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대사를 만나다] "폴란드, K방산·에너지 넘어 농업·우주·첨단기술 협력 확대"

이한나 2026. 3. 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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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

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는 지난 6일 주한 폴란드 대사관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폴란드는 역사적 시련을 극복한 '국가적 회복력'이라는 공통된 서사를 공유하고 있다"며 "잿더미에서 일어나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양국의 성공 궤적은 서로를 결속시키는 강력한 유대감"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시니에프스키 대사는 양국이 방산과 에너지 등 기존의 전략적 분야를 넘어 농업과 우주, 첨단기술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지정학적 마찰 속에서도 독보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낸 두 나라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글로벌 의제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시니에프스키 대사는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서도 "지속 가능하고 저렴한 에너지 확보는 양국 모두의 최우선 과제"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대형 원전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폴란드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전선이 된 폴란드 안보 현실을 언급하면서 한국 방산 물자의 신속한 공급이 폴란드 전력 공백을 메웠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비시니에프스키 대사와의 일문일답.

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 폴란드대사가 서울 삼청동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한국과 폴란드 양국 관계의 유사점과 강점은 무엇인가.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지정학적 환경에서 유사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역사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국가 정체성이 훼손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해 낸 '국가적 회복력(National Resilience)'의 역사를 공유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제적 성공이 놀랍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적인 원조국으로 성장했고, 폴란드 또한 1990년 체제 전환 이후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성장했다. 1990년부터 2025년 사이 1인당 GDP가 9배에서 거의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은 양국을 하나로 묶어주는 독보적인 성공 사례다.

-폴란드 정부가 현재 가장 관심을 두는 경제 협력 프로젝트는.

△경제 협력은 크게 '투자'와 '무역'의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 한국의 폴란드 투자는 유럽 내 한국 전체 투자의 거의 1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이다. 삼성, SK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1990년대부터 진출해 4억5000만명의 소비자가 있는 유럽연합(EU) 단일 시장의 교두보가 됐다. 둘째, 무역 규모는 현재 약 100억달러(수입 90억달러, 수출 11억달러 이상)에 달한다. 현재는 한국으로부터 수입이 많지만, 이는 한국 기업들이 폴란드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재수출하는 구조 때문이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우리는 농산물 무역 확대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폴란드는 EU 내 최대 농업 생산국 중 하나이며, 현재 가금류와 돼지고기에 이어 쇠고기 수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와 논의 중이다.

-G20 정상회의 초청이 양국 정상 간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이미 2025년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이 만나 직접 소통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상 간 접촉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G20은 폴란드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꾸준히 성장했음을 확인시켜 주는 지표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더 큰 책임을 질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무대다.

-G20에서 공급망 리스크 등 글로벌 의제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나.

△안정적인 에너지 접근성과 공급망 회복력은 양국 공동의 과제다. 한국 정부는 AI를 활용한 에너지 안보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폴란드 정부 역시 이 의제에 적극 참여할 의향이 있다. 또한 선진 경제에 필수적인 원자재 공급망의 지속 가능성, 신뢰할 금융 서비스 제공, 국제 조세 징수 협력 등에서 긴밀히 공조할 수 있다.

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 폴란드대사가 서울 삼청동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협력이 핵심 산업 전략으로 떠올랐다. 신규 프로젝트가 있나.

△최근 한국 기업과 폴란드 기업의 로켓 공동 개발을 위한 합작 투자 계약이 체결됐다. 또한 미래 협력 분야로는 레이더기술이 매우 유망하다. 폴란드 기업의 역량을 한국 기업이 눈여겨보고 있으며, 양국의 기술을 결합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대 전장의 핵심인 사이버 보안 및 방어 역량 역시 양국 협력의 핵심 의제다. 한국은 역내 손꼽히는 방산 제조국을 목표로 하고 있고, 폴란드 역시 한국 산업에 흥미로운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체 기여에 대한 폴란드 내부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은 방산 협력의 새로운 기준(Standard)을 세웠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웃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우리 군 장비 공백이 생겼다. 당시 한국 기업은 계약 후 불과 몇 달 만에 장비를 공급해 안보 공백을 메웠다. K2 전차(K2 GF) 공급은 폴란드 국민에게 큰 신뢰를 주었다. 계획된 예산 내에서 제때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한국의 능력은 폴란드군으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원전 및 SMR(소형모듈형원자로) 분야 협력 전망은.

△한국은 대형 원전 분야의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다. SMR은 아직 개발 단계의 신흥 기술이지만 건설 비용이 저렴하고 오지에 건설이 가능해 재생 에너지의 백업 역할을 할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잠재력이 크다. SMR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력은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공유하는 전문가들이다. 공학·물리학·수학 등 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활발한 인적 교류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난해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채택되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일까.

△한국 조선 기술에 대한 '불신임'은 결코 아니다.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며 기술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잠수함은 수행해야 할 임무에 맞춰 '맞춤형(Tailor-made)'으로 건조돼야 하며 이번 경우에는 다른 제안이 우리 해군의 특수한 요구사항과 작전 환경에 더 정확히 부합했을 뿐이다.

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 폴란드대사가 서울 삼청동 대사관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 위원회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현재 폴란드 정부는 평화위원회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 폴란드 정부는 현재로서는 평화 위원회 활동과 운영 방식을 면밀히 분석하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향후 분석 결과에 따라 가입 등이 결정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

-한국과 폴란드의 문화 및 민간 교류 계획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쇼팽의 인기는 대단하다. 2027년에는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한국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또한 다른 위대한 폴란드 작곡가를 소개하는 활동도 계획 중이다. 오는 9월5일 개관하는 광주비엔날레 폴란드 파빌리온과 폴란드영화제 등 풍성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게임 산업과 같은 창작 콘텐츠 분야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다.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폴란드 여행을 추천한다면.

△폴란드 항공(LOT)이 바르샤바(브로츠와프 등 포함)와 서울을 10년 넘게 매일 직항으로 운항하고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폴란드 사람들은 한국인에게 매우 친절하며 이미 많은 한국인 커뮤니티와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계절과 관계없이 볼거리가 풍부하며, 최신 정보는 대사관 인스타그램(@plinseoul)을 참고해 주길 바란다.

<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폴란드 대사는 누구>폴란드는 1989년 11월 1일 한국과 국교 수립 이후 방산, 에너지, IT 등 전략적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해 온 중동부 유럽의 핵심 거점국이다. 한국은 폴란드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대규모 방산 물자를 수출하며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은 폴란드의 최대 아시아 투자국이며, 폴란드는 유럽 내 한국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폴란드의 수도는 바르샤바다. 종교는 가톨릭이 인구의 약 95%를 차지한다. 한국과는 쇼팽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음악과 영화, 전시 등에서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바르샤바 쇼팽 공항 간 직항 노선이 운영 중이며, 시차는 한국보다 8시간(서머타임 시 7시간) 느리다.

폴란드 통계청(GUS)과 2025년 주요 경제 지표에 따르면, 폴란드 인구는 약 3749만명이다. 공용어는 폴란드어를 사용하며, 비즈니스와 외교현장에서는 영어와 독일어가 널리 쓰인다. 폴란드 면적은 약 31만2683㎢로 한반도의 약 1.4배에 달한다. 북쪽으로는 발트해를 접하고 남쪽으로는 산맥이 이어지는 평원 지형이 특징이다. 2025년 기준 폴란드는 명목 GDP 기준 세계 20위권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으며, 연간 약 3% 중반대의 견고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국에 부임한 바르토시 비시니에프스키 주한 폴란드 대사는 외교관이자 국제관계 분석전문가다. 그는 바르샤바 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및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바르샤바 경제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사이드 비즈니스 스쿨,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에서도 공부를 마쳤다.

특히 비시니에프스키 대사는 현장 실무와 정책 연구를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PISM)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주폴란드미국대사관 상무관과 주영국폴란드대사관 공관차석 및 대사 대리를 역임했다. 특히 영국 런던 근무 당시, 폴란드 문화원장직을 겸임하며 공공외교 분야도 다뤘다. 독일 마셜 펀드(GMF) 자문 위원을 지내는 등 국제 안보와 경제 정책에 대한 식견도 높다.

이한나 기자 im21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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