. 삼권분립이 무너지면 약한 국민들을 보호해 주는 수단이 없어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A : 이=“변호사법 1조에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을 가진다.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 질서 유지와 법률 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돼있다. 이런 법 조항이 있는 전문가 집단은 없다. 변호사로서 (사법 3법 통과로) 우리의 밥 그릇의 터전이 넓어진다고만 보는 건 씁쓸한 얘기다.”
A : 하=“변호사들의 입장만 생각하면 사건 수임이 늘어나니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굉장히 편협한 관점이다. 국민 전체의 피해를 따진다면, 헌법을 생각하면 사법 악법 3법은 시행하면 안된다. 통치자도 짧게 보면 자기한테 이익이 될지도 모르지만 후대에 어떤 이름을 남길 것인지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김보름·최서인 기자 kim.boreu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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