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뺏길라…'외국인 투자 안보심사' 재설계해야"
지분율 낮추고, 심사 대상 확대 필요
실질적 경영지배력, 기술접근 가능성도 봐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외국인 투자를 단순히 자본 유입의 측면이 아닌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국들이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지분율 중심의 느슨한 심사 체계를 실질적 영향력과 공급망 리스크 중심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 지분율 낮추고, 그린필드·간접투자까지 잡아야
10일 여의도 FKI 타워에서 열린 '외국인투자안보심사제도 개선과제'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조수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현행 외국인투자 심사 제도가 급변하는 글로벌 안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개방성과 함께 경제 안보를 균형있게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2015년 21개국에서 2024년 46개국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 제정 이후 소수 지분 인수라도 핵심기술이나 민감 데이터 분야라면 심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집행 권한과 처벌을 강화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그린필드(공장 신설) 투자까지 심사 범위를 확대하는 등 공세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또한 사전신고 기준 지분율을 1%로 대폭 낮추며 대응 강도를 높이는 추세다.
반면 한국의 심사 문턱은 여전히 높다.
조 교수는 "한국은 외국인이 주식 50% 이상을 소유하는 '경영권 요건'과 특정 6개 분야라는 '대상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안보 심사가 가능하다"며 "이는 10~25% 수준인 유럽이나 1%인 일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개선안으로 조 교수는 ▲핵심 데이터, 인프라 및 주요 광물 등으로의 대상 분야 확대 ▲심사 대상 지분율 요건 하향 ▲그린필드 투자 및 국내 법인을 경유한 '간접지배 투자'의 심사 대상 포함을 강력히 제안했다. 또한, 미국의 약식 신고제와 같은 이원화된 절차를 도입해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문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산업 생태계 보호…전 과정 모니터링도 필요"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제도의 실질적 이행 방안과 산업별 파급 효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노현승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는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노 이사는 "자동차 부품산업은 수천개 협력업체가 연결된 대표적인 공급망 산업이라 핵심 부품 기업이 외국자본에 인수되면 생산 기지 이전이나 공급망 교란, 가격 결정력 변화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 심사 과정에서 "단순 지분율이 아닌 실질적 경영지배력, 기술접근 가능성, 데이터 접근 구조,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심사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 팀장은 "안보 심사는 투자를 막는 장치가 아니라 전략적 선별 장치"라며 "실질적 영향력을 중심으로 기준을 세워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채수홍 무역안보관리원 실장은 "최근 미국이 무역합의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 안보 내용을 담고 있다"며 "미국이 인바운드 투자를 간소화하는 가운데, 우리도 선진국 수준의 투자심사 체계를 갖춰야 무역이나 투자 등이 원활하게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이를 위해 심사 요건 중 지분율을 높이고 심사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심의 대상 확대에 따른 '신고→심사→점검' 과정을 모니터링해 이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미국은 미신고 거래 건에 대해 사후 심사 후 인수 철회 명령을 내린 경우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1월, 중국 자본이 통제하는 미국 법인 하이포(HieFo)가 2024년 4월에 완료한 엠코어(EMCORE) 반도체 사업부 인수 거래에 대해 전격적인 철회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박헌진 산업통상부 과장은 "현재 국회에서 여러 입법이 진행 중이며 기술이나 인프라, 민감 데이터 등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데 대한 필요성도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외국인 투자에 있어 투자 유치 등 양적 지표를 중시했으나, 지금은 경제 안보나 산업안보를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 이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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