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무안공항 둔덕 구조적 안전부실"…전국 공항·항공사 취약점 30건 적발

임철영 2026. 3. 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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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안전 취약분야 감사 결과 발표
"8개 공항 14개 구조물 잘 못 설치"
조류정보 미갱신·안전장비 미탑재·조종사 자격관리 부실까지 전방위 지적

감사원이 2024년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항공안전 취약 분야를 점검한 결과 무안공항의 문제는 공항시설 설치부터 항공기 정비, 종사자 관리, 조류충돌 대응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친 구조적 부실과 맞닿아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면밀한 검토 없이 설치됐다고 봤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10일 공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KAC), 부산지방항공청 등을 상대로 총 30건의 위법·부당 사항과 제도 개선 필요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처분 요구는 징계·문책 3건, 주의 7건, 통보 18건, 모범 2건이다.

가장 핵심적인 지적은 참사와 직접 맞닿아 있는 로컬라이저(LLZ) 기초구조물 문제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와 지방항공청은 무안 등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를 규정과 달리 부러지기 어려운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구조물 형태로 돌출 설치했다. 무안공항의 경우 둔덕 높이가 2.4m, 제주공항은 5.1m에 달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물이 설계·시공 단계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운영과 개량 과정에서도 반복 승인됐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해당 시설을 한국공항공사에 인계한 뒤 최대 22년간 공항운영증명과 정기검사 과정에서 취약성이 확보된다고 잘못 승인했고, 한국공항공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한 현대화사업에서도 무안 등 5개 공항 7개 로컬라이저의 취약성을 개선하지 않은 채 오히려 보강 설치했다. 감사원은 무안공항 개량사업 과정에서 설계 담당자와 시공 담당자가 취약성 검토 없이 손상부 절단·보강, 외벽 추가 보강 등을 승인한 사실도 확인했다.

사고 이후 후속 조치도 미흡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특별안전점검과 4월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통해 연말까지 로컬라이저 취약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수공항의 경량철골 구조 1개는 전문가 검토 없이 개선 대상에서 제외했고, 무안 등 5개 공항 7개 시설을 경량철골 구조로 교체하는 계획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취약성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관리도 부실했다. 국토부는 9개 공항 16개 활주로에서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하지 않은 채 방치하거나 오히려 단축했고, 국제기준을 반영해 설치·운영해야 할 '부러지기 쉬운 구조' 매뉴얼도 제정 3년 만에 폐지했다. 활주로 이탈 시 피해를 줄이는 제동시스템(EMAS) 세부기준도 무안공항 사고가 난 뒤에야 용역에 착수했다.

관제·감시장비 부실도 드러났다. 부산항공청은 2022년 준공한 무안·울진공항 다변측정감시시스템(MLAT)이 무안공항 주기장 항공기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는 성능 미달 상태였는데도 부실 검사 뒤 준공 처리했다. 감사 결과 올해 6월 현재까지도 무안공항 MLAT는 항공기 27대 중 16대의 항적이 실제 위치와 달라 기준에 미달했고, 부산항공청은 관련 업체에 부과해야 할 지체상금도 정당액보다 5억5000만원 적은 7500만원만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안전장비 탑재 기준은 해외보다 늦었고, 일부는 아직도 국내 기준에 반영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미국 기준 적용 뒤 4~13년이 지나서야 국내 기준에 반영된 장비가 4종이었고, 2020년 이후 모든 항공기에 의무 장착하도록 한 최신 ADS-B(DO-260B)는 아직 국내 기준에 반영되지 않아 국적항공기 422대 중 69대에 탑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대체동력원도 소급 적용이 안 돼 136대가 미탑재 상태로 운항 중이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엔진 결함 등에 대한 사실조사도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국적항공사에 가장 많이 장착된 CFM-56 엔진 관련 항공안전장애 59건 가운데 사실조사가 이뤄진 것은 2건뿐이었다. 나머지 57건은 조사하지 않았고, 중대한 엔진 결함으로 교체가 이뤄진 사례도 방치됐다. 감사원은 안전감독과 사실조사를 한 부서가 함께 맡으면서 전담 인력이 2명뿐이어서 최근 5년간 접수된 82건 가운데 33건이 미처리 상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조종사·관제사 관리 부실도 심각했다. 감사원은 최근 3년간 항공영어구술능력증명이 만료된 조종사 22명 중 1명이 자격 유효기간을 위조해 국제선 항공기를 110회 운항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대조한 결과, 중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진료 이력이 있는 조종사 62명이 이를 숨기고 신체검사 '적합' 판정을 받은 뒤 3년간 1만2097회 운항했고, 관제사 35명도 정신질환 관련 정보를 알리지 않은 채 2만3744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 훈련도 허술했다. 최근 10년간 주요 사고 유형 가운데 동체착륙, 모든 엔진 고장, 조류충돌 등 4개 비정상 상황은 의무 훈련과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최근 5년간 8개 국적 항공사의 이행률은 평균 14.4%에 그쳤다. 동체착륙 훈련은 모든 항공사에서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조류충돌 대응 역시 참사 이후 다시 주목받은 취약 지점이다. 감사원은 공항운영자들이 공항 내부에서 포획·분산했거나 실제 충돌한 조류만 위험평가에 반영해, 공항 주변 상공을 빠르게 이동하는 철새 떼 등 잠재적 위험을 누락했다고 밝혔다. 무안공항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에서 3만5000마리가 확인된 가창오리가 공항 내부 포획·분산이나 충돌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위험도 '0'으로 평가돼 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4년 자료로 재평가한 결과 가창오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등 27종이 충돌 가능성이 높은 조류로 분석됐다.

조종사에게 제공되는 조류활동정보도 제 역할을 못 했다. 제주공항을 제외한 14개 공항은 3~10년간 조류활동정보를 항공정보간행물(AIP)에 현행화하지 않았고, 최근 1년간 ATIS 운영 실태를 점검한 결과 광주·대구·포항공항은 조류정보를 한 차례도 송출하지 않았다. 인천 등 4개 공항은 같은 문구만 반복 송출했고, 김해·대구·사천공항은 활주로를 직접 볼 수 없는 접근관제소에서 형식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무안 등 9개 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을 로컬라이저까지 연장하는 등 안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개량사업 승인 업무를 부당 처리한 담당자 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한국공항공사에는 8개 공항 14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과 개선사업에서 제외된 여수·김포공항 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개선하고, 설계·시공·감리업체에 대해 국가계약법에 따라 적정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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