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절윤 결의문 뒤엔 '소주 회동'…장동혁 우려, 송언석이 설득했다

양수민, 박준규, 류효림 2026. 3. 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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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달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이 지난 9일 ‘절윤 선언문’을 발표하기까지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밑에서 분주하게 조율 과정을 거쳤다. 명확한 ‘윤 어게인’ 반대 등 긴급 의원총회 개최 3시간 10분 만에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입장을 발표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사전 준비가 밑바탕이 됐던 것이다. “이번 의원총회도 맹탕으로 끝날 것”(3선 의원)이라는 우려가 무색했던 전격적인 절윤 선언은 어떻게 나온 걸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결의문은 송 원내대표가 주도했다. 송 원내대표의 절윤 선언 고민이 본격적으로 깊어진 시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직후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가 나온 당일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헌정 질서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어떤 세력과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날 기자회견을 한 장 대표는 “1심 판결은 계엄이 내란이라는 주장을 뒤집지 못했다”며 상반된 메시지를 냈다. 국민의힘 투톱이 대놓고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전국지표조사(NBS)와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모두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과 노선 변화 요구 또한 거세졌다.

6·3 지방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리자 송 원내대표는 지난주 초부터 시작된 ‘당 4역 회의’ 등에서 절윤 발표를 위해 장 대표와 물밑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 4역 회의’는 장 대표, 송 원내대표, 정희용 사무총장,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지율 추이 등을 살펴보고 지방선거 전략 등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장 대표와 가까운 조광한 최고위원, 두루 관계가 좋은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같은 시기 ‘소주 회동’ 등을 하며 타개책을 의논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광한 최고위원에게 임명장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일 금요일 저녁 ‘남양주 8인 소주 회동’이었다. 조 최고위원과 정 의장이 노선 변화 요구와 내홍 등을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회동을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남양주는 조 최고위원이 과거 시장을 지냈던 지역이다. 남양주 회동에는 장 대표, 송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 김민수·신동욱·조광한 최고위원, 정 의장,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남양주 식당에 모인 이들은 허심탄회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대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데는 대체로 뜻이 같았다. 문제는 각론이었다. 장 대표는 그간 강성 지지층의 분열을 우려해왔던 만큼 “결의문에 절윤으로 이해되는 내용이 들어가면 일부 당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지만 지방선거를 치르고 당이 바뀌려면 감내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했고, 결국 장 대표 또한 수용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10일 통화에서 “서로 속내를 다 털어놓은 끝에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이 회동을 계기로 절윤 선언은 급물살을 탔다. 원내 지도부는 지난 7일부터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 발표 시기도 당초에는 지난 8일 일요일을 고려하다가 의원들이 최대한 모일 수 있는 지난 9일 월요일로 바꿨다고 한다. 장 대표가 직접 선언문을 발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의원총회의 결론은 원내대표 또는 원내대변인이 발표한다는 관례에 따라 송 원내대표가 읽었다. 결의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명확히 반대 ▶12·3 비상계엄 사태 재차 사과 ▶당 안팎의 대통합을 통한 6·3 지방선거 승리 다짐이 담겼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그동안 만남을 요구해오던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만났다. 오 시장은 이날 저녁 비공개로 서울시장 공관에서 장 대표를 만나 ▶노선 전환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인적 쇄신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엔 별다른 대화의 진전이 없었고, 오 시장은 노선 변화를 요구하며 다음날인 8일 마감된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청을 거부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까닭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 시장의 요구로 절윤 선언문이 발표됐다”는 해석을 경계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선언문 발표 뒤 취재진과 만나 “오 시장의 발언과는 무관하게 의총이 소집됐다”고 했다. 오 시장의 요구와 상관 없이 이번 절윤 선언이 준비돼왔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으로 선언문에 담긴 혁신 의지를 이어나가겠단 계획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서 선거대책위원회 등의 인사를 통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양수민·박준규·류효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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