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중동전쟁 장기화 공포 확산…유가 넘어 식량 쇼크 온다

심성아 2026. 3. 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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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에 반미 강경파 모즈타바
이달 말 국제 유가 150달러 도달 전망
원유 대체 바이오 연료 수요·가격 폭등

중동발 전쟁 위기가 고유가 쇼크를 넘어 식료품 가격 상승까지 일으키면서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 악순환 현상 발생을 예고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는 물론 바이오 연료 가격까지 상승하고, 비료 공급망마저 끊기면서 식량 안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강경파인 모즈타바 하메네이(56)가 집권해 전쟁 장기화 조짐까지 짙어지자, 시장은 이제 전례 없는 배럴당 150달러(약 22만3560원) 유가와 식료품 가격 폭등이라는 최악의 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경고하고 나섰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식용유 매대. 연합뉴스
바이오 연료 수요 확대에 식용유 가격 폭등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국제 팜유 선물가격은 전장 대비 10% 급등했다. 이는 2022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팜유의 대체재인 대두유(콩기름) 선물 역시 5% 급등하며 2008년 이후 최장기간인 11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으로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하자 원유 대체 에너지인 농작물 기반 바이오 연료의 매력이 높아지며 식물성 기름 수요가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비료 무역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비료 가격이 폭등하자, 공급을 확보하려는 농민들의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시작됐다"며 "여기에 전쟁 중 식량 안보를 우려한 각국 정부가 밀과 같은 주전부리 작물 비축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산물 가격 폭등 충격은 아시아 시장으로도 번졌다. 중국 다롄 상품거래소에서 동물사료의 주원료인 대두박 선물은 6% 급등했으며, 정저우 거래소의 유채유와 유채박 역시 일일 가격 상한치까지 치솟았다.

선물 중개업체 퓨처스 인터내셔널(Futures International)의 조 데이비스 이사는 "현재 곡물 시장은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즉각적인 주유소 가격 상승에 이어 식료품 물가 폭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올해 농사에 필요한 자재를 이미 확보한 농민들도 있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이른 시일 내에 열리지 않는다면 내년 농사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 중개업체 펠린둥 베스타리의 파라마링감 수프라마니암 이사도 "가스 오일(경유) 대비 가격 이점이 생기면서 바이오 연료용 팜유 수요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이미 반등 중이던 세계 식량 가격…중동발 물류 마비 사태로 가속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UN) 식량농업기구(FAO)는 5개월간 이어지던 세계 식량 가격의 하락세가 멈추고 지난달 반등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치즈와 설탕 가격은 하락했으나 밀이나 식물성 기름, 육류 가격의 상승 폭이 이를 상쇄했다.

지난달 FAO 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9% 소폭 상승한 125.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 낮은 수준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정점과 비교하면 약 22% 낮은 수치다. 특히 식물성 기름은 3.3% 증가해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남아시아의 공급 감소에 따른 팜유 가격 상승과 캐나다산 유채유(카놀라유) 수요 증가가 전체 지수를 끌어올렸다. 미국의 바이오 연료 우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곡물은 1.1%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의 한파로 밀 수확량이 타격을 입으면서 가격이 올랐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흑해 지역의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서 곡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육류는 미국과 중국의 강한 수요에 힘입어 0.8% 상승했다. 특히 양고기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돼지고기와 가금류 가격은 전월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번 발표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비료 쇼크가 반영되기 직전의 지표이다. 지난달 데이터 수치임에도 밀과 식물성 기름 등 핵심 품목이 이미 반등을 시작했다는 것은 향후 중동발 물류 마비 사태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3~4월 지수는 더욱 가파르게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기정사실화된 전쟁 장기화…이란 강경파 지도부 집권

특히 이란이 이번에 모즈타바를 최고지도자로 선출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도전으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모즈타바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참전 용사로, 이란이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 데이브 마차 라운드힐 파이낸셜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단순히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수준을 넘어 공급 중단 사태가 역내 전역으로 깊숙이 확산하고 있다"며 "불안해하던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대거 정리(Risk-off)하게 만드는 결정적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란 하메네이 후계자로 선출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 AFP연합뉴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전쟁의 승패가 아닌 전쟁의 기간이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 마켓'에 따르면 다음 달 말까지 휴전이 이뤄지지 않을 확률은 48%다. 또 전쟁이 5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50%가량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전쟁 장기화로 인한 비용이 전 세계 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주유소 가격과 장바구니 물가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모두 배럴당 100달러를 넘겼다. WTI는 202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장 대비로는 14.85% 올랐다.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약 20% 급등해 배럴당 109달러를 기록했다.

더 심각한 것은 농산물 시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로 전 세계 비료 무역의 핵심인 요소(Urea)와 암모니아 시설 가동이 멈췄다. 글로벌 요소 무역의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는데, 이 통로가 막히면서 인도, 유럽, 브라질 등 주요 수입국은 비상에 걸렸다. 요소 가격은 전쟁 발발 후 25%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확량과 비료 소비의 강한 상관관계(0.63)를 고려할 때 글로벌 식량 가격 폭등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쟁 전 데이터라 5년 만에 최저치(2.4%)를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Inflation Swap)은 이미 3%를 향해 수직 상승 중이다. 이에 더해 지난달 미국 고용 지표는 민간 부문 고용이 2020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소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도입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전쟁 발 에너지·식량 쇼크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며 "저소득층의 가계 부채와 신용카드 연체율이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번 충격은 소비 심리를 완전히 꺾어버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 차단 문제가 즉각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며칠 내 100달러를 돌파하고 이달 말에는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달 내내 호르무즈 해협의 흐름이 정체될 경우, 휘발유와 디젤 등 정제 제품 가격이 2008년(145달러)과 2022년(120달러)의 사상 최고치를 모두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사태의 파급력에 대해 "2022년 4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생산 차질 규모보다 17배나 더 크다"며 "당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이번 쇼크는 차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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