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건비도 안 나와" 기름값 공포에 광주·전남 민생 '휘청'
광주 경유 1천800원대 돌파
자영 주유소도 휴업 고민 중

"기름값 무서워서 배 키(Key) 잡기가 겁납니다. 바다 나가봐야 기름값 떼고 나면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조업을 나가는 게 손해 아니요?"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북항. 평소라면 만선을 꿈꾸며 출항 준비로 분주해야 할 어선들이 항구에 빽빽하게 묶여 있었다. 간간이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의 얼굴엔 짙은 수심이 가득했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어업용 면세유 가격마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30년 경력의 어민 김 모 씨(64)는 텅 빈 면세유 통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드럼당 16만 원 선이던 면세 경유가 벌써 18만 원을 넘어섰다"며 "한 번 조업에 수백만 원어치 기름을 쓰는 채낚기 어선들은 이미 한계치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렇게 되면 배를 묶어두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달 어업용 면세 경유 리터당 가격은 지난달보다 70원 오른 880원. 어업용 면세유 가격은 최근 국제 경유 제품 가격의 한 달 평균을 반영해 매달 1일 조정된다.
항구 인근 식당가와 수산시장도 적막하긴 마찬가지였다. 배들이 나가지 않으니 위판 물량은 줄었고, 기름값이 무서워 나가는 배들이 줄고 나들이를 피하는 시민들마저 늘면서 손님의 발길도 끊기면서다. 북항 인근의 한 상인은 "기름값 때문에 차를 끌고 오기가 부담스러운지 주말에도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조업 부담이 수산물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심지어 국제 제품가가 많이 급등한 이유로 면세유는 다음달에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으로 수협 관계자는 내다 보고 있다.

기름값 공포는 바다 건너 농촌과 도심 물류 현장까지 덮쳤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둔 전남 함평의 시설하우스 단지 역시 비상이다. 농기계를 돌리고 하우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등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농민들의 주름살은 깊어지고 있다.
함평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박 모 씨(57)는 "농협에서 300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으며 기름값 안정에 힘쓴다고는 하지만, 매번 전쟁이나 오일쇼크가 터질 때마다 농가들은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는다"며 "면세유는 유류세 인하 혜택도 없어서 유가 변동에 더 취약하다. 한 달 난방비만 수백만 원씩 깨지는데, 일 년 농사 지어봐야 남는 게 있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통의 최전선에 있는 택배 기사들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광주에서 1t 탑차로 택배 배달을 하는 40대 가장 이 모 씨는 매일 아침 주유소 가격표를 보는 것이 고역이다.
이 씨는 "휘발유보다 비싼 경유 가격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며 "한 달에 기름값으로만 50만 원이 더 나가는데, 이건 고스란히 아이들 학원비나 식비에서 깎이는 돈이다. 몸은 더 힘들어지는데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니 가장으로서 자괴감마저 든다"고 고개를 떨궜다.
기름을 파는 주유소 운영자들도 웃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광주 북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장 최 모 씨는 최근 손님들의 항의와 경영난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 씨는 "정유사에서 보내오는 공급가가 자고 일어나면 수십 원씩 올라 있다"며 "기존 재고는 진작에 바닥났고, 이제는 비싼 값에 들여온 기름을 팔아야 하는데 손님들은 '왜 이렇게 비싸냐'며 화를 낸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 수수료와 각종 운영비를 떼고 나면 사실상 역마진이 날 때도 있다"며 "일부 자영 주유소들은 버티다 못해 휴업을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광주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877원, 경유는 1,889원을 기록했다. 전남 역시 휘발유 1,871원, 경유 1,881원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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