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건 환자기본법…"진료 객체 넘어 정책 주체로"vs"법 중복, 단체 대표성 의문"

환자 권리 증진을 내세운 '환자기본법' 논의가 시동을 걸면서 환자·의사 측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각종 지원이 부족한 환자는 진료의 객체를 넘어 정책의 주체로 가야 한다"는 찬성 입장과 "기존 법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고, 정책에 참여할 환자단체 대표성 등도 의문"이라는 우려가 엇갈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일 환자기본법 제정안·환자안전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특히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환자기본법 제정안이 '뜨거운 감자'였다. 이 법은 환자단체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와 지원, 환자 관련 정책을 심의·의결할 환자정책위원회 설치, 정기적인 환자 실태조사 등을 골자로 한다.
이날 공청회엔 김승수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를 비롯한 진술인 4명이 참석했다. 안기종 대표는 환자기본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공백을 겪으면서 환자의 투병과 권리 증진을 위한 법률 체계가 없고, 통합적인 지원 기관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이 법안의 핵심은 환자를 보건의료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이 제정되면 실태조사와 연구 사업이 이뤄지고, 종합 계획도 마련되고, 환자들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권한들이 생긴다"면서 "이번 공청회를 계기로 신속하게 입법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러 법령에 흩어진 환자 권리를 통합적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을 통해 환자 단체를 지원·육성하면 이들의 축적된 경험을 활용해 투병 상담이나 환자 입시·취업 등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클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승수 이사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여러 항목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이미 보건의료기본법에서 국민의 건강권, 자기결정권 등 환자 권리가 폭넓게 규정돼 있다. 환자를 별도의 기본법으로 다시 규정하는 건 기존 법과 어떤 관계를 갖게 될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단체의 정책 참여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환자 단체는 질환·목적별로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각 단체의 전문성·대표성도 상당히 다양하다. 이들 단체의 정책 참여 확대 과정에서 특정 단체의 대표성을 일률적으로 부여하기보단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밖에서도 법안 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발의된 법안대로 시설·인력 수에 따라 환자단체 법적 기준을 설정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중증·희귀질환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면서 "환자기본법이 필요하지만, 이대로 통과되는 건 안 된다"라고 밝혔다.
공청회를 마친 환자기본법은 11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 상반기 통과되길 희망하는 4개 법안 중 하나로 환자기본법을 꼽았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우선순위로 보는 법안"이란 설명과 함께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로선 의사·환자 등의 다양한 이견을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에 여러 법이 있는데 환자기본법을 제정하려면 환자 기본권 보호와 의료인이 (진료 시) 방해받지 않는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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