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넘어 일터로”… 한국교회 ‘월요일 선교’ 제안

“교회는 더 이상 주일예배 공간에 머무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성도들이 서 있는 삶의 현장, 곧 일터까지 확장돼야 합니다. 일터는 세속의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이 작동하는 거룩한 영역입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방배로 솔로몬일터교회에서 만난 김동연 목사는 최근 국민일보에서 낸 책 ‘일터 교회 영역 주권’의 메시지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모든 그리스도인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파송된 선교사”라며 “한국교회는 ‘오라’ 중심 구조에서 ‘가라’ 중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일의 신앙이 월요일의 삶으로 이어질 때 교회의 미래가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은 교회를 예배당 중심 구조에 가두지 않고 성도의 삶의 자리로 확장하려는 신학적 선언이다. 그는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 직장에서 보내지만, 목회 구조는 여전히 주일예배와 교회 프로그램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그 결과 신앙과 직업이 분리되는 이원론이 굳어졌다”고 진단했다. 교회 안에서는 신앙인으로, 직장에서는 경쟁자로 살아가는 이중 구조가 고착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교회가 ‘오라’의 구조에 머물러 있을 때 복음의 공공성이 약화한다고 말했다. 예배당 안의 고백이 직장과 기업, 가정의 책임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신앙은 사적인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교회가 성도를 세상으로 보내는 ‘가라’의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송은 선택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래서 김 목사가 제시한 대안이 ‘일터 교회’다. 이는 예배당을 대신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교회의 사역 범위를 삶의 현장까지 넓히자는 것이다. 교회는 모이는 공동체이면서 동시에 흩어지는 공동체이고, 일터는 그 흩어짐이 구체화하는 자리다. 그는 “장시간 노동과 성과 중심 문화 속에서 성도는 신앙과 직업 사이에서 분열을 경험한다”며 “일터 교회는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라고 했다.
책은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 사상을 토대로 한다. 사회는 교회·국가·가정·경제 등 여러 영역으로 구성되며 각 영역은 하나님 앞에서 고유한 책임을 지닌다는 관점이다. 김 목사는 “기업과 직장 역시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는 독립적 영역”이라며 “교회는 신앙의 원리를 제시하고 성도를 파송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사업 성공을 곧 축복으로 해석하는 문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직한 의사결정과 공공선, 사회적 책임을 더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기업 역시 단순한 이윤 추구 조직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공동체로 서야 한다고 했다. 신앙은 개인 경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목사는 17년간 기업 현장에서 이러한 생각을 실천해 왔다. 그의 기업 ㈜잡뉴스솔로몬서치(Jobnews Solomon Search)에 솔로몬일터교회를 세우고 매주 예배를 드리며 노동의 존엄성과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잡뉴스솔로몬서치의 미션 비전이 ‘하나님의 나라와 의가 구현되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는 것’(마 6:33)이다. 그 결과 조직 문화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실수에 대한 질책 대신 회복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정직성과 투명성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직원들 사이에서 보고서 작성과 거래처 응대 등도 하나님 앞에서의 책임 행위라는 인식이 퍼졌다. 편법과 과장을 지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조직 내부의 신뢰도 역시 높아졌다. 그는 “회사에서의 나와 교회에서의 내가 다르지 않다는 고백이 나왔다”며 “신앙과 직업이 통합되는 경험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일상의 책임을 신앙 안에서 재해석하려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적 한계도 존재했다. 비기독교인 직원의 부담, 종교 활동의 경계 문제, 경영 환경의 압박 등이 그것이다. 김 목사는 “신앙을 강요하지 않고 기업을 교회로 오해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 왔다”고 밝혔다. 일터 예배는 성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책임을 일깨우는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책에서 그는 ‘20만개 일터 교회’ 비전도 제시한다. 단순히 숫자를 늘리자는 운동이 아니라 목회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는 선언이다. 주일 중심에서 주중 파송 중심으로, 프로그램 중심에서 소명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직업 자체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인식이 설교와 교육 속에 자리 잡을 때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 경영인에게는 직원의 종교 자유를 존중하고 기업의 목적과 복음을 혼동하지 않는 균형을 주문했다.
또 “삶의 모든 현장이 예배”라는 관점이 지역교회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 공예배의 고유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예배는 대체될 수 없다. 삶의 예배는 실천의 차원이고 공예배는 공동체를 세우는 자리”라며 “모임과 흩어짐은 서로를 약화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라고 설명한다.
책 서두에는 교계 인사들의 추천이 이어진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 총회 대표총회장 장종현 목사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일터에서 구현한 실제적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총회장 정인찬 목사는 하나님의 주권이 모든 영역에서 작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평했다. 애터미 대표사업자 윤영성 목사는 일터를 선교의 최전선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 책이 한국교회가 삶의 현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성도가 일터에서 분열이 아닌 통합의 삶을 살아가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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