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대법원 확정 판결 사건도 1심에서 문제 발견되면 처음부터 다시 심리"
[류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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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재판소원 제도 기자간담회 재판소원 제도 시행을 앞두고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 ⓒ 이정민 |
재판소원이란 법원의 확정판결이 헌법에 위배돼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판결을 취소하는 제도다. 이른바 '4심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재판소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문턱을 넘었고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번주 중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손인혁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별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재판소원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 확정판결만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서 보듯, 재판소원 대상은 확정된 재판"이라며 "확정이 중요한 것이지, 1·2·3심에 제한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어느 심급이든 확정 판결이라면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어 "소송이 적법하게 청구됐고 그 청구에 법원이 답을 했지만 기존의 답이 헌재에 의해 취소됐다면 마치 (해당 심급이 아직) '답을 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고도 했다. 헌재가 재판을 취소하면 취소한 심급부터 다시 재판이 진행된다는 뜻이다. 또 "헌재가 재판을 취소한 이후 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했음에도 취소 취지가 그대로 구현되지 못해 다시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경우라도 남소로 볼 수는 없다"고도 했다.
다만 "재판소원은 본질적으로 비상 시 권리"라며 "만약 당사자가 2심, 3심을 할 수 있는데도 재판소원을 하기 위해 1심을 수용하면 그에게 가능한 모든 권리를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성 원칙에 위반한다는 이유로 각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해당 부분과 관련해 손 사무처장과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4심 너머 8심도 가능? "법원, 재판소원 취소 취지 어기면 또 취소도 가능"
-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 사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뿐인가? 아니면 1, 2심이더라도 확정 판결이라면 청구할 수 있는 것인가?
"확정된 재판은 확정이 중요한 것이지 1심, 2심, 3심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1심 판결도 이 단계에서 확정이 되었다라면 대상이 된다. 2심도 3심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헌법 제도상 재판소원은 본질상 비상적인 권리다. 법원은 심급 제도를 두고 있고, 이를 통해 연결된다라고 하면 그 절차를 거치고 오라고 하는 것이 제도의 범주적인 부분이다. 만약 당사자가 2심, 3심을 붙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소원을 하기 위해 1심을 수용해버린다면 그에게 가능한 모든 권리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성 원칙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재가 각하할 수 있다."
- 재판을 취소하면 판결의 효력이 취소된다고 했다. 만일 대법원 판결이 취소되면 소송 개시 절차에 따라 다시 진행하면 된다는 이야기인가?
"맞다. 소송이 적법하게 당사자에 의해 청구됐고 청구에 법원이 답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존 답이 헌재에 의해 취소되면 답을 하지 않은 상태가 된 것과 같다. 답을 해야 할 절차, 규정들이 그대로 취소된 재판에서 다시 적용된다. 앞서 말했듯 확정된 재판이 심판 대상이고 그걸 헌재에서 취소하게 되면 주로 대법원이 되겠지만 해당 심급으로 다시 돌아가 재판이 이뤄지게 된다."
- 만약 헌재에서 재판을 취소한 경우 헌재 판단한 기본권 침해 부분만 도려내고 해당 심급에서 (원래 내린 것과) 유사한 판결을 내려도 문제는 없는 건가?
"그건 그럴 수 있다. 만일 똑같이 기소유예 처분을 해, 결론은 같더라도 헌재에서 취소한 취지에 따라 검토했다면 말이다. 결론에 대해서는 얘기한 바 없다."
-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났는데 헌재에서 보기에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곳은 고등법원이라고 한다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인가?
"우리는 재판소원을 진행하는 경우 (청구된 해당) 재판만 취소 판단을 내리게 돼 있다. 파기환송, 파기자판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법원을 존중하기 위한 취지에 일부 이유가 있다. 독일도 헌재와 법원은 상하 관계에 있지 않고 우리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항소심에서 재판을 취소하고 환송시키는 것은 상하 관계가 있을 때 그런 규정을 둘 수 있지만 저희들은 (심급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헌재는 단지 취소하고 법원은 취소 판결의 귀속 여부에 따라 재판할 의무가 발생한다.
또 기본권 침해가 고등법원 판결에서 발생했는데 실제 심판 대상이 되는 게 대법원 판결인 경우다. 헌재가 고법 판결을 취소할 것이냐, 이런 문제는 독일에서도 심각한 논란이 있다. 실무적으로는 당사자가 빨리 구제를 받는 방식으로 취소를 해주고 있다. 우리는 법이 시행 전이라 구체적 사건이 제기됐을 때 재판부가 구체적으로 확정할 걸로 본다."
-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 재판을 특정해서 청구인이 청구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이를테면, 1심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는데 2, 3심에서 시정되지 않고 확정됐다면 3심에서도 기본권 침해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청구인이 1심 재판부터 취소 (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
"열려 있다. 1심에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고 2, 3심에서도 시정되지 못했다면 결국 모든 심급에서 기본권 침해 결과가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는 어느 심판이든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지만 보충성원칙을 고려하면 제일 마지막 단계 판결을 갖고 처분을 구하는 게 적절한 청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경우 헌재가 만약 재판을 취소하게 되면 심판 대상으로 삼은 최종 확정 판단을 취소해 원인을 제공한 심급까지 내려간다."
- 취소된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재판소원을 다시 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소원을 계속 제기하는 경우도 '남소'에 해당할 수 있을까?
"헌재가 재판을 취소하고 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 취소 취지가 그대로 부여되지 못해 다시 재판소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판단 대상일 수 있다. (재판소원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다. 헌재가 한 결정 효력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당사자가 침해되는 자신의 기본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재판소원을 하는 걸 두고 남소라고 말 할 수는 결코 없을 것이다. 다만 헌재 결정 취지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결정을 반복한다면 중대한 헌법 위반, 법률 위반 재판이 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재판에 대한 위법성일 수도 있지만 재판을 한 당사자, 법관의 위헌 위법한 행위로 치환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 재판소원 청구인이 헌재의 재판소원 취소 판결 이후 (해당 심급의) 다른 재판부가 했으면(사건을 맡아줬으면) 좋겠다며 재판부를 기피신청할 수 있을까?
"전혀 다른 제도라 이 자리서 말씀드리기 어렵다. 구체적인 재판 과정에서 기피 제도는 법원 자체의 문제라, 법원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번 재판소원제 도입에 따른 사건 접수량이 최대 1만 건에서 1만 5000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상고 사건(약 4만 건) 중 25~30%가 재판 결과에 불복해 헌재의 문을 두드릴 걸로 추정하는 셈이다. 헌재는 사건 폭주에 대비해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헌법연구관 8명으로 구성된 '재판소원 전담 사전심사부'를 구축해둔 상태다. 또 관련 인력과 예산을 늘리기 위해 예산당국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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