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패싱→이정후 향해 돌진한 안현민...압박감 버틴 캡틴 향한 예우 [WBC 피플]

로건 웨이드의 타구가 내야로 떠오른 순간. 오른쪽 외야를 지키고 있었던 한국 대표팀 '캡틴'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두 손을 번쩍 들었고, 1루수 문보경이 포구하자 자신의 글러브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였다.
대회 전 그는 항상 한국 야구 '참사의 현장'에만 있었던 것 같다고 자책했다. 그가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뒤 한국은 올림픽, WBC 등 메이저 국제 대회에서 번번이 안 좋은 성적을 남긴 게 사실이다.
실력과 평판, 몸값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선 그는 이번 대회에서 주장을 맡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팀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물론 타석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대만에 차례로 잡히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9일 호주전은 실점은 2점으로 막고, 5점 차 승리를 해야 조 2위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실점률이라는 생소한 규정 속에 이날 경기는 매 순간 긴장감을 자아냈다.
8회 초까지 6-1로 앞서던 한국은 8회 말 김택연이 흔들리며 1점을 내줬다. 9회 초 반드시 1점을 내고, 실점 없이 9회 말 공격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그게 실현됐다. 대표 선수이자 주장으로 큰 중압감을 버텨온 이정후는 마이애미(8강 무대)행을 확정한 순간 비로소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승리 확정 순간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가 마운드에서 기쁨을 나눴다. 이후 몇몇 선수들이 외야에 있었던 이정후를 향해 뛰어갔다. 9회 초 한국의 7번째 득점을 만든 안현민은 아예 마운드를 '패싱'하고, 가장 저돌적으로 오른쪽 외야를 향한 뒤 혼자 있던 이정후를 안았다. 대표팀에서 동행은 짧았지만, 이정후가 후배들에게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정후는 9회 말 1사 1루에서 릭슨 윙그로브의 우중간 장타성 타구를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잡아냈다. 경기 뒤 그는 조명에 공이 가리기도 했고, 처리가 어려운 공이었기에 운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쇄도부터 포구 자세, 타구가 나오기 앞서 중견수 박해민과 수비 위치를 왼쪽(이정후 기준)으로 더 이동하는 등 준비된 호수비였다.정작 이정후에게 운이 따른 건 9회 초였다. 반드시 1점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선두 타자 김도영이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후속 저마이 존스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 상황에서 나선 이정후의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향할 뻔했지만 투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고, 기민하게 움직여 공을 잡은 유격수는 공을 한 번에 글러브에서 빼내지 못해 송구 실책을 했다. 그렇게 대주자 박해민이 3루를 밟았고, 안현민이 희생플라이를 쳤다.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3안타 4타점을 기록한 문보경이다. 선발 투수 손주영이 부상 탓에 갑자기 강판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2·3회를 잘 막아낸 '맏형' 노경은의 수훈도 빼놓을 수 없다. 쏟아지는 기대에 비례해 커진 압박을 이겨내며 결국 한국을 8강으로 이끈 이정후도 가장 빛난 선수였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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