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항복’ 요구하던 트럼프 “전쟁 곧 끝난다”…오일쇼크에 전의 흔들렸나

임성수 2026. 3. 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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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연설과 기자회견, 인터뷰 등을 통해 "전쟁이 곧 끝난다"는 신호를 연이어 발신했다.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모든 위협을 단번에 종식시킬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가정의 석유와 가스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한 것도 유권자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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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위협 종식되면 미국 가정 석유 가격 하락” 유권자 불만 의식
전쟁 반대 여론 계속, 미군 사망도 정치적 부담
트럼프, 전쟁 도중 푸틴과도 통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연설과 기자회견, 인터뷰 등을 통해 “전쟁이 곧 끝난다”는 신호를 연이어 발신했다. 이란에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하던 기존 강경 일변도의 입장과 비교하면 중요한 전환으로 해석된다. 이란을 더 강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등 조기 종전 입장과 충돌하는 발언도 있었지만 방점은 ‘출구전략’ 모색에 있다.

트럼프는 이날 종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무엇보다 급등한 유가가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 나온다. 트럼프는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해군 호위 시사 등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유가가 오르면 모든 물가가 순차적으로 함께 오른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에게는 위험 신호가 된다.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쟁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모든 위협을 단번에 종식시킬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가정의 석유와 가스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고 한 것도 유권자의 불만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 격화 우려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며 급등하던 국제 유가는 트럼프 발언 이후 크게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참모들은 유가 급등과 장기 분쟁이 정치적 반발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출구 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전쟁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됐다. WSJ는 트럼프가 전쟁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이 7명이나 사망한 것도 해외 개입에 미군을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해온 트럼프에게는 뼈아픈 점이다. 트럼프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에서도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다.

트럼프가 이날 전쟁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트럼프는 푸틴과 아주 좋은 통화를 했으며 푸틴이 이란 사태와 관련해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해 “정당성이 없다”며 비판해온 러시아가 모종의 중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트럼프가 연설과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성과를 수차례 강조한 것은 출구전략의 방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함 51척 침몰, 미사일과 드론 시설 파괴 등을 거론하며 “이란의 군사력을 완전히 소탕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의 전과는 트럼프가 승전을 선언하고 전쟁을 멈출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그들을 제거하고 있다. 초기 계획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도 했다.

다만 트럼프는 종전에 대한 명확한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종전을 강하게 시사한 이날 발언에도 이란에 대한 강력한 압박이 혼재돼 있었다. 또 이란이 차기 최고지도자로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실망스럽다”고 말한 것에서 보듯 종전의 조건이 완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갈 경우 이란을 더 강하게 타격하겠다고 했지만 이란은 물러서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이겼지만 충분치는 않다”며 “이 오랜 위험을 단번에 끝낼 궁극적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종전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란에 양보하는 듯한 모습은 연출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긴장한 석유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한편,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할 능력이나 의지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며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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