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끝난다”는 트럼프에 발끈한 이란…“종전 결정은 우리가” “장기전 대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열흘째로 접어든 10일(현지시간) 이란 지도부가 장기전을 예고하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국영방송 IRIB를 통해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라고 밝혔다. 유럽과 아랍 국가들을 향해선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관을 쫓아내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과를 허용할 것”이라며 외교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내 또는 며칠 내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러나 매우 곧이다”라고 답하며 조기 종전 가능성을 시사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카말 하라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외교정책 고문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현재로써는 외교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실상 장기전을 예고했다. 그는 “트럼프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협상 중에도 공격이 이뤄졌던 경험이 있다”며 “경제적 압박이 커져 다른 국가들이 개입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전쟁을 끝내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걸프 지역 국가들에 대한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를 통해 역내 국가들이 미국을 압박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도 언급했다.

전쟁 장기화 속에 민간인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의 스카일러 톰슨 부국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9일 기준 최소 1245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최소 131개 이상의 도시와 마을이 공격을 받았다”며 현지 상황을 전했다. 톰슨 부국장은 “통신 장애와 병원 접근 제한 때문에 정상적인 사망자 검증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톰슨 부국장은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도 전쟁 상황실에도 없지만, 미사일이 떨어지면 흔들리는 건 우리 집”이라는 한 대학생의 말을 전하며 전쟁의 참상을 전달했다. 또 이란·이라크 전쟁을 겪었던 68세 시민은 “테헤란에서 다시 방공 시스템 소리를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는 것이 이번에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내 민간 시설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주한 이란대사관에 따르면 테헤란 닐루파르 광장 인근 주거지에서 20명 이상이 사망했고 북서부 마라게 지역 주택가에서도 27명 이상이 숨졌다. 또 테헤란 일부 주거지역이 공격을 받았으며 샤히드 마할라티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과 간디 병원·모타하리 병원 등 의료시설도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전쟁 이후 현재까지 6600개 이상의 민간 시설이 공격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역사·문화 유적 피해도 확인됐다. 테헤란의 골레스탄 궁전과 이스파한의 체헬소툰 궁전, 자메 모스크, 나크셰자한 광장 일대 유적 등이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됐으며 로레스탄의 팔락올아플락 성도 일부 구조적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이들 유적 가운데 상당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된 장소라며 국제사회가 문화유산 보호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내부에선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어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면서다. 국영 매체는 새 지도자에 대한 대규모 충성 집회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모즈타바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등장하는 등 반발 여론도 확인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일부 이란 시민들은 전쟁 상황을 계기로 정부가 인터넷 차단과 감시를 강화하고 내부 통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며 “분열된 나라”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이후엔 모즈타바의 부상 보도도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이란 국영 방송은 모즈타바를 ‘라마단의 잔바즈(jaanbaaz)’라고 지칭하며 그가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 이른바 라마단 전쟁에서 부상을 입었음을 암시하는 보도를 했다. 잔바즈는 이란어로 다친 참전 용사라는 의미다. 모즈타바가 언제 어떻게 부상을 입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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